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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붕괴 22주기] 희생자들의 이야기

... 조회수 : 27,017
작성일 : 2016-10-21 15:09:50
♣ 화가 꿈꿨던 故 이연수 양 (사고당시 17세)

연수양은 대기업 임원인 아버지를 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사고 3년전 울산에서
압구정동으로 이사를 왔지만, 당시 강남 8학군 고등학교의 정원초과로 인해 할 수 없이
한강 건너 무학여고에 진학을 하게 됩니다. 화가를 꿈꿨던 연수양은 학교 축제에
출전할 미술작품을 내느라 사고 당일 새벽 2시에 잠이 들었고, 집에서 평소보다 10분 늦게 나간 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 성수대교에서 생을 마감했어요. 연수양의 가방속에서는 '아빠, 사랑해요!' 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가 발견되어 당시 많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만들었답니다. 연수양은 현재 96년 사망한 아버지와 나란히
용인 천주교 묘지에 잠들어 있습니다.

♣ 시신 기증한 예비 초등교사 故 이승영 씨 (사고당시 20세)

승영씨는 서울교대 3학년에 재학중인 예비 초등교사 였어요. 동대문의 안평국민학교(현 안평초등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갔던 그녀는, 반포동 자택에서 늘 16번 버스를 이용해 출근을 했었지요. 그러나 그 날의 출근길이 결국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늘 아이들을 사랑하고 뛰어난 봉사정신을 가졌던 그녀는, 평소 자신이 죽으면 장기나 시신을 기증하겠다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그녀의 뜻대로 그녀의 시신은 안암 고대 병원에 기증되었답니다.

♣ 성실했던 버스 운전기사 故 유성열 씨 (사고당시 46세)

사고 버스의 운전기사 였던 유성열씨는 평소 말수는 없었지만,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아주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해요.
두 딸과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부인을 둔 그는 92년까지는 관광버스를 운전했지만 그 후 시내버스 회사로 이직,
16번 버스의 운전대를 잡다가 결국 불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사고버스의 바로 뒤 차의 운전자였던 동료 최 성태씨는 사고당일 버스안에서 동료의 죽음을 듣고 펑펑 울었고, 지금도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고 해요.

♣ 8학군 위해 무리하게 온 이사가 죽음으로... 故 황선정 양 (사고당시 16세)

황선정 양은 93년 관악구에서 강남구 일원동으로 이사를 왔어요. 환경미화원 공무원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일원동에 새로 지어진 공무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지요. 똑똑한 딸 선정양을 위해 아버지는 8학군으로 이사를 왔지만, 안타깝게도 8학군 고등학교의 정원초과로 인해. 코 앞의 고등학교를 두고 선정양은 멀리 한강건너 무학여고로 배정을 받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늘 "우리집이 생겼는데 무슨 상관이에요" 하면서 밝은 마음으로 학교를 다녔던 선정양은 등굣길에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아버지 황인옥씨는 사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딸을 잊지 않고 추도식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아픈 부모님 돕던 故 배지현 양 (사고당시 16세)

지현이는 부모님이 가게에서 돌아오는 오후 11시까지 매일같이 기다렸다 저녁식사를 차려드리고
밤늦게 잠이 들곤해 학교에서는 '또자'가 별명인 잠보였다. 만성 신부전증을 앓는 어머니와
십이지장 출혈로 수술을 한 아버지를 대신해 소녀가장 역할을 하느라 늘 수면부족에 시달리던 그녀는
비로소 죽어서야 편히 쉴 수 있게 된 그녀에게 친구들은 눈물의 편지를 썼다.
"당장은 너를 볼 수 없겠지만 언젠가는 널 꼭 만날 수 있을거라 믿는다"
"넌 평소에 잠이 많았잖아. 맨날 책상에서 불편하게 눕지않고 이제는 편히 오래 잠드려므나"

♣ 장거리 통학에도 웃음 잃지 않던  故 백민정 양 (사고당시 16세)

백민정양은 사고 몇 달전 분당으로 이사를 갔었어요. 그녀는 동네 학교에 자리가 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지하철과 버스를 여러번 갈아타고 원래 학교인 무학여고로 1시간 넘는 장거리 통학을 하였는데요, 그러나 그녀는 지각한번 하지 않던 아주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었습니다. 붕괴사고 바로 다음날 나온 중간고사 결과에서 전교8등을 한 그녀의 책상에는 국화꽃 여러 송이와 주인잃은 성적표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 정 많았던 필리핀인 故 아델 아이다 (사고당시 40세)

필리핀인 아델 아이다는 1990년, 아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동대문구 장안동의 대동실업에서 미싱시다로 일했던 그녀는 아침 출근길 버스안에서 변을 당했는데요. 동료 박미나씨는 그녀가 정이 많아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밤새 병간호를 해주던 기숙사의 큰언니 였다고 회고합니다.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그녀는 결국 싸늘한 시신이으로 오동나무 관에 실려 대한항공 비행기 편으로 필리핀 가족에게 인도되었습니다.

♣유일한 중학생 故 이소윤 양 (사고당시 15세)

소윤양은 사고 한 달전 잠원동으로 이사, 버스를 이용해 통학을 하고 있었습니다. 비가 오던 날이라 차가 막힐 것을
우려했던 소윤양은 평소보다 10분정도 일찍 나와 현 반포역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지만 그것이 결국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소윤양의 단짝 이 혜원양은 사고 일주일 전 어린이 대공원으로 간 학교 소풍에서 소윤이와의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붉힌 채 영구차에 올라 친구의 마지막을 배웅했습니다.

♣궃은일도 마다않던 아파트경비원 故 지수영 씨 (사고당시 47세)

지수영씨는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사고당일 아침, 밤샘 교대근무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택인 행당동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던 지씨는 결국 그것이 마지막 모습이 되었는데요. 동료 경비원들은 그가 항상 남들이 기피하는 궃은일도 솔선수범해서 하는 사람이었다며 그를 회고했습니다. 지씨의 아내는 성수대교 12주기에서 예전엔 원망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나와 내 남편의 운명이라 생각한다며 담담히 말했는데요, 만약 살아있었으면 두 자녀의 손자를 볼 나이였을 지씨. 그러나 단지 그의 이름 세 자만이 쓸쓸히 추모비에 새겨져 있을 뿐입니다.


그 외의 희생자 명단

강용남 (52·은평구 갈현동)
김광수 (29·양천구 신정동)
김동익 (45·강남구 역삼동)
김원석 (40·성동구 성수1가)
김정진 (66·성동구 광장동)
김중식 (30·동작구 사당동)
류진휘 (42·강남구 역삼동)
문옥연 (39·동작구 동작동)
백정화 (34·중랑구 묵동)
성봉식 (20·과천시 과천동)
송근종 (46·도봉구 번동)
유상해 (48·군포시 금정동)
윤현자 (49·강남구 삼성동)
이기풍 (59·서초구 방배동)
이덕영 (50·강남구 압구정동)
이정수 (40·동작구 동작동)
이흥균 (56·강남구 역삼동)
장영오 (52·강남구 압구정동)
최정환 (55·강남구 삼성동)
장세미 (18·강남구 청담동)
이지현 (17·강남구 수서동)
조수연 (16·강남구 삼성동)
최양희 (16·강남구 대치동)

IP : 192.99.xxx.25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고
    '16.10.21 11:54 PM (223.38.xxx.165)

    가슴이 먹먹하네요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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