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집에 혼자 사는 남자가 이사나갔어요.
마침 볼일있어 엄마집에 들렀는데..
방을 어떻게 해놓고 나가는지 보라고 해도
엄마는 그냥 내가 치우지뭐 이러면서 대수롭잖게 여기더라구요.
엄마랑 돈주고 받고 그남자는 사라졌고..
방이 어떻게 됐나 보러갔다가 기함했네요.
딸이 3년 같이 살다가 서울로 대학가서
남자 혼자 살았는데요..
와... 할 말을 잃었네요.
아이가 쓰던 고등학교 교과서 참고서 각종 필기구
에어컨 컴퓨터 부품
찌그러진 여행용 가방 두개 등등이 방절반에 널부러져있고요
개수대에는
후라이팬 접시 밥그릇 기름 둥둥떠다니는채로 담겨져있고요
가스렌지 기름때 잔뜩 낀거 그대로 있고
숟가락 젓가락 그대로있고
온갖세제 간장 참기름 물엿 그대로 있네요.
화장실 쓰레기통 비우지도 않고 며칠째 쌓인 쓰레기 그대로 있고
방에는 찌그러진 헹거4개 서랍장 나뒹굴고 있네요.
말그대로
지 몸하고 입을 옷
이불만 가지고 갔네요.
대체 이걸 누구보고 치우라고 이래놓고 간걸까요??
왜 이런걸 확인 안하고 그냥 보냈냐고
진짜 짜증이 미친듯이 솟구쳐서
애꿋은 엄마에게만 막 화를 냈네요.
엄마말이
이방에 이사온사람들이 이래놓고 안나간 사람이 없다고..
예전에 아가씨 하나는 개를 키웠는데
지가 10여일 집비운사이 개가 죽었어요.
진짜 문열고 그 역겨운 냄새에 숨을 못쉬겠더라구요
개가 얼마나 돌아다니며 장판을 뜯었는지
성한데가 없고요
곳곳에 놓여있는 개똥
담뱃재에 온갖 옷들이 널부러져있고
진짜 방에 발을 못 디딛겠더라구요.
그뒤 부부가 어린딸이랑 살았는데
그네들 역시 나간 뒤 모습은
세상에 이런일이
나올만큼 개판 쳐놓고 나갔네요.
그 뒷감당은 오롯이
엄마몫이구요.
왜 번번이 이런식으로 내보내냐
다 가져가라 해라
가서 이사간동네에서 버리라 해라 고 해도
엄마가 말을 안들어요.
그래서 더 미칩니다.
오늘 내다버린 쓰레기만 해도
고물상에 네번 왔다갔다했고요
30리터 봉지에 두개가 남아있고요
각종 프라스틱 유리병이 한 마대가 있습니다.
화장실 휴지까지 안버리고 간 인간
도저히 쓰레기통에서 화장지 빼낼 비위없어서
통째로 쓰레기봉투에 담았어요.
정말 돈없어서 노인네들뿐인 주택에 세들어살아서
쨘하다 생각했는데
해놓고 나가는 꼴을 보니
도저히 좋은 소리 안나오네요.
저따구로 정신없이 사니 돈이 모이나
그런 생각밖에 안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