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이화여대가 부정 입학과 성적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드러나면서 비난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유라씨의 부정 입학 특혜는 학칙까지 변경해가며 조직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대생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달 중순 정유라씨와 같은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은 담당교수의 불공정한 성적 특혜에 대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담당교수의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학교 건물에 붙였다.
이 학생은 해당 과목의 과제물을 제출하기 위해 수많은 밤을 새웠고 상당한 액수의 돈을 들였고 출석도 꼬박꼬박한 학생들보다 어떻게 수업에 한번도 나오지 않고 제대로 된 과제물도 제출하지 않은 정유라씨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냐며 분노를 표출했다.
또 다른 학생은 "어디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다른 학생들의) 정당한 노력을 비웃는 편법으로" 성적 특혜를 받은 정유라씨를 조롱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이제 우리나라 최고의 이화여대에서 이런 부정 입학 및 성적 특혜가 버젓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과목을 가르친 교수들이나 입학관계자들이 완전히 '나 몰라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교수들과 입학관계자들은 아무런 변명이나 사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해당 학과장이나 학장, 입학처장, 총장도 내부적으로 아무런 벌칙도 내리지 않고 있다.
교수협의회에서는 최경희 총장에게 정유라씨의 부정 입학 및 성적 특혜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하는 데 그쳤다. 자체적으로 나서서 징계를 내릴 생각은 전혀 없다.
생활을 해봤기에 불공정한 입학 및 학사관리가 얼마나 나쁜 일이지 잘 안다. 해당 교수나 입학관계자가 불공정하게 특정 학생에게 특혜를 줬다면, 이건 검찰이나 교육부에 조사를 맡길 게 아니라 학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려야 한다. 학과장과 학장, 총장은 뭣하러 있는가? 학생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는가?
아무런 자체 정화 없이 교수들이 서로 '나 몰라라'하고 있다면 정유라씨에게 부정 입학과 성적 특혜를 준 해당 교수뿐만 아니라 이화여대 교수 전체가 집단적으로 '나쁜 교수들'이 되고 만다.
일부는 최순실-정유라 때문에 이화여대가 불명예를 뒤짚어 썼다고 탓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화여대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 진짜 이유는 다름 아닌 '나쁜 교수들'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이화여대의 '나쁜 교수들'은 고3 수험생이 "공부를 왜 하나요?"라고 묻는 작금의 상황을 최순실-정유라의 탓으로 돌릴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 세대를 무력감에 빠뜨린 책임에서 '나쁜 교수들'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통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