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약속.
여기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이 있습니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대통령이 내건 대선 슬로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의 주어는 시민이 아니라 장막 뒤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약속은 마치 꿈인냥 어디론가 흩어졌습니다.
'100퍼센트 대한민국'
그러나 우리는 국민과 비국민으로 갈라세워져야 했고,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치킨과 피자로 조롱을 당해야 했습니다.
눈물을 보였던 세월호의 약속 역시 대통령이 마음 속에선 어느새 증발되어 간 것 같습니다.
경제민주화라는 거창한 구호는 재벌과의 뒷거래로 묻혀 갔고,
공염불이 된 검찰독립의 약속, 또 기초연금, 누리예산,
가장 기초적인 복지공약은 파기됐습니다.
'늘지오'
늘리고 지키고 올린다던 노동공약은 역주행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했던 약속.
모든 국민 앞에서 공언했던 그 말조차 이제는 지킬 수 없다고 합니다.
'급박한 시국에 대한 수습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라고 하니까
이 말을 어떻게 발아들여야 할 것인가.
필경 약속이란 단어는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은 유리지갑이라 불릴지언정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했고,
들도보도 못한 질환으로 병역을 피하지도 않았고,
코너링이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특혜를 받지도 않았습니다.
말을 못 타는 대신 성실하게 공부해서 성적을 얻었고,
자신의 일터에서 묵묵히 일했습니다.
이것은 민주국가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약속들.
또한 우리는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
마지막까지 물속의 아이들을 구해내고자 했던 민간 잠수사는
약속을 지키지 못함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
뒷일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습니다.
지난 다섯 번의 토요일 동안 평화의 기족을 만들어낸 시민들은
다시금 그 약속들을 떠올렸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청와대 면전에서 평화롭게 물러나던 시민들.
그들은 평화집회의 약속을 그렇게 지켜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국가는,
그 수반은
부끄럽지 않은가.
시민들이 거리에서 외치고 있는 그 선언은
약속이 버려지는 그 불통의 시대를 뒤로 함이며,
일방통행으로 일관하는 오만의 시대를 뒤로 함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약속을 방기했던 국가가
약속을 지킨 시민사회에
경의를 표할 시간이 아닌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