"예리한 통찰력으로 객관적인 평을 내시기로 유명한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님의 글 입니다.내가 보고 듣고 기억 하기로 크게 공감 하는 글이기에 공유해 봅니다."
국회 탄핵 표결을 2일이 아니라 9일로 잡은 것은 잘한 일이었다. 주말에 촛불민심이 새누리당사를 에워싸는 등 꺼지지 않는 촛불을 지켜보고 비박계는 다시 고민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만약 2일에 탄핵 투표가 진행되었으면 의결 가능성은 0%였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부결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국민을 믿고 발의하자는 추미애 지도부의 용기가 무모하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3차 대국민담화로 비박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하루 만에 이를 뒤집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판단을 못했다면 상황 판단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고.... 가능성 0%의 표결에 도전할 것이 아니라 일단은 시간을 갖고 상황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순리였다. 부결되면 국민이 새누리당을 심판할 것이라는 얘기는 촛불민심은 하는 것이 맞지만, 박근혜 퇴진을 차질없이 완수해야할 정당이 그 얘기만 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모습이다. 물론 이번 주 중에 박근혜의 4월말 퇴진 발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고 비박계의 행동통일이 가능할지도 아직 알 수 없기에, 의결 가능성은 여전히 확실하지 않아 보인다. 다만 분노의 표시로 2일 표결했던 것 보다는, 의결 가능성을 50%라도 내다보고 9일 표결하는 것이 그래도 나은 선택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해도 안되면 이 방식으로는 도리가 없는 것이고.
그런데 2일이냐 9일이냐의 문제가 왜 공격의 대상이어야 했는지 나는 여전히 의문이다.
나는 민주당의 프레임이었다고 해석한다. 탄핵의 ‘탄’자도 가장 늦게 꺼낸 민주당이, 하루 이틀 전까지만 해도 2일이냐 9일이냐를 고민한다고 했던 민주당이, 왜 김무성을 만난 직후에 느닷없이 2일이 아니면 죽음이라는 식으로 나왔을까. 추미애 대표도, 문재인 전 대표도, 다른 야당의 반대로 발의가 무산되었다고 했다.
그 당의 열성 지지자들은 즉시 그 ‘다른 야당’이 탄핵에 반대한다는 얘기를 엄청나게 뿌려댔다. 정작 탄핵 얘기를 민주당 보다 일찍 꺼냈던 ‘다른 야당’은 한 순간에 탄핵 반대세력이 되어버렸다.
내 눈에는.... 놀라운 프레임의 정치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여당의 프레임 정치에 당하며 설움을 겪었던 당사자들이, 어느덧 프레임 정치로 경쟁세력을 무너뜨리려는 주인공들이 되고 있다. 추미애는 자신에게 향할 여론의 화살을 박지원에게 돌리는데 성공했다. 그 노련한 박지원조차도 찜쩌먹는 노회한 선수들... 대단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