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작년 수능

조회수 : 829
작성일 : 2016-11-17 10:23:59

저희 작은애가 97년생으로 작년에 수능을 봤어요.

자라오면서 특별히 애먹이지 않고 컸는데 사춘기라고 틱틱거리는 말투는 좀 하더라고요.

고3 되고 참 자주 울더라고요.

어떤때는 샤워를 너무 오래해서 욕실앞에서 귀 기울여 보면 흐느끼며 울고 눈이 빨개져서 나오곤 했어요.

그저 우는 어깨나 등을 슬그머니 쓰다듬는다든지, 아예 모른채 하든지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딱히 뭐라 할말이 없더라고요.

어찌 되어도 괜찮으니 걱정말아라.. 이게 해줄수 있는 말의 전부였던거 같아요.


수능날, 평소 먹던대로 도시락을 싸주고 시험장에 데려다주고 곧바로 출근을 했었어요.

일을 해도, 쉬어도 어차피 아무것도 못하겠는걸 큰아이 2번의 수능으로 이미 알기에 말예요.

수능 시간표를 보고 또 보면서 기도 하고 기도하고...

시험장 앞이 혼잡할테니 근처 카페를 정해서 만나기로 했었어요.

만나기로 한 카페에 들어서니 아이가 등을 보이고 앉아있더라구요.

마주앉아 얼굴을 보니....이미 너무 울어서 얼굴이 온통 빨간거예요.

한산한 카페였지만 몇몇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자리를 피해주더라고요.

카페 주인은 티슈 듬뿍과 따뜻한 물을 더 갖다 주면서 괜찮다고 눈짓하시고...ㅠㅠ

지금 생각해도 고맙더라고요.

평소보다 못보긴 했지만 대학에 입학하여 지금은 발표수업이니 뭐니 하며 바쁘게 지내요.


출근길에 교통경찰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오늘이 수능이더라고요.

내자식 전부 수능 마쳤다고 이젠 잊고 사네요.

이런 저런거 다 잊고 살아도 세월호는 못잊겠어요. 잊어서도 안되고요.

온 가방에 노란 리본 달고 다니는 우리 딸을 보면 더 그래요.


오늘 수능수험생 두신 부모님들..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울어도, 웃어도 그 누구보다 아이가 제일 힘들테니까요.

오늘 하루 기도 많이 할게요.^^




IP : 211.227.xxx.7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11.17 10:51 AM (1.224.xxx.44)

    에휴 ...샤워하면서 울었다는 대목에서 짠하네요ㅠ
    그래요..당사자인 아이들만 하겠어요.
    다들 무탈하게 잘 치길 저도 기도 할게요.
    근데 따님이 세월호 아이들이랑 동갑이네요. 좀 더 남달랐겠어요.

  • 2. 아이 기다리며
    '16.11.17 11:11 AM (211.217.xxx.196)

    눈물이 찔끔 납니다

  • 3.
    '16.11.17 11:46 AM (211.227.xxx.76)

    세월호 아이들이랑 동갑이라 더 그런지 몰라도 주변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힘들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하게 먼저간 아이들이나 곧 만나게 될줄 알고 기다리다 남겨진 아이들의 부모를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 슬퍼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33663 식비 한달에 얼마나 쓰세요? 20 잘될거야 2016/12/28 5,327
633662 생각이 너무 많아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22 잡념 2016/12/28 6,491
633661 대구 9차시국대회 31일 (토)6시 중앙로에서만나요 5 대구촛불 2016/12/28 409
633660 다이슨 무선 핸디 쓰시는분? 7 청소기 2016/12/28 1,750
633659 [단독] 안철수 “유승민·김무성과 연대 없다” 13 dd 2016/12/28 1,745
633658 스키와 스키부츠는 어떻게 버리나요? 6 스키 2016/12/28 6,867
633657 나경원 "특정인 주도 신당 안된다" 유승민 격.. 23 .... 2016/12/28 3,292
633656 수영을해야하는데ᆢ요즘추워서 4 건강 2016/12/28 1,811
633655 회사를 그만두면 행복할까요? 13 ... 2016/12/28 4,213
633654 오랫만에 마스크팩 했는데 4 짜증나네 2016/12/28 2,464
633653 심심풀이 장어 조롱~ 반기문 22 너가넘시러 2016/12/27 2,390
633652 일상글 죄송)요즘들어 아메리카노를 많이 마셨는데요, 2 ㅇㅇ 2016/12/27 1,532
633651 이재명박은 탈당하고 보수당으로 가세요. 21 .. 2016/12/27 2,234
633650 핸드폰판매광고문자 차단방법없을까요? 1 열폭자 2016/12/27 323
633649 영어 궁금증 한번 봐 주시겠어요? 9 영어 2016/12/27 833
633648 [단독] ‘블랙리스트 전달 의혹’ 모철민 대사 소환통보 특검잘한다 2016/12/27 918
633647 시아버지랑 시어머니 사이가 안좋으세요.. 7 ... 2016/12/27 4,074
633646 영화 마스터를 봤어요... 5 개헌반대 2016/12/27 2,916
633645 반기문, 최근 與 의원들 만나 "개헌에 적극 찬성&qu.. 4 샬랄라 2016/12/27 715
633644 지금 jtbc 보세요~(냉무) 힙합의 민족.. 2016/12/27 1,032
633643 TBS교통방송=시민의방송 채널복원 1 TBS 2016/12/27 810
633642 아이 데리고 출근해 본적 있어요 51 2016/12/27 6,149
633641 오늘 힙합의 민족....가사가 세네요 (시국에 관한) 3 잘가 2016/12/27 1,152
633640 정유라 예상답변 7 .... 2016/12/27 2,354
633639 퇴근하고 나면 원래 이렇게 피곤한가요? 2 어부바 2016/12/27 1,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