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은 고교동창회가 있어요.
이제 40초반인데, 대학 들어가고 나서 연락되는 친구들끼리 모여 놀다가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하면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자 해서 시작하게 된 동창모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졸업 후 바로 결혼한 친구, 이혼하고 재혼한 친구, 전공도 다 달라 서로 다니는 직장 성격도 다 다르구요.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면서 안 맞는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너무 많이 생겨요.
저희때만 해도 학교에서도 그렇고 가정에서도 여자들의 사회적 진출 그런걸 크게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어요.
어머니들 대부분이 전업주부셨고 그 당시 적어도 20대 후반까지는 시집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분위기였구요.
20대 중반 접어들면서 다들 선보기 바빴어요.
내 직업보다는 결혼을 잘 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의식이 컸고 결혼 후 전업주부로 산다는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비교적 여유있던 가정환경 영향도 컸겠죠.
그렇게 해서 8명이 지금 만나고 있는데 그 중 결혼 후 바로 전업으로 들어간 친구들도 있고 회사원도 있고 교사도 있고 직업군도 다양해요.
그런데 모임이 지속되면서 느껴지는 게 있더라구요.
1. 결혼을 잘 한 친구(경제적 풍요)가 친구들 사이에서는 제일 인정받는다.
- 한 친구가 자기 남편, 시댁 얘기를 잘 안 해요. 다른 친구들이 시댁 얘기 남편 얘기 할때 거의 듣기만 해요. 남편이 전문직인데 삶의 질(?)이 친구들 사이에서 제일 높아지는게 눈으로도 보여요. 여담이지만 저 백화점 갔다가 이 친구 남편이 사람 많은곳에서 이 친구한테 버럭 하는거 본적 있었어요. 지금까지 그냥 못 본척 하고 있지만 눈치로 남편이 좀 힘들게 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한 친구가 이 친구를 정말 많이 부러워 해요. 그런데 그걸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유독 이 친구한테만 고마와 하고(같은 일을 다 같이 했는데도) 다른 친구들과 이 친구를 비교하면서 이 친구를 두둔합니다(이 친구는 가만히 있는데 괜히 격상(?)되는 형상).
2. 고등학교때 성적이 나쁘면 사회에 나와 성공해도 별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 소위 늦된다고 하죠. 고등학교때는 공부를 못 했는데 편입을 해서 좋은 대학으로 가서 잘 풀린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무슨 발언을 하면 친구들이 별로 호응도 안 해주고 좀 시큰둥합니다. 겉으로 내색은 안 해도 무시하는게 느껴져요.
이 두가지만으로도 좀 불편하더라구요. 학창시절 가장 성적이 좋았고 말수가 적은 친구는 이 모임에서 가장(?) 신뢰받는 존재구요(무슨 일에서 자존심이 너무 세다고 한 친구가 뒤에서 뭐라 한적은 있네요). 교사인 한 친구는 너무 지적하고 가르치려고만 들구요. 또 다른 친구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화 주제를 다른 사람이 맞장구 쳐줄때까지 끊임없이 꺼내요. (드라마 같은건 본 사람이나 맞장구 치잖아요. 아무도 안 봤는데 정말 끊임없이 그 얘기만 함) 한 친구는 그냥 듣기만 하는데 친구들이 좀 무시하는 편이구요. 한 친구는 힘겨운 집안 사정때문에(정신적) 종교 얘기만 하거나 가만히 있구요.. 또 다른 친구도 그냥 조용한 편이네요. 결국 몇 명이 주도하는 형국인데 잘 사는 친구에 대한 일방적인 경외감(?)을 표현하는 친구도 그렇고 눈치없이 자기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친구도 그렇고.. 말 없이 있는 친구들도 그냥 눈치보는 걸로만 보이구요.
세월이 흐르며 사는 방식이 달라 이렇게 바뀌어가는 걸까요?
함께한 시간이 길어도, 의식적으로 만나는 모임으로 느껴질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예요.
서로의 경조사때 솔선수범하는거 외에는 정말 사회에 나와 만난 사람들과 교감이 더 잘 되고 더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예요. 교사인 한 친구는 너무 나서서 이것 저것 지적을 하고 관련도 없는 잘 사는(?)친구와 비교를 해가며 그 친구를 두둔하니까 어떨때는 모임에 다녀와서 정신적으로 피로하다는 느낌마저 들어요.
저같은 느낌 가져보신 분 계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