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원칙

강원국 조회수 : 1,646
작성일 : 2016-11-04 14:11:02

예전에 블로그에 펌했었던건데,,,이제보니 그분이 강원국님이시네요.ㅋㅋㅋ

(그땐 그분이 이분인지 몰랐음.ㅋㅋ)

한번 읽어보세요.

중.고등 학생을 두신 부모님들..아이에게 보여주셔도 좋을듯해요.


------------------------------------------------------------------



2003년 3월 중순, 대통령이 4월에 있을 국회 연설문을 준비할 사람을 찾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늘 ‘직접 쓸 사람’을 보자고 했다.
윤태영 연설비서관과 함께 관저로 올라갔다.





김대중 대통령을 모실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통령과 독대하다시피 하면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다니.
이전 대통령은 비서실장 혹은 공보수석과 얘기하고, 그 지시내용을 비서실장이 수석에게, 수석은 비서관에게, 비서관은 행정관에게 줄줄이 내려 보내면, 그 내용을 들은 행정관이 연설문 초안을 작성했다.





그에 반해 노무현 대통령은 단도직입적이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를 원했다.





“앞으로 자네와 연설문 작업을 해야 한다 이거지? 당신 고생 좀 하겠네. 연설문에 관한한 내가 좀 눈이 높거든.”

식사까지 하면서 2시간 가까이 ‘연설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특강이 이어졌다.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열심히 받아쓰기를 했다.
이후에도 연설문 관련 회의 도중에 간간이 글쓰기에 관한 지침을 줬다.



다음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 나만의 표현방식이 있네. 그걸 존중해주게. 그런 표현방식은 차차 알게 될 걸세.
2. 자신 없고 힘이 빠지는 말투는 싫네.
‘~ 같다’는 표현은 삼가 해주게.
3. ‘부족한 제가’와 같이 형식적이고 과도한 겸양도 예의가 아니네.
4. 굳이 다 말하려고 할 필요 없네.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있네.
5. 비유는 너무 많아도 좋지 않네.
6. 쉽고 친근하게 쓰게.
7.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8. 연설문에는 ‘~등’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연설의 힘을 떨어뜨리네.
9. 때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방법이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킹 목사의 연설처럼.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11.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12. 기왕이면 스케일 크게 그리게.
13.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14. 추켜세울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추켜세우게. 돈 드는 거 아니네.
15.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16.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17. 통계 수치는 글을 신뢰를 높일 수 있네.
18. 상징적이고 압축적으로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19.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20.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21.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 되네.
22.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23. 중요한 것을 앞에 배치하게. 뒤는 잘 안 보네. 문단의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그 뒤에 설명하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을 좋아하네.
24. 사례는 많이 들어도 상관없네.
25.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26. 나열을 하는 것도 방법이네. ‘북핵 문제, 이라크 파병, 대선자금 수사…’ 나열만으로도 당시 상황의 어려움을 전달할 수 있지 않나?
27. 같은 메시지는 한 곳으로 몰아주게. 이곳저곳에 출몰하지 않도록
28. 백화점식 나열보다는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줄일 것은 과감히 줄여서 입체적으로 구성했으면 좋겠네.
29. 평소에 우리가 쓰는 말이 쓰는 것이 좋네. 영토 보다는 땅, 치하 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30.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좋은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 것도 안 되네.
31.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32.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33.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 되는 글이네.





대통령은 생각나는 대로 얘기했지만, 이 얘기 속에 글쓰기의 모든 답이 들어있다.

지금 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언젠가는 음식에 비유해서 글쓰기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1. 요리사는 자신감이 있어야 해. 너무 욕심 부려서도 안 되겠지만.
글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2.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재료가 좋아야 하지. 싱싱하고 색다르고 풍성할수록 좋지. 글쓰기도 재료가 좋아야 해.
3. 먹지도 않는 음식이 상만 채우지 않도록 군더더기는 다 빼도록 하게.
4. 글의 시작은 에피타이저, 글의 끝은 디저트에 해당하지. 이게 중요해.
5. 핵심 요리는 앞에 나와야 해. 두괄식으로 써야 한단 말이지. 다른 요리로 미리 배를 불려놓으면 정작 메인 요리는 맛있게 못 먹는 법이거든.
6. 메인요리는 일품요리가 되어야 해. 해장국이면 해장국, 아구찜이면 아구찜. 한정식 같이 이것저것 다 나오는 게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해서 써야 하지.
7. 양념이 많이 들어가면 느끼하잖아. 과다한 수식어나 현학적 표현은 피하는 게 좋지.
8. 음식 서빙에도 순서가 있잖아. 글도 오락가락, 중구난방으로 쓰면 안 돼. 다 순서가 있지.
9. 음식 먹으러 갈 때 식당 분위기 파악이 필수이듯이, 그 글의 대상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해. 사람들이 일식당인줄 알고 갔는데 짜장면이 나오면 얼마나 황당하겠어.
10 요리마다 다른 요리법이 있듯이 글마다 다른 전개방식이 있는 법이지.
11. 요리사가 장식이나 기교로 승부하려고 하면 곤란하지. 글도 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승부해야 해.
12. 간이 맞는지 보는 게 글로 치면 퇴고의 과정이라 할 수 있지.
13.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이 최고지 않나? 글도 그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야 해.






이날 대통령의 얘기를 들으면서 눈앞이 캄캄했다.
이런 분을 어떻게 모시나.
실제로 대통령은 대단히 높은 수준의 글을 요구했다.
대통령은 또한 스스로 그런 글을 써서 모범답안을 보여주었다.







