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2년간 고급수납장 4개 새로 구입
-옷값 추산해보니 4년간 7억 4천만원
-靑 "대통령 개인이 부담" 2번 확인
-최순실 대납시 '옷로비'수사 불가피
-靑 '품행비' 20억 비밀리 지원 의혹
-패션은 아버지, 헤어스타일은 어머니
-"이미지 메이킹, 고도의 정치 전략"
◆ 권민철> 검찰의 국정농단 수사, 이제 특검에게 바통 넘겨주게 됐죠. 그런데 그동안 수사에서 검찰이 놓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기자: 파란 옷이 보이시죠. 엉덩이를 가리고 뒷부분이 주름으로 꾸며진 옷입니다. 이 옷 12일 뒤 대통령이 입은 옷과 비슷합니다. (옷을 만지는) 이 여성 누군 거 같습니까?
앵커: 아, 문제의 최순실 씨군요.(TV조선)
◇ 김현정>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옷을 손보고 있는 동영상…이 동영상을 보도하고 있는 방송 보도로군요?
◆ 권민철> 최씨가 대통령의 옷까지 골라 입힌 사실을 보여준 동영상이죠. 그런데 그동안 진행돼 온 검찰 수사에서는 이 대통령 옷 부분이 빠져있습니다. 물론 지엽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가 숨어 있어서 오늘 그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그 동안 이 시간에 대통령의 '폰', 대통령의 '약' 알아봤는데, 오늘은 대통령의 '옷' 인거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 볼까요?
◆ 권민철> 대통령 패션 스타일부터 이야기해 보죠. 대통령 패션, 변하지 않는 게 있습니다. 상의는 A자처럼 엉덩이를 넓게 가리고요. 옷깃은 차이나 칼라라고 잔뜩 세운 모양, 하의는 치마보다는 바지입니다. 이런 천편일률이 대통령의 패션 코드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은 A자 모양의 상의, 옷깃을 세운 차이나칼라, 바지가 특징이다. 패션심리학자들은 유신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패션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왼쪽부터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 김현정> 대통령의 그 동안의 많은 옷에서 보이는 공통점이라는 거죠. 그런데 대통령 옷 몇 벌이나 될까요?
◆ 권민철> 2013년 취임 첫해만 대통령이 122벌의 새 옷을 입었다는 보도가 있었고요, 67벌을 입었다고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 둘의 평균 94벌 정도로 보는 게 적장할 거 같고요. 이걸 다시 4년간으로 곱해보면 370여벌을 새로 장만했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 김현정> 새 옷이 많은 건, 옷을 한번만 입으니까 그렇겠죠?
◆ 권민철> 최근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3번이나 대국민담화를 했죠. 그 자리에도 세 번 모두 다른 옷을 입고 나왔었으니까요.
◇ 김현정> 해외 순방 갈 때는 하루에 몇 번씩 다른 옷을 입기도 하고. 그럼 옷값도 만만치 않았을 거 같은데…
◆ 권민철> 문제의 동영상에 나오는 대통령 의상실이 강남에 있었는데, 물론 지금은 문을 닫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인근의 다른 부띠크에 가격대를 알아봤습니다. 들어보죠.
"최저금액은 45만원, 300만원까지 있고요. 원단에 따라 퀄리티는 나뉘어져요."
◇ 김현정> 많게는 300만원 까지 있다?
◆ 권민철> 옷값은 원단과 디자인, 재단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그런 걸 감안할 때 대통령 옷값은 판매가 200만원 정도는 될 거라고 하더군요.
◇ 김현정> 사실 최순실씨가 걸어 다니는 명품관이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명품 이용했고, 그런 것까지 감안을 해야겠죠?
◆ 권민철> 대통령은 한복도 자주 입었죠. 박 대통령에게 한복을 공급해온 가게,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다음에는 그 가게에도 가격을 취재해봤습니다.
◇ 김현정> 대통령이 입은 한복을 지은 바로 그 가게요?
◆ 권민철> 그렇습니다. 이 부분도 들어보시죠.
"저희는 120만원부터 시작해요. 좋은 거는 200~250만원 정도고요. 거기에 수를 놓는다면 좀 더 보셔야 해요."
