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인 아들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몇달전부터 저에게 동의를 구하곤 했는데
강아지 자체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집안에서 키운적도 없고, 좁은 집에 냄새도 신경쓰이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스러워서 안된다고 했었어요.
근래 남편이 갱년기인지 의기소침해 하고 말수도 줄길래 집에 귀염둥이 들이면
분위기도 좋아지겠다 싶어서 반허락을 한 상태였어요.
그랬더니 여기 저기서 강아지 정보를 얻어서 보여주고 강아지 사진도 보여주며
내일모레인 일요일에 강아지 분양한다는 가정집에 다녀오자고 하더라고요.
마음이 완전히 좋은건 아니지만 극구 안된다 하기도 그런 어정쩡한 상태인데
어제 갑자기 동생인 딸아이가 강아지 입양에 반대한다고...
비용도 많이 들고 외출을 별로 안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자기가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도저히 안되겠던가봐요.
둘이 이 내용을 가지고 가족톡방에서 살벌하게 싸우더라고요.
보다 못해 제가 나서서 너무 급하게 서두른 감이 없지 않아 있는건 사실이니 신중하자고 했고,
유기견 보호센터에서의 봉사나 애견카페 같은데서 알바라도 해보며 경험을 가져보는건 어떠냐고 했는데
이런 말에는 반응을 안하더라고요.
결국 아들이 안키우겠다고 맘을 접긴했는데 맘이 많이 안좋은가봐요.
어젠 밤늦게 들어왔고 오늘 아침에는 얼굴 마주치는 것도 피하며 일체 말을 안하더라고요.
저도 굳이 말 붙이지는 않은채 출근했는데 제가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설프게 위로하는 것도 별로인거 같고, 내내 모르쇠 하기도 그렇고요.
아들이 택배로 강아지 용품을 샀는지 개봉 안한 택배 상자가 현관앞에 있는데 저도 맘이 너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