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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의 글입니다.

궁금함 조회수 : 1,470
작성일 : 2016-11-14 10:43:43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단독' 기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불과 한달 전에만 해도 기사 하나 나오기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기자들의 취재력이 한달 새 갑자기 좋아진 것일까?

코끼리 사냥에 비유할 수 있겠다. 코끼리가 치명상을 입기 전까지는 잘 벼려진 무기를 제대로 던져야 한다. 빗맞으면 던진 사람이 다친다.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하는 기사를 쓸 때는,조그만 실수 하나라도 있을 경우 치명상을 입게 된다.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파동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보라. 그래서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팩트 하나 하나를 철저히 검증해야 하고 표현 하나 하나도 신중히 가다듬어야 한다. 그러나 코끼리가 쓰러지게 되면, 그때부터는 기사의 요건이 극적으로 완화된다. 이미 쓰러진 코끼리에게는 길바닥에서 주은 돌멩이를 던져도 반격받지 않으니까. 최근에 나오는 '단독' 기사들을 보라. '청와대 관계자', '사정기관 관계자', '최순실의 측근', '최순실 측근의 지인', 이들의 말이 모두 어떤 검증도 없이 그대로 기사가 된다. 그런 기사가 또 디테일은 얼마나 생생하고 제목은 또 얼마나 자극적인지. 어차피 익명이라 진짜로 그런 사람이 그런 말을 한 것인지, 혹은 어디까지가 진짜 증언이고 기자의 생각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한마디로 기사인지 소설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기사의 기본은 크로스 체크다. 증언을 들었다면 그것을 뒷받침하는 물증을 찾아야 한다. 물증이 없어서 증언만 가지고 기사를 쓰려면 적어도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같은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정말 중요한 내용이어서 한 명의 증언만 가지고 기사를 쓰고 싶다면 취재원이 누구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것이 기자의 일이고, 기사를 읽은 독자로 하여금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최소한의 예의다. 그게 아니면 찌라시를 그대로 활자화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쏟아지는 '단독' 기사들을 볼 때면 물증이 있는지, 크로스 체크는 했는지, 취재원은 실명인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보기 바란다.

'단독' 기사가 난무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검찰 때문이다. 대통령의 두 번째 사과 이후 검찰은 정말 역대급 흘리기를 시전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개씩 검찰발 '단독'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통 이런 식으로 수사 상황이 유출되면 수사팀 내부에서는 정보 유출자를 색출해 정보가 새는 틈을 막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이번 수사팀은 전혀 그럴 의지가 없어보인다. 그렇다면 거기에는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 통상 흘리기의 목적은 여론몰이 아니면 간보기다. 검찰발 단독 기사를 볼 때는 이 기사의 목적이, 아니 이 기사를 흘린 검찰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한 번씩 고민해 보기를 권한다. 물론 검찰이 흘린 것을 주워 오는 것도 능력이기 때문에 해당 기자들의 노력을 폄훼할 수는 없다. 나도 초년병 시절 누가 내게 기사를 '흘려주기를' 간절히 바랐고 때로 그런 기사들을 써왔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발 단독 기사가 우리 언론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기사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특히 아무런 크로스 체크 없이 검찰이 유일한 정보 소스인 경우는 검찰의 의도대로 이용당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지금 쏟아지는 검찰발 혹은 관계자발 단독 기사 가운데 상당수는 단 몇 달, 아니 단 몇 주만 지나도 '사실'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그 기사들이 다 거짓말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아예 처음부터 검증이 불가능한 기사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언론사들의 상업적 이해관계를 위해, 혹은 누군가의 은밀한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쓰여진 기사들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은 비난받아도 싸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미워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비난해서는 안된다. 당장은 욕할 거리를 하나라도 더 찾아주는 언론과 검찰이 고맙게 느껴지겠지만 그들이 던져주는 기사를 좇아 화를 내며 이러 저리 따라다니다보면 어느새 그들이 만든 구도 속에 갇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때는 개, 돼지라고 불리워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IP : 1.232.xxx.2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합니다
    '16.11.14 10:45 AM (203.247.xxx.210)

    사실로 죽을 죄도
    차고 넘쳐요

  • 2. ㄷㄷ
    '16.11.14 10:50 AM (118.219.xxx.211)

    이명박그네 내내.....이들의 비리부패를 얘기한 뉴스타파 진보언론들,,,팟캐스트 그리고 김어준총수등........진정으로 고마운분들이죠.이제 숟가락 얹는 sbs 며 지들 이익의 의해 최순실까는 종편들.........그저 웃길뿐..ㅋ

  • 3. 네, 맞아요
    '16.11.14 10:50 AM (175.209.xxx.222) - 삭제된댓글

    냉정하게 관찰하고 분석해야죠.
    검찰발 뉴스는 꼼수가 있다는걸...

  • 4. ..............
    '16.11.14 12:10 PM (125.250.xxx.66)

    노무현 대통령때 검찰이 많이 했던 수법이죠. 논두렁 시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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