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빤히 쳐다보는 남자들이 있으면
혹시 내가 지퍼를 안 올렸나
바지에 뭐가 묻었나
별의별 생각을 하며 걸어갑니다.
사실 전 거리에서 사람들을 유심히 보는 성격이 아니라서
누가 나를 보든말든 잘 몰라요.
근데 오늘 아침 집에서 종종걸음 역으로 향하던 길
남자들이 아닌 여자들이 특히 힐끔힐끔 쳐다보는 걸 느꼈어요.
뭐지.
오늘은 유난히 시선을 느꼈어요
뒤통수에도.
기분이 이상해서 복장 점검.
문득 오늘 입은 치마를 내려다 보니
늘 입던 블랙 A라인 스커트가
회색빛으로 보이는 겁니다.
어라?
요새 한짝눈에 번쩍번쩍 비문증 증세가 있더니
오늘은 그게 도졌나
자세히 보니
스커트 겉감이 뒤집어져 말려 허벅지까지 올라와 있고
회색빛 치마는 붙어 있는 하늘하늘 속치마였네요.
제가 ..바쁜 아침에는 스커트가 거추장스러워서
집에서 출근 준비하면서
치마를 말아올리고 있거든요.
스타킹 신기도 수월하고.
한번도 잊고 나간 적이 없는데
오늘은 말아올린 채로 나갔네요.
보통 엘리베이터에서 전신 거울 한번 보는데
오늘은 거울이 안 붙어 있는 오른쪽 엘리베이터에 타는 바람에 ...
굳이 또 변명하자면
긴 거울을 깨먹어서 현재 전신거울이 집에 없어요.
그리고 스커트를 말아올리면 뭔가 불편감이 있어야 할 텐데
전혀 몰랐어요.
요즘은 살이 오동통 쪄서 뭘 입어도 늘 끼고 불편했거든요.
너무 황당해서 미친듯 치마 겉감을 내리면서
빠른 걸음으로 종종 사라졌습니다. 그 거리에서.
사태의 레벨이 웬만~해야
어머 내정신좀봐! 하면서 수줍은 듯
얼렁 내리며 갈텐데
오늘 아침 수준은
테러 수준으로
남자들은 차마 대놓고 보지 못했으며
여자분들은 어머어머..웬 미친여자야.. 무서워..캭
하며 대놓고 본 것 같습니다.
아침에 멀쩡하게 풀메이크업하고
치마 앞을 홱 까집고 돌아다니는 여자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시겠어요?
제가 그런 여자를 마주쳤다면 소름이 쫙 끼쳤을 거 같아요.
누군가 사진으로 찍지 않았길 바랍니다. ㅜㅜ
하하하
그저 웃지요
넘 늙어서 그런지 부끄럼 세포조차 증발해 버렸나 봅니다. 40중
사실 하나도 안 창피해요. 미쳤나 봐요.
지각하느냐 마느냐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어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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