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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주에 남편복이 없다고 하는 나의 이야기.

한 기혼녀 조회수 : 14,071
작성일 : 2016-10-06 14:36:15
점심으로 뜨신 밥 먹고 하는, 진짜 쓸데없는 이야기입니다.^^


속썩이던 사춘기 시절부터 엄마는 그러셨지요. 

그래도 너는 사주는 좋다고 하더라


고 3때, 아는 엄마들 따라 한두번 가보신 철학관에서는 애는 공부는 잘한다, 학력고사 점수는 몇점 나온다.(이건 맞았어요.)

전기 보란 듯이 떨어지고 재수 준비하는데 

엄마는 또 어디 가셔서 물어봤는데 올해 저는 대학교 다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까지 듣고 오셨지요. 

결과적으로는 그것도 맞아서, 저는 사주를 그렇게 나쁘지는 않게 봅니다.^^


철없던 20대를 지나서 결혼하고 

30대가 되니 직장일이며 시댁일이며 육아며 스트레스 쌓이는 일은 부지기수.

가족은 오히려 더 말못하고 친구들에게도 속 털어놓기 뭐한 일들이 많아서

가끔 사주 보러 철학관 다녔습니다.


어떤 곳은 '이 따위 점괘는 나도 말하겠다' 싶어서 그 돈으로 스타벅스나 충전할 걸, 싶기도 하고.

어떤 곳은 내용은 둘째치고 익명성에 기대어 속풀이하고 펑펑 울면서 홀가분해져서 오기도 하구요.

(말없이 티슈 건네주고, 다 울었냐면서 믹스 커피 한잔 타주던 철학관 아주머니가 어찌 그리 고맙던지요.)


저는 풀이하기 쉬운 사주인지, 큰 흐름은 어디서든 대동소이하더군요.

그러면서 빠지지 않는 말이 부모복, 남편복은 없지만 자식복은 있다고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먹고는 살아야겠는데 제 직역에서의 일자리는 없고 제가 차리자니 부담스럽고 해서 

또 물으러 갔지요.

직업운 실컷 설명해주던 철학관 할아버지가 남편 운을 설명해줍니다.

"남편은 기대하지 마세요. 그냥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편히 사세요."

"남편이 돈 한푼 안가져다줍니다. 이런 남편은 ~~~~"

"에고, 남편복이 이렇게 없어서야, ~~~~"


근데 요상하게도 계속 듣고 있으니 욱 하더군요.

내 남편복이 없다고는 하지만 누가 내 사주 보고 얼굴도 없는 남편을 욕^^하니 그건 또 못참겟더군요. ㅎㅎㅎ


생각해보면, 그때 당시는 남편 사업이 어려워져서 생활비도 못가져다줬었지만,

잘 벌때는 부인한테 현금도 턱턱 주고, 금붙이도 선물해주고

무엇보다도 술담배 안하고, 

무심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품이 순해서 부인 아낄 줄도 아는데(단, 시댁문제는 제외합니다.ㅠ.ㅠ)

아무리 내 사주에 남편복이 없다고 해도 밖에서 그런 말 듣게 하기는 미안하더라구요.


그래서 정색을 하고 이야기했지요.

제 사주에 그렇게 나와도, 나는 울 남편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다. 라구요.

그랫더니 그쪽 방면으로는 별 말을 안하고 그냥 남편한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라고만 하더군요.

나 자신만 믿고 살라고. ㅎㅎ


집으로 오는 길에 부모복, 남편복 없다고 하던데

어쨌건 대학교육까지 시켜줘서 직업 가질 수 있게 해주고 밥 안굶기고 잘 키워준 부모님이랑

이쁜 아이 둘이나 갖고, 돈 많이 못벌어와도 매일 성실하게 직장으로 나가는 남편 가질 정도면

내 그릇이 30점인데, 어찌어찌 60~70점 이상되는 환경에서 살고 있구나.

참으로 운이 좋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후에는 남편이랑 트러블 있어도, 

내 남편이니 내가 책임지자 싶어서 매일 아침 뜨신 밥 챙겨주려고 하고

내가 너 싫을 때 있으면 너도 나 싫을 때 있겠지.

걍 더 늙어서 등 긁어줄 일 있을때 몇천원짜리 효자손보다는 사람손이 낫겟지 하고 생각합니다.


그 후에도 어딜 가도 남편복 없다는 말은 약방의 감초처럼 듣는데요.

한 분은 그럽니다.

"복이 있다는 것은 내가 부족한데 남이 채워주는 겁니다. 

당신은 직업으로는 당신 복으로 살기 때문에 남편이 채워줄 게 없습니다. 

