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웃자고 한 소리라고?
2016.10.07
어제 국감 국방위에서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이 jtbc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프로그램에서 MC를 본 김제동이 “군 회식 자리에서 사회를 보다 별 넷 장군 사모님에게 아주머니라고 했다가 영창 13일 갔다 왔다”이라고 한 발언의 진위에 대해 국방장관에 질의하고 한민구 장관이 답변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그게 국회 국감위에서 다룰 사안이냐, 국회가 그렇게 한가하냐“는 등 백승주 의원을 비난하며 김제동을 옹호하는 네티즌들과 ”방송에서 거짓말로 선동하는 것은 잘못되었고, 해당 장군과 그 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임으로 김제동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김제동을 비난하는 네티즌들로 양분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저 정도 사안은 국감위에서 질의할 만큼의 중대한 것이 아니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김제동이 한 말이 거짓말이냐 사실이냐의 여부는 저것이 국감 질의감이 되느냐의 여부와 별개로 따로 다루어져야 하고 또 규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제동은 어제 저녁 이재명 성남 시장의 토크쇼에 나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제동의 반박 동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bFiAotD-XB8
저는 김제동이 흥분하며 반박하는 이 동영상을 보고 김제동이 참 비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측은하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신의 발언의 진위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고, “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덤벼든다”며 조소를 날리거나 자신이 방위가 된 배경, 현재는 북핵문제라는 엄중한 시기라는 점, 방산비리 등 이번 문제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로 핵심이나 본질을 희석하고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면서 다른 핑계를 늘어놓고 있습니다.
자신은 웃자고 한 소리였다는데 김제동은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런 말을 할 때는 자신의 의중이 분명히 실린 것이라는 걸 자신부터 알텐데 웃자고 한 소리라고 태연히 말합니다. 방청객들도 그 말을 웃자고 한 소리로 들었을까요? 김제동의 저 말을 듣고 방청객들은 군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했을까요? 방청객들이 웃으면서도 진지하게 그 속 뜻을 새기는 것을 김제동도 보았을 것이고, 그리고 김제동도 자신이 의도한대로 방청객이 받아주고 있다는 것에 속으로 웃지 않았을까요?
“걱정말아요 그대”라는 프로그램이 단순히 웃기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걸 김제동은 모르고 MC를 맡았습니까?
백번 양보해 김제동은 웃자고 했다고 치더라도 당해 장군과 그 부인은 뭐가 됩니까? 해당 장군은 전 국방장관이었고 통합민주당 국회의원을 지낸 조성태라고 하는데 조성태 장군과 그 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최소한 사과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뿐만 아니라 당시의 50사단 헌병대와 김제동이 근무한 부대의 관련 군인들도 김제동 때문에 몰상식하고 전근대적 사람으로 몰렸는데 이들에게도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습니까?
자신이 한 말이 웃자고 했던, 진지하게 했던 사실과 다르게 지어낸 것이라면 그것을 고백하고 자신의 거짓말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게 찾아가 직접 사과는 못 하더라도 SNS나 토크쇼에서라도 사과하는 것이 도리가 아닙니까?
하지만 김제동은 어제 토크쇼에서 자신의 말의 진위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고 관련 당사자들에게도 어떤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말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웃자고 한 소리였다고 변명하면서도 이에 반하는 말도 이어갔지요. 방산비리, 북핵의 엄중한 상황에서 국방부의 모습 등 군과 국방부를 비판 혹은 비난하는 소리를 늘어놓는다는 것은 자신의 “13일 영창”발언이 결코 웃자고 한 소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김제동은 웃자고 한 소리였다고 말했지만, 뒤이어 한 말에서는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죠.
군과 국방부를 비판하기 위해 “13일 영창”을 꺼낸 것이고, 당시 방청객들도 김제동에게 동조하고 그 영향으로 군과 국방부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13일 영창” 발언이 절대 웃자고 한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김제동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더 가관인 것은 그 다음이지요.
