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입대 전 학생운동 한 장병 휴가 때 ‘사찰’
ㆍ동아리 활동 미행 사진 촬영·입대 전 통신자료 열람도
ㆍ여자친구 행적 들먹이며 압박…면전선 “내가 당신 담당”
국군기무사령부가 군 입대 전 학생운동 전력을 빌미로 현역으로 복무 중인 병사를 사찰한 정황이 포착됐다.
1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에 따르면 기무사는 2014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 산하부대에서 인사병으로 근무했던 윤모씨(28)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내사하다가 사건을 종결했다.
이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윤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제대를 두 달 앞둔 윤씨는 올해 6월29일 오전 11시쯤 부대 행정보급관으로부터 “행정반에 대기하라”는 호출을 받았다. 오후 1시30분쯤 행정보급관은 윤씨를 부대장실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부대장뿐 아니라 기무사 수사관이 대기 중이었다.
수사관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힌 출석요구서를 건넸다. 이어 주임원사실로 이동해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수사관은 윤씨가 작년 7월30일 휴가 기간에 숙명여대 건물로 들어가는 사진을 보여줬다. 입대 전 몸담았던 학술 동아리가 주관한 포럼이 끝난 뒤 뒤풀이 행사에 참석한 날이었다. 수사관은 “○○○○는 일반 동아리가 아닌 운동권 서클”이라며 “정치적 행사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윤씨는 “○○○○는 주 1회 세미나를 개최하고 강연회와 멘토링, 학술지 발간 등을 해왔다”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뽑는 100대 동아리에 선정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기무사에서 윤씨를 여러 날에 걸쳐 미행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뒤풀이 다음날인 7월31일 서울대에서 열린 다른 행사에도 윤씨가 간 사실을 알고 있어서다. 윤씨는 “수사관이 ‘내 얼굴이 익숙하지는 않으냐. 내가 당신 전담이다. 오고 가며 여러 번 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관이 ‘여자친구 ○○씨 유명하지 않으냐. 위안부 문제가 열리면 (집회에) 매번 가지 않느냐’는 식으로 언급했다”고 윤씨는 전했다.
윤씨는 입대 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은 없다. 다만 집회·시위법 위반 혐의로 몇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소속부대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윤씨에게 ‘휴가 제한 3일’의 처분을 내렸다.
기무사는 이 의원실에 “윤씨는 입대 전 한대련(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주관 각종 불법 집회에 참가했다. 입대 후에도 학생운동단체가 주관한 모임에 참석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내사를 진행한 것”이라며 “수사로 전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기무사는 입대 전 사회활동을 이유로 윤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피내사자로 간주해 광범위한 사찰을 진행했다”면서 “장병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준법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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