그래서 남편복이 없다는 말을 듣는 것이지, 남편이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 이후에는 그런 말 들어도, 걍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있네요.

아니, 오히려 남편복 없다고 하니, 어디 한번 보자. 내 남편복은 내가 만들련다. 싶기도 하구요.


그냥 저같은 사람도 있다고 케이스 하나 보여드리는 것이니

너무 날카로운 댓글은 사양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 직업으로는 사무실 하나 차리고 근근히 밥 먹고 살고 있습니다.

일하는 여자는 남편복 없다고 하는게 이런 뜻이니, 넘 상심치 마시고 우리 같이 기운내서 열심히 살아요.^^

IP : 175.209.xxx.109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로라늬
    '16.10.6 2:42 PM (220.95.xxx.227)

    현명하게 받아 들이시네요. 우앙굳

  • 2. ㅁㅇㄹ
    '16.10.6 2:43 PM (218.37.xxx.158)

    멋지고 현명한 분이십니다.
    쓴 글을 읽어 보면 대충 사람이 보인다고나 할까요.
    부모복부모복 하시는 분들 보면 얼마나 결핍이 지나치고 사무쳐서 저런글을 올리나 싶기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별로 그런데 신경 안쓰고 살자나요.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빕니다.

  • 3. 우와
    '16.10.6 2:45 PM (125.129.xxx.247)

    저랑 비슷하시네요.
    전 부모복은... 괜찮은데 남편복이 없다고 했어요.
    까놓고 말해서, 남편 덕 보고 살 사주가 아니라고.
    남편은 없는 셈 치고 사는 게 낫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사주가 정말 맞았지 뭐에요~
    결혼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병걸리고 실직하면서
    정말 남편의 덕을... 보면서 사는 삶이 아니게 되었어요.
    저도 차라리... 그 사주 말이 큰 도움이 되었죠.
    이게 원래 내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치만 남편 덕분에 저는 항상 많이 웃고요,
    다정하고... 서로 사랑하고요.
    실질적인 덕은 아니어도... 이 사람과 함께 저는 인생이 풍요롭습니다.
    물론 이렇게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내려놓기까지 많은 고통이 있었지만요 -_-
    원글님 현명하시네요.
    응원합니다^^
    그래노 내 남자가 날 사랑해주니! 인생 살만한 겁니다^^

  • 4. .......
    '16.10.6 2:45 PM (59.23.xxx.221)

    내공이 상당하신 분이시네요.
    고수님~~

  • 5. 현명한
    '16.10.6 2:46 PM (218.145.xxx.252) - 삭제된댓글

    마인드를 갖고 계시네요.
    저는 요새 남편이 밉다가도 처자식위해 고생하는게
    처복이 없는것 같아 슬그머니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좋은글 읽고 갑니다.

  • 6. ^^
    '16.10.6 3:01 PM (211.105.xxx.14)

    글 재밌게 잘 읽었어요
    남편복없다는게 그런뜻이라니 일리가 있는거같아요

  • 7. ㅇㅇㅇ
    '16.10.6 3:08 PM (14.35.xxx.1)

    선택의 문제지 사주 따위 .....

    그리고 생각을 참 좋은 쪽으로 하시네요
    좋은것 같아요

  • 8. 친구의 경우
    '16.10.6 3:10 PM (175.192.xxx.3)

    제 친구가 공무원인데 사주를 보면 남편복 없다고 하더래요.
    그런데 어딜 갔더니 관운이 있다면서..이게 과거로 말하면 여자가 돈을 벌면 어려워서 벌었으니깐 남편복이 없다는 해석도 된다고 그러대요.
    현대엔 관운이 있어도 남편과는 상관없잖아요..
    친구랑 비슷한 이야기 같아요.

  • 9. 두디맘
    '16.10.6 3:12 PM (112.161.xxx.42) - 삭제된댓글

    언니! 나이이이쓰!! 진심 멋지십니다.(나 40대)

  • 10. 지금은
    '16.10.6 3:12 PM (121.154.xxx.40)

    남편복 보다 관운이 최고예요

  • 11. 멋지십니다.
    '16.10.6 3:14 PM (112.161.xxx.42)

    언니! 나이이이쓰!! 진심 멋지십니다. (남편밥 얻어먹고 사는 것도 요즘엔 맘이 무거운 전 40대)

  • 12. ㅎㅎ
    '16.10.6 3:19 PM (221.167.xxx.243)

    저는 왜 이런 남편을 골랐냐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답니다. 저희 남편 부모님 좋으시고 좋은 학교 나와서 대기업 다니거든요. 음....그냥 제가 원래 여왕 팔자인데 무수리를 자처했나 보다, 그런 남편 고른 거야 말로 제 팔자니 하고 산답니다. ㅋㅋ

  • 13. 심리상담
    '16.10.6 3:29 PM (58.225.xxx.118)

    심리상담 효과만 노리고 간다면 나쁠거 없는것 같아요.
    남편복 없다는, 나 자신만 믿으라는 말 들어도 어때요..
    나 자신만 믿고 꿋꿋하게 살다가, 조그맣게 남편덕 보면 크게 감동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화이팅입니다!!!

