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대권주자 ‘넘버3’에 진입했다.
그동안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순이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10.9%로 3위를 차지했다. 문 전 대표가 22.1%로 1위를 유지했고, 반 총장이 18.1%로 2위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 3위를 차지했던 안 전 대표는 8.1%로 4위로 밀려났다.
이재명 성남 시장알앤써치와 데일리안이 11월 13일부터 14일까지 1135명(무선 자동응답)에게 이틀 동안 차기 대권주자에 대해 물은 결과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5%,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4.4%, 안희정 충남도지사 3.8%,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3.6%,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0%로 뒤를 이었다. 지지후보가 없다고 밝힌 응답자는 14.6%였다.
이전까지 다른 3위권(야권 2위권) 주자들 그룹에 속해 있던 이 시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비약적인 상승을 기록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이다. 이 시장은 알앤써치와 데일리안이 10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겨우 5.3%를 얻어 5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불과 20일 사이에 대권주자 지지율의 ‘마의 벽’인 10%를 돌파했다. 10월 말 조사에서 24.6%를 차지했던 문 전 대표는 22.1%로 약간 내려앉았다. 반 총장 역시 10월 말 조사에서 21.2%였으나 18.1%로 줄어들었다. 안 전 대표는 8.5%에서 8.1%로 떨어졌지만 거의 비슷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박 시장은 10월 말 조사에서 7.6%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11월 중순 조사에서는 5.5%로 줄어들었다.
이재명 시장은 사태 초기 국면에서부터 대통령 퇴진 같은 선명한 노선을 견지했다. 야권 대권주자 중에는 가장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최순실 관련 의혹이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고, 박근혜 대통령이 불충분한 사과를 늘어놓으면서 이 시장의 선명한 입장이 오히려 빛을 발하게 됐다.
이 시장의 인기는 20~40대에서 두드러졌다. 19세 이상 20대는 19.2%, 30대는 14.9%, 40대는 12.7%의 지지율을 보였다. 특히 19세 이상 20대에서는 문 전 대표의 25.0%와 큰 차이가 없는 수치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반면 30대에서는 이 시장이 선전했음에도 문 전 대표의 절반에 불과한 지지율을 나타냈다. 지역별로 보면 이 시장은 수도권 지역에서 강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는 1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야권에서는 전통적으로 강경파의 몫이 10% 정도 있었다”면서 “예전에는 진보정당의 몫이었고, 한때는 강경으로 분류됐던 문재인 전 대표의 몫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문 전 대표가 중도 성향으로 다가가면서 좌측에 공백이 생겼고 이를 이 시장이 차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