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썩어도 저 것 중의 몇 개는 남아있겠거나 하고 바라보던 텃밭의 꼴이
아주 봐주기도 힘드네요.
눈앞을 가로막는 억새 밀어버리고, 고랑사이 굴 파고 땅 밑 작물까지 거덜낸 쥐새끼들도 싹 다 없애버리고
어린 배추모종 죄다 잡아뜯어먹은 늙은 암탉도 더 이상 쓸모가 없으니 이참에 아예 모가지를 비틀어 백숙이라도 해먹어야겠어요. 늙어서 맛도 없겠지만요.
괜찮다괜찮다 아침마다 내 밭고랑 앞에 와서 나발불며 날아다니던 신문지들 죄다 쓸어모아 태우면 백숙끓일때 불쏘시개로는 쓸만하겠어요.
어느새 늦가을입니다.
겨울이 올 수도있겠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절기상, 겨울의 가장 깊은 곳에서 새해가 시작되지요.
봄이 올 것입니다. 겨울이 버틴다고 봄이 안 온 적은 없으니까요.
허리펴고 늘품체조 늘씬하게 한바탕 때리고 밭청소 나가야겠어요.
자고로 내 집, 내 밭의 주인이 정신차리지 않으면 밭이 저 꼴이 납니다.
아랫동네 개가 며칠전에 와서 왕왕 짖던데, 빈 집인 줄 알고 저랬나봐요. 주인이 정신 안차리니 사람 집을 개집으로 안 건가. 일단 불 좀 켜고요. 바람에 끄덕없는 촛불 하나 남는 거 없어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