국방위가 부르면 언제든지 가겠다면서 당시 회식이 일과 후 6시 이후에 있었던 것인데 이건 군법 위반이라며 이런 거 따지면 국방부가 더 곤란할 것이라고 큰소리치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현역으로 군복무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현역들은 24시간 영내에 있으면서 오후 6시 이후에도 잡일이나 훈련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현역들을 오후 6시 이후에 훈련하고 눈 치우기 등의 작업에 동원하면 군법을 위반한 게 됩니까?
방위는 신분상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모르지만, 군인이라면 현역들도 오후 6시 이후 작업이나 훈련을 하니 김제동이 오후 6시 이후 군 회식 자리에서 사회를 본 것은 군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고, 민간인 신분이라면 당시 군에서 사회를 본 댓가를 지불하지 않은 것이니 지금이라도 그 댓가를 지불하라고 소송을 내면 될 일 아닌가요?
방위로 복무 중에 오후 6시 이후 군 회식 자리에서 사회를 본 것을 두고 군법 위반이니 하며 마치 군이나 국방부가 무얼 크게 잘못한 것인 양 떠벌리며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사과는 커녕 되레 큰소리치는 김제동을 어떻게 봐야 합니까?
김제동은 당시에도 “오후 6시 근무시간이 지났는데 군법을 어겨가며 왜 나를 사회 보라고 하지” 하며 지금과 같이 불만을 갖고 그 위법성에 분노했을까요? 아니면 일개 방위병을 별 넷 장군이 함께하는 군 회식 자리의 사회를 보게 해 준데 감격해 하고 뿌듯해 했을까요?
저는 처음에는 김제동을 성실하고 솔직하고 재주가 있다고 좋게 보아왔습니다만, MBC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의 매니저로 나왔을 때 김제동의 사유방식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되었지요.
MBC의 <나는 가수다>에서 김제동이 룰을 깨고 김건모에게 기회를 주자고 나섰었을 때 저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그 상황을 TV로 보고 쓴 글이 있는데 아래에 그대로 복사해 올려 보겠습니다.
김제동은 자신이 사회적 발언을 할 때는 매우 진지하게, 매우 비판적으로, 그리고 어떤 때는 선동적으로 합니다. 저는 개그맨이든, 어떤 연예인이든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말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자신이 유리할 때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고, 자신이 불리하면 개그맨으로 웃자고 한 소리라고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매우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제동은 지금이라도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답변을 회피하지 않는 당당함을 찾기를 바랍니다.
이상과 일상의 괴리 - “나는 가수다”를 보고
2011.03.23
MBC의 <나는 가수다>를 1회분 재방송을 시청하고 나름 괜찮은 프로라고 생각이 들어 이번 일요일엔 본방을 사수하면서 지켜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배신을 때릴 수가 있는가? 한마디로 엄청난 불쾌감을 넘어 모욕감마저 느꼈다.
최근 가요시장을 아이돌 가수들 중심의 댄스곡이 장악하고 그 소비대상들도 10대와 20대로 제한적인데다가 일회적 소비성이 강한 노래가 대부분이라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대가수들의 최선을 다하는 노래들은 깊이와 울림이 있어 나에게 새로운 감흥을 안겨주었다. 친숙한 노래들인데도 이번에는 내 삶으로 들어와 있는 듯하고, 마치 20대 때 본 옛 영화를 나이 40이 넘어 다시 보았을 때 그간의 내 인생이 투영되어 다시 그 영화가 새롭게 보이는 느낌이랄까, 정신도 고상해지는 것 같은, 카타르시스 같기도 하고, 아무튼 색다른 경험이었다.
<나는 가수다>는 7명의 가수들이 각자의 미션을 2주에 걸쳐 연습하고 무대에서 경연을 펼친 후, 500명의 방청평가단의 투표에 따라 꼴지가 탈락하고 다음 회에는 새로운 가수가 투입되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가수를 순위로 매겨 서바이벌 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예술을 모독하는 것이라는 혹평도 하는 이도 있었지만, 가수들에게 긴장감과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게 함으로써 한 차원 높은 노래를 대중들에게 선사할 수 있고, 대중들은 새롭고 다르게 해석하고 감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에 묻혀 버렸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이번 회에서 김건모가 7등 꼴찌가 되자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프로그램의 룰은 MBC 제작진이 정하는 것이지만, 출연한 가수와 방청하고 투표를 한 방청객, <나는 가수다>를 시청하는 시청자 모두가 동의한 것이고 이를 지켜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제작진과 출연진(가수와 매니저로 나온 개그맨)에 의해 그 룰이 무참히 깨어졌다. 방청객과 시청자는 완전히 객체로 전락해 버렸고, 노래를 통해 가수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다는 믿음도 깨져 버렸다.
