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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의 독특한 육아이야기 몇 개..

독특해요 조회수 : 4,329
작성일 : 2016-10-20 21:42:53

1. 아이가 방과후 교실에서 로봇과학을 해요.

만들다 만 것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아빠에게 같이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남편은 조립설명서를 읽더니 안된대요.

왜냐면...


"조립설명서에 '부모님이 함께 도와주세요'라는 말이 없어서" 안된대요. -ㅁ-;;


그렇다고 또 같이 안해주지도 않아요.

바로 옆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아이가 잘못한다거나

아직 힘이 없어서 안되는 부분을 해줘요. 이건 뭔지..


2. 주말에 아이의 또래 친구들과 체육활동하는 곳에 남편이 따라온 적이 있어요.

엄마들이 아이들을 수시로 돌보느라고 제대로 못 쉬는 걸 보더니

그 다음주에 또 따라오더라고요.

자기가 체육 수업 후 아이들을 볼테니 편하게 이야기하시라고..

천방지축 남자아이가 5명이라 고생 꽤나 하겠네... 했는데 웬걸,

2시간 정도 후에 남편은 멀쩡하게, 아이들 5명은 헉헉거리며 땀을 흘리고 오더라고요.


아이에게 뭐했냐고 물어보니 아빠는 나무 그늘에서 지시만 하고

자기들은 쉴새없이 뛰었대요.

"여기부터 저 나무까지 뛰어갔다오기! 선착순 2명!"

"여기부터 저 산책길까지 뛰어갔다오기! 선착순 2명!"

"저기에 있는 운동기구 20번 움직이기! 선착순 2명!"

뭐 그런 식으로 지시만 했대요.

저는 어이가 없고 다른 엄마들 눈치가 보였는데 아이들은 재미있었다고

아저씨 다음 주에도 또 오시면 안되냐고 하더라고요.

남편은 그렇게 여름에는 뛰게 하고, 겨울에는 눈썰매 타게 하면서

종종 놀러왔었어요.


3. 아이가 배가 불룩하게 나온 남편의 셔츠를 들춰서 이러저리 보더니

아빠는 배꼽이 없고 큰 구멍이 있다는 거예요.

남편이 좀 비만이라 배꼽이 안으로 쏙 들어갔거든요.

저는 살을 빼겠다거나 아빠도 배꼽이 있다거나 그런 대답을 할 줄 알았는데

남편은 아이에게


"그럼 우리 이 구멍에 흙담고 씨 심어서 키울까?"   ㅠ ㅠ


아이가 아빠의 말을 듣더니 잠시 생각하다가 그런 건 자기가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내일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여쭤보겠대요.

(자기 생각에도 얼마나 아빠 말이 황당하게 들렸겠어요.......)




저런 남편 덕에 같이 사는게 심심하지는 않은데

뭐랄까... 아이에게 진중함이 안 보일달까 좀 그러네요.
언제나 친구같은 아빠도 좋을까요?

IP : 119.71.xxx.143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기요
    '16.10.20 9:49 PM (121.171.xxx.92)

    좋은 아빠 같아요.
    사실 다른 남자들 집에 아이 좀 돌봐달라고 해도 엄두안난다는 사람 많아요. 내아인데도요.
    근데 다른 아이들까지 재미나게 돌볼 사람이면 좋은거예요.
    우리남편봐도 기껏해야 놀이터에 애들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서 나눠주는 정도거든요.

  • 2. ㅁㅁ
    '16.10.20 9:49 PM (211.36.xxx.126) - 삭제된댓글

    저게 독특한거에요? 공감능력 부족해보임..

  • 3. ...
    '16.10.20 9:51 PM (58.146.xxx.73)

    자랑 이신듯.^^

  • 4. 백점짜리네요
    '16.10.20 9:54 PM (108.14.xxx.75)

    진정 자랑글

  • 5. 주도적으로하게
    '16.10.20 9:58 PM (58.224.xxx.11)

    이비에스를 봐도 아이작업을 건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 6.
    '16.10.20 9:59 PM (68.41.xxx.10)

    일단 자랑계좌에 입금부터 하시고요..

    아이와 소통 혹은 같이 보내는 시간 전혀 없이 아빠로서의 권위만 내세우는 가부장적인 아빠들보다 훠~~~ㄹ 낫습니다..

