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3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말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당 당원보고대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자들이 무너진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나섰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들은 박 대통령에게 국정을 맡겼던 위임을 철회했다. 박 대통령은 이미 국민의 마음 속에서 탄핵당했다"며 "박 대통령은 오늘 전국에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수백만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오늘 촛불집회로 표출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답하지 않는다면, 부득이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는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에 맞서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냈던 1987년 6월 항쟁을 언급하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시계 바늘을 30년 전으로 되돌려보면, 문 전 대표는 1987년 6월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민주화 시위의 중심에 서 있었다.
당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문 전 대표는 부산 국본(민주쟁취 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으로, 국본 상임집행위원장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인권 변호사)과 함께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특히 그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시위 도중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사망한 고 이태춘 씨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는데 앞장 섰다.
이태춘 씨는 그해 6월 18일 부산지역 민주화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범일 고가대로에서 추락, 뇌수술을 받았으나 엿새만에 숨졌다.
6월 27일 치러진 장례미사에서 문재인 변호사가 고 이태춘 씨의 영정을 든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나란히 행진하는 사진이 몇해 전 발굴되기도 했다.
1987년 6월 27일 민주화 시위 도중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숨진 시민의 장례미사를 마치고 행진하고 있는 문재인 인권변호사(앞줄 왼쪽에서 세번째). 영정을 들고 있는 이는 노무현 인권변호사문 전 대표는 자신이 쓴 책 '문재인의 운명'에서 87년 6월 항쟁을 이같이 평가했다.
"6월 항쟁은 시민들의 힘으로 군부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위대한 시민민주항쟁이었다. 나는 6월 항쟁이야말로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사에서 가장 높이 평가받아야할 운동으로 생각하고 있다. 4·19나 광주항쟁은 다분히 우발적이거나 자연발생적이었던 측면이 있다. 반면 6월 항쟁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한 '국본'이라는 연대투쟁기구가 결성돼, 그 지휘하에 직선제 개헌의 목표를 성취할 때까지 시종일관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운동을 전개했기 때문이다. 우리 민주화 운동사에서 유일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문 전 대표는 지난 6월 10일 서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 "6월 항쟁의 힘으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섰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상당히 발전해 6월 항쟁의 정신이 이제는 꽃피었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다"며 "그러나 오판이었다. 정권이 바뀌자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했고, 우리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민주주의의 완성이 우리의 과제로 남았다. 이제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서서 국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 경제적 민주주의까지 해결해야 할 때"라며 "6월 항쟁은 아직도 미완성이고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