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가 방과후 교실에서 로봇과학을 해요.
만들다 만 것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아빠에게 같이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남편은 조립설명서를 읽더니 안된대요.
왜냐면...
"조립설명서에 '부모님이 함께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없어서" 안된대요. -ㅁ-;;
그렇다고 또 같이 안해주지도 않아요.
바로 옆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아이가 잘못한다거나
아직 힘이 없어서 안되는 부분을 해줘요. 이건 뭔지..
2. 주말에 아이의 또래 친구들과 체육활동하는 곳에 남편이 따라온 적이 있어요.
엄마들이 아이들을 수시로 돌보느라고 제대로 못 쉬는 걸 보더니
그 다음주에 또 따라오더라고요.
자기가 체육 수업 후 아이들을 볼테니 편하게 이야기하시라고..
천방지축 남자아이가 5명이라 고생 꽤나 하겠네... 했는데 웬걸,
2시간 정도 후에 남편은 멀쩡하게, 아이들 5명은 헉헉거리며 땀을 흘리고 오더라고요.
아이에게 뭐했냐고 물어보니 아빠는 나무 그늘에서 지시만 하고
자기들은 쉴새없이 뛰었대요.
"여기부터 저 나무까지 뛰어갔다오기! 선착순 2명!"
"여기부터 저 산책길까지 뛰어갔다오기! 선착순 2명!"
"저기에 있는 운동기구 20번 움직이기! 선착순 2명!"
뭐 그런 식으로 지시만 했대요.
저는 어이가 없고 다른 엄마들 눈치가 보였는데 아이들은 재미있었다고
아저씨 다음 주에도 또 오시면 안되냐고 하더라고요.
남편은 그렇게 여름에는 뛰게 하고, 겨울에는 눈썰매 타게 하면서
종종 놀러왔었어요.
3. 아이가 배가 불룩하게 나온 남편의 셔츠를 들춰서 이러저리 보더니
아빠는 배꼽이 없고 큰 구멍이 있다는 거예요.
남편이 좀 비만이라 배꼽이 안으로 쏙 들어갔거든요.
저는 살을 빼겠다거나 아빠도 배꼽이 있다거나 그런 대답을 할 줄 알았는데
남편은 아이에게
"그럼 우리 이 구멍에 흙담고 씨 심어서 키울까?" ㅠ ㅠ
아이가 아빠의 말을 듣더니 잠시 생각하다가 그런 건 자기가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내일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여쭤보겠대요.
(자기 생각에도 얼마나 아빠 말이 황당하게 들렸겠어요.......)
저런 남편 덕에 같이 사는게 심심하지는 않은데
뭐랄까... 아이에게 진중함이 안 보일달까 좀 그러네요.
언제나 친구같은 아빠도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