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 글에서 영국의 지배 계급이 한 세기 전 보아 전쟁에서의 패배 이후 오랜 토론 끝에 대영제국의 몰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으며 그 대안으로써 대서양 건너편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자신들의 옛 식민지 미국과 장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스스로의 몰락 속도를 늦추고 제국의 이익을 극대화했듯이 지금의 미국 또한 중국, 러시아 등 새로운 강국들과 다자적 협력 관계를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더욱이 미국은 최근 구 우방국 터키 및 필리핀에서조차 개망신 당하며 쫓겨날 처지에 몰렸으며 “자신의 몰락 과정을 관리해 줄 능력과 믿음을 가진 우방 하나 없이 세계 도처에서 의미도 희망도 없는 군사적 적대행위를 타성적으로 반복”(Nick G.)하는 한편 한국을 포함한 극소수 예속 동맹 국가들을 쥐어짜는데 골몰하고 있다.
신재길(노동사회과학연구소)은 아래와 같이 지적한다.
“미국이 최고 정점을 차지하고 여타 제국주의 세력들이 하위체계를 구성하는 위계체계를 이루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적 특징이다. 이런 구조적 특징은 압도적 2위나 지역적 유일강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일례로 80년대 일본의 부상을 저지한 것을 들 수 있겠다. 한때 일본은 경제규모에 있어 3위인 독일보다 2배 이상 컸다. 압도적 2위의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조만간 미국과 대등하게 되고 곧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프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 엔화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절상시켰다.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늪에 빠지고 만다.”
“미 제국주의 지배세력들은 1991년 구 쏘련 몰락 이후 집권한 옐친의 집요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차관을 거부하였다. 광활한 불모지로 이루어진 영토, 부족한 사회기반시설… 등을 이유로 새롭게 굴러 떨어진 신시장은 자본주의적 식민화 대상으로는 비용만 많이 들 뿐 매력이 없었으며 되레 오랜 사회주의의 잔재에 따른 정치적 위기가 큰 데다 나중에 자본주의 발전이 일정 수준 도달한 후 미국의 경쟁자로 될 것을 우려하였다. 그들은 유일한 관심사는 우크라이나 등에 집중 배치되었던 핵무기들에 대한 통제권을 갖거나 해체해 버리는 것이었다”
중국에 대해 그는 “1973년 이른바 데탕트 이후 정치적 밀월관계 및 최근 경제적 공생관계에도 불구하고 미 제국주의 지배세력들은 중국 공산주의 집권세력들에 대한 근원적인 적대감을 해소할 수 없다”라고 이어갔다.
여기에 그 동안 교활하고 잔인한 중동분할정책, 특히 최근 힐러리 스캔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부패와 추문으로 얼룩져 그 일관성마저 상실한 이슬람국가(IS)문제 등 제 무덤 파기식의 대외정책이 초래한 모순들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혼돈과 몰락 그 자체인 트럼프의 행보에 대하여 큰 기대를 걸 것은 없다. 그러나 그의 발언대로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더 나아가 북-미평화조약 체결로 나아간다면 미 제국주의는 어쩌면 한 세기 전 영국의 선택처럼 보다 완만하고 관리된 몰락의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