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이 이름·콘셉트 다 정해… 문체부서 날 방패막이로 삼아
"車 감독과 촬영" SNS 올렸더니 車氏 회사서 "당장 지워달라"
3억5000만원짜리 프로젝트에 내가 받은 건 진행비 몇백만원
이제와 희생양 만들어 죽이려
"박 대통령 앞에서 늘품체조 시연회를 하고 나서 그게 체조가 맞냐느니 하면서 시끌시끌했다. 문체부 직원이 기자들에게 전화 오면 복잡해질 수 있으니 제가 제안한 걸로 하자고 했다.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되냐고 따졌지만 괜히 더 안 좋은 여론 생길 수 있으니 덮자고 했다."
지난 2014년 국민생활체조 '늘품체조'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헬스 트레이너 정아름(35)씨는 30일 인터뷰에서 "2014년 여름 차은택 감독이 '강남스타일'같이 국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활기찬 체조를 만들어달라고 제안을 했고 차 감독 회사에서 안무가도 선정해주고, 늘품체조라는 이름도 정해주고, 콘셉트를 다 정해줬다"며 "거기에 맞춰 동작을 채워넣었다"고 말했다.
정씨의 폭로는 지난해 4월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정아름씨가 먼저 콘택트한 거지 우리가 먼저 한 건 아니다. 정아름씨하고 확인을 했다. 저희가 체조를 개발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씨에게 거짓을 강요한 직원을 묻자 "지역 전화번호로 연락이 와서 이름 같은 건 기억하지 못하겠는데 문체부 서기관인가 사무관이라고 말했다"면서 "통화 내역을 조사하겠다면 언제든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체육정책관, 체육진흥과장 등 모두 한패였다"고 말했다.
정씨는 자신이 개발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선 2001년 미스코리아 서울 선 출신이어서 국가가 하는 일에 이미지가 맞고, 15년 경력의 헬스 트레이너로서 자격 요건이 충분해 뽑힌 것이라고 여겼다고 했다.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명성을 떨쳤던 차 감독이기에 업계 최고들이 모여서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씨는 차 감독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며 비밀스럽게 제작돼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평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즐겨 하는 정씨가 "차 감독님과 촬영한다"며 현장 사진을 올리자 홍보 영상을 제작한 엔박스에디트에서 "당장 지워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엔박스에디트는 차은택씨가 관련된 회사로 알려져 있다.
3억5000만원이나 되는 예산이 들어간 프로젝트였는데도 그가 받은 건 진행비 차원에서 몇백만원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계약서도 따로 없었다고 했다. 문체부에서 '코리아체조'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도 늘품체조 제작 중에 알게 됐다. "그렇게 예산이 많이 들어갔는지 최근에 알았다. 시연 뒤 문체부에서 저작권을 기증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무언의 압력이라고 생각했다. 2015년 1월 초에 안무가와 함께 기증했다. 통장 내역 까라면 깔 수도 있다. 만들라 해서 만들어주고, 숨기라 해서 숨겨주고, 내놓으라 해서 내놓았더니 이제 나 하나 희생양 만들어 죽이려고 하는 꼴이다. 너무 화가 나 차 감독에게 욕하는 문자를 남겼는데 답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