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박근혜를 버렸습니다.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게 오전 11시쯤입니다.
아직 시민들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잔뜩 찌푸드등등 하고 언제 눈이나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그런 날씨였습니다.
그 시각 박근혜도 청와대에서 비서라는 불알 까낸 고자들과 더불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광화문광장 시위장면을 보고 있었다고 하니 “제발 비나 쏟아져라!”하고 최태민 악귀에게 빌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가 되자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박근혜는 기뻐 손뼉을 치며 “역시 꿈에도 잊지 못할 나의 사랑하는 최태민!”하고 쾌재를 불렀을 것입니다.
첫 눈이, 그것도 싸래기 눈이 아닌 함박눈이 첫눈으로 내리면 모두가 올 겨울에는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겠지만, 어제는 박근혜를 몰아내는 사상최대의 촛불잔치가 예정되어 있으니 함박눈이 내린다고 기뻐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 그런데 하늘이 박근혜를 돕는 것인지?, 최태민 악귀의 신통술이 효험을 내는 것인지 함박눈이 진눈깨비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보다도, 눈보다도 사람의 야외활동을 극도로 방해하는 게 바로 진눈깨비입니다.
그 시각 박근혜는 “그러면 그렇지!”하고 입이 찢어졌을 것이고, 광화문광장을 꽉 채운 시민들의 입에서는 절로 한숨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급하게 비닐우비를 꺼내서 입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의 입이 찢어진 것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집회가 시작되고 청와대 포위작전이 시작되는 오후 4시가 되자 언제 진눈깨비가 내렸느냔 듯 진눈깨비는 뚝 그치고 말았습니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시민들이 계속해서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겨울날씨답지 않게 낮보다도 밤이 더 포근해 지기까지 했습니다.
역시 하늘은 백성 편이었고, 박근혜를 버린 것을 확인시켜 주시었습니다.
어제 광화문광장과 태평로(광화문~세종로 4거리~서울시청~숭례문~서울역)는 지난 11월 12일이나 19일에 비하여 시민들이 그렇게 빽빽하게 들어차지를 않았습니다.
혹시 그것만 보고 실망을 하셨다면 그건 잘못된 판단입니다.
11월 19일까지는 경찰이 율곡로 북단에 차벽을 쌓고 있어서, 시위대가 율곡로 남쪽까지만 진격할 수 있었지만 어제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청와대 앞200m까지 경찰이 길을 트지 않을 수가 없어, 그 시각 경복궁 양편 청와대로 올라가는 길과 경복궁역에서 청운동동사무소 앞길까지 시민들로 꽉 들어차서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11월 12일은 물론 사상최대인파라고 하는 지난 19일 보다도 훨씬 많은 시민이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를 끓어 내리기 위해 촛불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뛰쳐나오신 것입니다.
이제 구태여 “박근혜 하야”를 외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하늘도 버린 박근혜가 버텨봐야 얼마나 더 버티겠습니까?
눈치 빠른 놈들은 이미 가라앉는 청와대와 내각과 사법부와 검찰과 국회라는 배에서 뛰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민들을 못 살게 굴던 검찰이 제일 먼저 시민들을 겨누던 칼끝을 박근혜에게 돌렸습니다.
다음으로 검찰의 칼춤에 덩달아 칼춤을 추던 법원이 달라졌습니다.
그 다음 내각에서 가장 눈치가 빠른 법무부장관이라는 자가 뛰어 내렸고, 청와대 비서 중에 민정수석이라는 자가 감투 쓰고 채 사흘도 안 되어 뛰어 내렸고, 끝으로 교육부총리라는 자가 “국정 역사교과서는 절대 안 돼!”하고 박근혜와 결별을 선언했고, 박근혜가 기침만 한 번 해도 “깨갱”하고 꼬리를 배 밑으로 말아 붙이던 김무성을 필두로 새누리당 것들이 간덩이도 크게 박근혜에게 대 놓고 “물러나라!”고 하고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박근혜의 충직한 몽둥이 <경찰>만 변하면 박근혜는 “사면초가”가 아니라 “고립무원”의 상태가 됩니다.
어제 청와대 200m 전방에서 차벽을 치고 차 위에서 시위대를 내려다보고 있는 경찰의 눈에서도 독기가 사라졌고, 시위대를 막아야 하는 난감한 처지를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제 구태여 “하야”를 외칠 필요가 없습니다.
다음 토요일, 아니면 그 다음 토요일 광화문광장을 시위대로 꽉 채우면 박근혜는 간담이 녹아내려 “하야”가 아니라 이 세상을 “하직”할 지도 모릅니다.
그리되면 마지막 남은 경찰마저도 180도 뒤로 돌아서서 촛불을 들고 시위대를 청와대로 정중히 인도할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당신의 촛불이 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하늘도 버린 박근혜의 간담이 녹아내리도록, 촛불을 눈덩이 같이 키워갑시다!
당신의 촛불 한 자루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바꿔놓은 세상이, 당신의 자손들에게 <행복한 세상>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당신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