  • 7. adf
    '16.10.20 10:16 PM (218.37.xxx.158)

    원글님 결혼 잘하셨네요. 축하요~~ ^^

  • 8. 345
    '16.10.20 10:20 PM (121.131.xxx.23)

    아내가 너무 남편의 진가를 모르고 계신것 아닌지?

    진지하게 이걸 독특하다 하면 ...
    진짜 독특한건 뭔지? 궁금해지네요

    독특한게 아니라 남편이 머리가 좋으시네요. 요령도 있구요..
    자랑글이예요. 이 정도면..^^
    자랑계좌에 만원 입금하셔요ㅋ

  • 9. ,,
    '16.10.20 10:46 PM (70.187.xxx.7)

    남자 성향인데 이게 왜 놀랍죠? 남자 형제자매나 사촌, 아빠, 삼촌 겪으면 알 수 있는 부분인데 처음인가 보네요.

  • 10. aaa
    '16.10.20 10:52 PM (147.46.xxx.199)

    덕분에 웃었어요.
    혹 울 남편이 아빠가 되었다면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싶네요.
    종종 조카들이나 친구네 아이들 모였을 때 비슷하게 놀아줘요.
    좀 더 심한 건 부모가 안 되어봐서인지 동심파괴도 종종 합니다.
    예를 들면, 원글님 남편처럼 아이들의 경쟁심을 유발하는 놀이를 만들어내긴 하는데....
    그 내용이 어른들 용어로는 '시체놀이'에요...ㅋ
    식당에서 시끄럽게 놀던 아이들이 갑자기 조용해 져서 보니
    아이들에게 죽은 척하고 오래 참기 이런 걸 시키는 거죠.
    반전은 역시...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삼촌이라는 겁니다. ^^

  • 11. 하하하..
    '16.10.20 11:15 PM (210.221.xxx.239)

    정말 좋은 아빠이신 것 같아요...

  • 12. ㅎㅎ
    '16.10.20 11:26 PM (175.223.xxx.182)

    아이에겐 나름 재밌고 좋은 아버지같아요.
    세상을 잘 알고 요령있어 초탈한 느낌도 들구요.

  • 13. 푸우우산
    '16.10.21 12:10 AM (220.80.xxx.165)

    어머~~부러워요.유머가 퐁퐁 샘솟는 남편이시네요.제가 약간 그런데 울집남자는 유머를 다큐로 받고 주는 사람이라 정말 따분해요

  • 14. ㅇㅇ
    '16.10.21 12:18 AM (24.16.xxx.99) - 삭제된댓글

    진지하게 이걸 독특하다 하면 ...
    진짜 독특한건 뭔지? 궁금해지네요 22222

    ㅋㅋ 쓸 곳에 ㅠㅠ 를 쓰신듯.

  • 15. 남편분 귀엽네요
    '16.10.21 1:00 AM (49.1.xxx.123)

    좋은 남편 두셔서 부러워요.
    원글님이 남편분 많이 이뻐해주세요.

  • 16. 웃음
    '16.10.21 9:17 AM (223.62.xxx.74)

    아이의 눈높이에서 진정한 소통이 되는 남편분이시네요.
    원글님 좋으시겠어요.

  • 17. 독특한게 아니군요
    '16.10.21 10:38 AM (119.71.xxx.143)

    그렇군요. 많은 남자분들의 성격이었군요.

    70.187님 말씀처럼 저는 주변에 남자가 없어서 정말 독특하고 황당하다..라고 생각했었어요.
    아빠는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셨고, 남자 형제없고, 여중에, 남녀합반아닌 고등학교 나와서
    대학은 기숙사에서 다녔어요. 남편은 대학 때 만나 결혼해서 다른 남자 없었고요.
    그래서 남편을 이해해보려고 화성남자, 금성여자 같은 책도 보고 그랬었어요.

    이해하고 말고 할 부분이 아니었네요.
    남편이 좋은 아빠라니 새삼 고맙네요. 답글 달아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려요. ^^

  • 18. 독특한게 아니군요
    '16.10.21 10:42 AM (119.71.xxx.143)

    자랑계좌 입금 대신 세월호 스카프 두세트 사서 제 목에도 두르고
    주변에도 나눠드릴게요. 봄에도 샀는데 주변에서 다 가져가셔서 없었거든요. ^^

  • 19. ..
    '16.10.21 11:13 AM (211.253.xxx.253)

    아 부러워요
    생각이 있는 아빠시네요.
    진정
    다 떠먹여주는 사람이 좋은건 절대 아니지요.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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