  • 14. ㅇㅇ
    '16.10.6 3:44 PM (49.142.xxx.181)

    부모복 남편복 자식복 있는 사람들이 철학관을 가겠어요?
    셋중 하나라도 문제인 사람들이 가는곳이 철학관이죠.
    대략 말시켜봐서 부모가 괜찮다 싶으면 남편 자식 걸고 넘어지고
    자식이 괜찮다 싶으면 남편 부모 걸고 넘어지는거..

  • 15.
    '16.10.6 3:47 PM (118.42.xxx.179)

    저 가 본 곳도 남편복, 아내복이 없다는것은
    상대방이 나빠서라기보다
    그 누구를 데려다놔도 본인이 만족하지 못한다..라고 해석하라더군요.

  • 16. 재미
    '16.10.6 3:53 PM (210.205.xxx.86)

    글이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복에대한 말
    내가 부족한걸 남이 채워주는거라는 말이 마음에 남네요

  • 17. ㅇㅇㅇ
    '16.10.6 4:20 PM (175.223.xxx.103) - 삭제된댓글

    오행을 다 갖춘 사주 가진 사람이 몇%나 되겠어요
    인생이 고행인거지요
    그래도 원글님은 부모님이 주신 사랑의 자양분이
    지금의 원동력이 됐을지싶습니다.
    부모복 없이 자력으로 살다 남편마저 그저그러면
    긍정적인 마인드는 개나줘버리게 됩니다
    베란다에서 떨어질까말까 갈등하고 사는거죠

  • 18. .......
    '16.10.6 4:36 PM (220.80.xxx.165)

    저도 사주보러가서 빵 터지게 웃고온적이있어요.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이였는데 신랑사주랑 제 사주를보더니 진짜 신랑맞냐고 ㅠ.ㅠ 몇번물으셨어요.그러시더니 우리 신랑이 참 복이많다고 표현하시대요.
    그럼 저는 뭐냐고 물으니 잃은 사람이 있으면 얻는 사람도 있는거여~이렇게 쿨하게 대답하셨죠.
    사는게 별거 아니네요

  • 19. ...
    '16.10.6 4:39 PM (122.37.xxx.19) - 삭제된댓글

    윗글 네 님 글이 맞기도하고 친구의경우 말도 맞는거 같아요. 옛날에 일하는 여자 팔자를 좋게 안 봤죠.지금 여자 전문직들은 그럼 모두 별로인 팔자들?

  • 20. 그러네요
    '16.10.6 6:35 PM (223.62.xxx.6)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원글님 모습이 보기좋네요

  • 21. ㅁㅁㅁㅁ
    '16.10.6 7:06 PM (115.136.xxx.12)

    추천 버튼 있으면 꽈악 누르고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 22. 긍정적 이여서
    '16.10.6 8:00 PM (210.210.xxx.228)

    복이 굴러 들어올 팔자네요.

  • 23. 000
    '16.10.6 9:46 PM (116.33.xxx.68) - 삭제된댓글

    제가 남편복많다고 어릴때부터 들은말인데
    딱맞아요
    대신 남편입장에서보면 부이복이없다는거겠죠?
    좋은쪽으로 생각하고 살아요

  • 24. alal
    '16.10.6 9:51 PM (218.150.xxx.220)

    저 자신을 반성합니다. ㅜ ㅜ

  • 25. 현명
    '16.10.7 9:48 AM (218.235.xxx.98)

    현명하십니다. 저도 그얘기를 항상 듣는데 마음에 새기며 살아야겠네요.

  • 26. 별빛
    '17.1.26 8:58 AM (125.178.xxx.55) - 삭제된댓글

    좋은 글 마음에 새깁니다. 원글이 좋으니 댓글도 좋네요. 스크랩하고 싶은데 버튼을 못찾깄어요.

  • 27. 별빛
    '17.1.26 8:59 AM (125.178.xxx.55)

    좋은 글 마음에 새깁니다. 원글이 좋으니 댓글도 좋네요. 스크랩하고 싶은데 버튼을 못찾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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