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 둘이서 각각 다른 나라에 취직했어요.
제가 일이 바빠서 둘다 떠날때 짐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고
지금 있는 곳에 방 얻고 그런 것도 애들이 말해서 알고 있을 뿐 하나도 거들어주지도 못했네요.
아이 둘이 있는 곳이 각각 다른 대륙이라서 한번에 가볼수도 없어서
어떻게 하나 그냥 맘만 분주했어요.
지난 주에 직장에 짧은 휴가를 내어 우선 둘째 있는 곳에 가봤는데
애가 얻은 스튜디오가 아주 안전한 곳이고 애가 직장에 다니기도 좋은 곳이더군요.
제가 온다고 애가 직장에 미리 며칠 휴가를 내었어요.
중간에 하루는 직장의 본부에서 뭔 교육때문에 누가 왔다면서 한번은 가야했고
하루 저녁은 애가 뭘 배운다고 다니는 학원에 가야 하는 날이라서 함께 다녀왔어요.
애는 안가겠다고 하는걸 제가 일주일에 한번 가는걸 못가면 진도 따라잡기 어렵다고 같이 가자 했어요.
제가 출국할 때 감기가 심한 상태여서 거기 가서도 편히 지내면서 가까운 곳만 봤어요.
도착한 날은 애가 미리 끓여놓은 닭도리탕 데우고 애가 압력밥솥에 현미밥 해서 먹고 그랬어요.
좋은 레스토랑에도 가보자고 해서 저녁은 몇번 사먹기도 했구요.
스튜디오라서 작기는 하지만 혼자 지내기엔 아주 쾌적하고 무엇보다 야경이 끝내주게 좋더군요.
혼자서 지내기엔 냉장고도 넉넉하고 애가 원래 야무져서
작은 살림이지만 잘 정리해두어서 제가 무척 안심했어요.
하루 저녁엔 자기가 2주에 한번씩 가는 친구네 모임에 함께 가자고 해서 다녀왔어요.
우리 애보다 대략 3년에서 6년 정도 더 나이 있는 애들인데
외국 애들은 나이와 무관하게 친구 삼으니까요.
그 모임은 매주 열리는데 우리 애는 직장 때문에 격주로 간다네요.
다들 함께 음식 재료 가지고 모여서 음식도 함께 만들어서 먹고,
와인도 여럿이 가져오기도 하고, 케익도 디저트도 다 만들어서 먹는 모임이예요.
손이 여럿이라서 일도 쉽게 되더라구요.
젊은 애들이 남자고 여자고 어찌나 다들 요리를 척척 하는지 무척 놀랐어요.
물론 그릇이나 수저와 포크도 모두 제각각이고 이빠진 것도 전혀 상관 없구요.
웰빙과 환경에 소신이 있어 일회용품은 안 쓰더라구요.
음식하면서도 먹으면서도 다들 얘깃거리가 끊이지 않고 직장 얘기, 공부 얘기..
젊은 애들이 이렇게 좋은 모임을 꾸준히 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애가 저하고 다니면서 뭐든지 살때도 저녁먹을 때도 자기가 카드로 계산한다고 해서
저를 무척 당황스럽게 했네요.
거기서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실랑이를 하기도 그렇고 해서
떠나는 날에 애 서랍에 현금 넣어두고 공항으로 가는 차 떠나기 전에 애한테 말했어요.
우리 애들 어릴 땐 정말 가난한 살림에 이 애들 어떻게 키우나 걱정이 태산같았는데
이렇게 듬직하게 커주어 마음이 무척 놓이네요.
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 애들 이렇게 잘 큰거 우리 어머니도 보셨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싶어
허망하게 떠나신 친정 어머니 생각에 울적했어요.
좋은 일 있을때 더 많이 생각난다는 말이 맞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