◇ 김현정> 양장과 한복의 가격이 얼추 비슷해요. 청와대 자료가 아니니까 아주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대통령이 취임 이후 옷값으로 지출한 돈이 얼마나 될지 가늠은 해볼 수 있겠네요?
◆ 권민철> 아까 취임이후 370벌정도 새로 장만한 걸로 추산이 됐으니까, 업계쪽 관측대로 한 벌에 200만원으로 치면 옷값으로만 7억 4천만원 정도 지출했을 거라는 결론이 가능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 비용은 누가 댔을까?
◆ 권민철> 처음 소개한 동영상 보도를 계기로 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청와대에 공식 질의를 했습니다. '대통령 옷값이 공금인지, 사비인지'를 물었는데 이에 대한 청와대비서실은 '부속실 실무자 확인을 통해 대통령 사비로 정산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을 해 왔습니다.
◇ 김현정> 알고 있다는 뭐예요? 청와대의 국회에 대한 답변 치고는 좀 엉성하네요?
◆ 권민철> 그래서 제가 다른 조사를 해 봤습니다. 녹색당이 2014년에 청와대에 대통령의 피복, 구두, 가방 구입에 지출한 금액을 정보공개를 청구한 게 있더군요. ('의복, 의상, 옷 등 어떤 명목으로든 박근혜 대통령이 착용하고 있는 피복과 구두, 가방에 청와대의 공금이 들어간 부분이 있다면 그 내역과 관련 서류 일체(지출 관련서류)를 공개해 달라') 청와대는 '관련 정보가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가 나중에 소송까지 가게 됐는데, 법정에 제출한 청와대 입장은 '대통령이 사용하는 피복, 구두, 가방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대통령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 김현정> 결국은 대통령 개인이 부담한 거다가 확실히 가려진 거네요? 대통령이 4년간 7억원이 넘는 돈을 옷값으로 지불했다, 사비로. 하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굉장히 큰 금액이 옷값으로 들어갔네요.
◆ 권민철> 그런데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해마다 3.4억원 ~ 3.5억원씩 재산이 증가했거든요. 28억원(2014년) → 31억원(2015년) → 35억원(2016년). 옷값으로만 해마다 2억원 가까이 쓰고도 3억 5천만원을 남긴 게 되니까 좀 앞뒤가 안 맞는 거죠.
◇ 김현정> 이 돈을 개인이 다 냈을까, 누군가 스폰서를 댔거나, 아니면 대납했을 개연성은 없어요?
◆ 권민철> 처음 소개한 의상실 동영상 보면 최순실이 5만원권 뭉치를 꺼내, 옷을 만들어온 사람에게 주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게 최순실 돈이라면 최순실은 대통령에게 옷로비를 한 셈이 됩니다. 박 대통령을 배경으로 어마어마한 이권을 챙겼으니까 뇌물을 제공한 것이 되는 거죠.
◇ 김현정> 이 부분 상당히 중요합니다. 옷로비라면 과거 DJ 시절 옷로비도 기억하시죠. 이 현금 뭉치 과연 어디서 나왔죠, 사소한 거 같지만 이것도 특검이 가려야 한다는 거죠?
◆ 권민철> 그 때 그 사건으로 특검이 처음 도입됐고, 국정조사 청문회 등으로 이어졌지. 당시 청문회 음향 한번 들어보죠.
나레이터: 당시 법무부장관 부인이 수천만원짜리 모피코트를 배달받았다 돌려줬고, 전 통일부 장관 부인은 옷값 대납을 요구했다는 주장 속에 열린 국회 청문회.
이형자 (최순영 회장 부인): (2,400만 원 대납 요구를 받았다는 말이죠?) 2,200입니다 (2,200만 원입니까?) 네.
연정희 (전 법무부장관 부인) : 코트 문제에 관해서는 결단코 저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 권민철> 이 사건으로 김대중 정권이 말기에 큰 상처를 입었죠. 최순실도 옷로비를 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사건인 겁니다.
◇ 김현정> 청와대가 돈을 냈을 가능성은 전혀 없는 거예요?