나는 마음을 비우고 다짐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배우는 학생이 되겠다고.
대통령은 깐깐한 선생님처럼 임기 5년 동안 단 한 번도 연설비서실에서 쓴 초안에 대해 단번에 오케이 한 적이 없다.

강원국 (라이팅 컨설턴트, 객원 필진_)







노무현 대통령 독도 명연설

        

IP : 118.219.xxx.21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쓸개코
    '16.11.4 2:25 PM (119.193.xxx.161)

    그분의 성품이 보이네요..

  • 2. 글쓰기
    '16.11.4 2:26 PM (49.174.xxx.40)

    대통령의 글쓰기란 책에 나오는 내용이죠.
    2년도 훨씬 전에 나온 책인데, 이번에 다시 인문 베셀 1위에 올랐다네요.
    다 박근혜 게이트 덕이죠. ㅋ
    대를 이어 봐도 좋은 책입니다. 한겨례와 좆선이 올해의 책으로 뽑을 정도로요.
    강추!!

  • 3. 깜짝이야
    '16.11.4 2:36 PM (61.108.xxx.131)

    이곳에 오신줄알았어요~^^
    여기 82쿡 캡쳐해서 카톡으로 애아빠에게 보내드리라고 했거든요 ㅎㅎ
    오셨을까요? ㅎㅎㅎ
    만약에 오셨다면 간단히 인사좀해주시어요~ㅎㅎ
    좋아하실것같은데 아니면 리모콘찾던 사모님이라도 ㅎㅎ팬싸인은 아니어도 눈인사라도 ㅋㅋ

  • 4. ㅎㅎ
    '16.11.4 2:38 PM (118.219.xxx.211)

    윗님 제가 방문해달라고 블로그에 댓글달아볼게요.ㅋ

  • 5. 냉면좋아
    '16.11.4 2:39 PM (211.184.xxx.184)

    예스 24에서 대통령의 글쓰기란 책 미리보기 보시면 이 내용 나와있어요.
    책의 내용 중 일부.

  • 6. 대통령의 글쓰기
    '16.11.4 3:18 PM (110.14.xxx.45)

    꼭 읽어보세요. ㄹ혜류가 범접할 수 없는 차원임을 더욱 절감하게 됩니다. 실제로 글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요.

  • 7. 냉면좋아
    '16.11.4 3:39 PM (211.184.xxx.184)

    동영상 링크해주신 저 연설은 노대통령님이 한번에 일필휘지 하신 연설이시라죠.
    비서들의 도움없이 홀로 작성하신거라고 파파이스에서 작가님이 말씀해주신 거.

  • 8. 글쓰기
    '16.11.4 4:36 PM (182.221.xxx.208)

    존경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14552 누가 미대통령되는게 한국국민들에 유리한가요? 7 ㅇㅇ 2016/11/06 1,293
614551 어제 광화문 후기 11 모리양 2016/11/06 3,341
614550 오늘 남편이 궁금맘 2016/11/06 596
614549 청국장 보관 어떻게 해요? 4 2016/11/06 820
614548 우울증으로 낮이 더 힘드신분 계신가요~~ 12 휴~~ 2016/11/06 4,628
614547 분노한 20만 서울시민 광화문 광장 집회 스케치 총정리 2 우주의 기 2016/11/06 1,540
614546 우병우 2 한심 2016/11/06 1,258
614545 백합향수는 넘 진하면 구린내가 나네요.-.- 5 ... 2016/11/06 1,763
614544 (이와중에죄송) 미국 급히 가야하는데요. 저렴한 도시좀 알려주세.. 8 슈만 2016/11/06 1,392
614543 영국 BBC, 박근혜 퇴진 시위 주최측 추산 20만 명 운집 1 light7.. 2016/11/06 1,416
614542 11월 5일 jtbc 손석희 뉴스룸 3 개돼지도 .. 2016/11/06 1,690
614541 남편 이직으로 같이 내려가자는데요.. 18 ㅇㅇ 2016/11/06 6,579
614540 중3 2학기 기말 시험 중3맘 2016/11/06 862
614539 세월호 7시간 5 ^^ 2016/11/06 2,078
614538 속터지는 대구사위래요ㅎ 12 엠팍 2016/11/06 5,095
614537 혹시 옥중화 보시는 분들.. 여주 말투가.. 2 ㄷㄷ 2016/11/06 1,187
614536 구스이불커버 문의 4 꿀잠 2016/11/06 1,639
614535 농어촌, 섬지역 초등교사 가산점 20% 주어서 남자로만 뽑을것 1 가산점20%.. 2016/11/06 1,362
614534 대검찰청 포크레인 돌진에 이어 이번엔 대형 트럭... 9 우주의 기 2016/11/06 2,785
614533 급)엑셀 고수님 도와주세요~ 4 엑셀몰라요 2016/11/06 786
614532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건강 관리 노하우 풀어주세요.(운동 빼고.. 4 ... 2016/11/06 2,236
614531 하야 요구보다 탄핵이 정답 37 이젠자유 2016/11/06 3,642
614530 엄마가 밤에 쥐가 자꾸나시는데 좋은방법이 있을까요? 20 ㅇㅇ 2016/11/06 3,480
614529 재벌과 최순실 커넥션 삼성정유라 2016/11/06 561
614528 돈 없이도 재미있게 사는 방법.. 뭐가 있을까요? 16 질문 2016/11/06 7,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