필자가 더욱 화가 난 것은 이 사태를 몰고온 인물들에 대한 실망과 그 과정에서 엿보이는 우리들의 일상과 이상과의 괴리였다. 출연한 가수들이 나름 의식이 있는(물론 1~2명은 아닌 것 같으나) 인물이었고, 윤도현의 매니저로 나온 김제동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도 많은 개그맨이고, 김영희 PD는 인간미가 넘치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 능력 있는 PD였다. 김제동이 먼저 퍼포먼스는 노래 외적 요소임으로 김건모가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해 재도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소라가 뛰쳐 나갈 때까지는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하고 꼴찌를 한 김건모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지, 룰을 깰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김영희 PD가 긴급대책회의를 하고 김건모에게 재도전 의사를 물을 때까지도 김 PD도 사태 해결을 김건모에게 넘겨 버린다고 그 무책임함을 거론했을 뿐이었지, 설마 김건모가 재도전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건모가 재도전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후배들의 간곡한(?) 부탁을 핑계로. 이 순간 필자는 배신감, 모욕감, 심지어 분노까지 치밀어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나왔다. 그리고 순간 임지현 한양대 교수의 <우리 안의 파시즘>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파쇼를 극력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열심히 외쳤던 우리들이 일상에서 행하고 있는 가부장적 가족관계, 권위주의적 조직관리, 동남아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 근본주의적 민족 우선 관점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한 책이다.
기존의 권위를 부정하고 조롱하던 힙합과 락 가수들이 일상에서는 가수 세계의 선후배 위계와 권위주의에는 굴종하는 이중성을 보여준 것이다. 사회적 문제에 바른 말을 하던 김제동도 공적인 룰을 사적인 자기 의견이나 감정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잠재되어 있었다. 물론 김제동은 상대를 배려하는 차원의 형식적인 멘트를 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사적 배려의 관철을 통해 자기의 정체성이나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순간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하면 필자가 오버해서 생각하는 것일까?
김영희 PD는 두 가지 잘못을 했다. 곤혹스런 상황을 김건모에게 넘겨버리는 무책임함을 보였고, 관계 구성원(시청자, 방청평가단, MBC 제작진, 출연 가수)들의 합의를 소수의 사람들의 결정으로 엎어버렸다.
애초에 <나는 가수다>에서 내걸었던 가수와 방청객(시청자)의 소통은 공염불이었고, 방청객과 시청자는 예능 프로그램의 단순한 소비자이고 시청률을 올려주는 객체일 뿐, 진정으로 함께하는 주체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순위의 결정권은 500명의 청중평가단에게 있었으며, 출연진(가수와 개그맨)과 제작진이 그들의 결정을 번복할 권리는 없었다.
인기있는 개그맨이라고 500명의 결정을 엎을 수 없으며, 국민가수라고 해서 결과를 거부할 수 없고, 선배를 배려하는 사적 감정도 이를 어길 수 없다. 제작을 책임지는 제작진이라 해서 출연진과의 협의만으로 룰을 수정할 권한은 없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악의를 갖고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선의로 포장된 의도나 욕심은 평상시에는 드러나거나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지나친 겸손과 배려가 개인적인 영역을 벗어나 공적인 공간에서는 자칫 독약으로 작동할 수 있고, (보이지 않는)그 해악이 오히려 노골적으로 보이는 악의보다도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태가 보여준 것 같다.
이번 사건으로 시청자(국민)들이 왜 분노하는지 출연진과 제작진들은 되새겨 보아야 한다. 노래 하나로, 혹은 가수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또 우리의 현실을 투영해 보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