◆ 권민철> 그와 관련해선 청와대가 특수활동비에서 20억원씩을 대통령 품행비 명목으로 최순실에게 제공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대통령이 사비로 지급했다는 거죠.
◇ 김현정> 그래서 로비가 아니고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건데, 그렇다면 그에 아니란 걸 청와대가 증빙을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 권민철> 그래서 앞으로 특검이 이 문제에 대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얘기를 지금 드리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드는 궁금증, 그러면 그 많은 옷을 어디에 두고 있나요?
◆ 권민철> 그래서 제가 청와대에서 구입한 가구들이 어떤 게 있었는지 알아봤습니다.
◇ 김현정> 그랬더니요?
◆ 권민철> 정권 초반기 2년간 청와대에서 조달청 통해 구입한 물품 목록을 보니까 역시 가구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고급 수납장도 4개나 됐는데, 바로 옷 보관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 김현정> 물론 여성 대통령이라는 특수성 때문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혹시 다른 나라 여성 대통령도 비슷한가 비교하고 싶네요?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되곤 하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 같은 옷을 입은 모습이 여러번 언론 카메라에 촬영됐다.
◆ 권민철> 가장 많이 비교되는 게 독일의 메르켈 총리죠. 지금 제 스마트폰에 가져온 이 사진요. 메르켈이 2008년과 2010년, 2011년, 2015년에 언론사에 찍힌 사진입니다.
◇ 김현정> 7년간 입은 옷인데, 똑같은 옷이네, 보라색 투피스로.
◆ 권민철> 서방의 여성 지도자들은 이렇게 같은 옷을 입고 공식석상에 나타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 유럽 언론사 사이트에서 발견한 겁니다. 메르켈 총리가 사진처럼 패션에는 신경도 안쓴다며 비판한 기사에 나오는 사진입니다.
◇ 김현정> 사실 메르켈 총리는, 보통 '엄마 리더십'이라고 해서, 박근혜 대통령과 여러모로 대조를 이루는 여성 지도자였어요, 좌간 패션도 상당히 대조적이네요? 박근혜 대통령은 다른 여성 지도자보다 이렇게 패션에 집착 한 거 같은데, 왜 이렇게 패션에 공을 들이게 됐을까요?
◆ 권민철>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다는 이런 평가가 패션 전문가들 사이에 많다고 합니다. 한국패션심리연구소 민율미 소장의 이야깁니다.
"이 분 같은 경우는 다른 연구자들도 연구를 굉장히 많이 한 논문들도 있는데, 사실 유신정권 시대 복장에서 사실 크게 변화가 없거든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좋았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그런 부분으로 어필을 했다고 보는 거죠."
◇ 김현정> 머리 같은 경우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의 후광효과를 노렸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옷도 그런 거 아니냐는 분석이네요?
◆ 권민철> 헤어스타일도 어머니의 헤어스타일을 차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죠. 서울의 한 헤어디자이너의 이야기 들어보죠.
"모발이 힘을 받으라고, 형태를 봉긋하게 만들어 주는 거예요. (이게 육영수 여사 헤어스타일인거죠?) 그렇죠. 가장 단아하거든요. 볼륨을 살려주니까."
◇ 김현정> 패션은 아버지, 헤어스타일은 어머니를 따라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건데… 하지만 육영수 여사에 대해 최근 김종필씨가 한마디 했죠?
◆ 권민철> 우리가 알고 있는 육영수 여사가 아니라는 거죠. 우리가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일깨워 준 이야기였는데. 그 엄혹한 시절, TV에 나온 이미지가 국민들의 의식, 인식을 마비시켰는지 모릅니다. 그 덕에 박근혜 대통령도 대통령직에 올랐고요. 하지만 뒤늦게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지금의 국가적 재앙을 낳았는지 모르고요.
◇ 김현정> 오늘 대통령의 옷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옷깃도 세우고, 머리스타일도 세우고, 그런 대통령을 우리는 꼿꼿한 대통령, 신념있는 대통령으로 믿어왔죠. 하지만 갈수록 그게 허상이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 다 느끼고 있습니다. 다음 대통령 뽑을 때는 이런 막연한 느낌, 편견으로 사람을 뽑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면서 오늘 훅뉴스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