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이여- 님은 죽지 않았습니다.
백농민의 주검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영안실 밖 지하주차장 입구 양편의 작은 공원과 공간에 마련된 임시 야외 문상객 접객 공간!
아무리 쓸쓸한 가정의 단촐 한 장례식장일망정 협소하기는 해도 문상객접객공간이야 왜 없으랴만, 실내의 그 공간만 갖고는 밀려드는 문상객을 맞이할 길이 없어 뜻이 있는 시민단체와 자발적인 봉사자들이 주축이 되어 거기에 옥외 임시 접객장소를 마련한 것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훨씬 앞서 비슷한 비극을 당한 세월호 유족단체의 경험에서 울어 나오는 도움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물과 라면조차 넉넉지를 않았었는데,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전국각지에서 답지하는 접객물품에 자원봉사자들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정오가 지나자 전국 각지에서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답지하는 물품을 모두 다 받아들일 길이 막막했습니다.
생수, 음료수, 쌀, 보도 듣도 못한 각종라면, 뭔 밥, 뭔 김치, 휴지, 물티슈, 각종 테이프, 가스통, 나무젓가락, 플라스틱숟가락, 은박지접시와 쟁반, 각종 커피와 차, @, #, $, %, &, *, 2, 일일이 그 품목을 다 열거할 수도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생활용품이 이토록 많은 것은 난생처음 보았습니다.
오후부터 봉사자들의 이마에 땀이 흐르고 홑 것의 위도리가 서서히 땀에 젖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더 이상 물품을 받아 쌓을 공간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자원봉사자 총무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 SNS를 통해 전국으로 긴급타전을 했습니다.
그 따뜻하고 아름다운 정성과 마음은 너무나 감사하지만, 서울대병원장례식장의 여건상 더 이상 물품을 받아들일 수가 없으니 저희들이 다시 부탁을 할 때까지는 물품 보내주시는 것을 잠시 유보하여 달라고 사정 아닌 사정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물품은 계속 밀려들고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박스를 찢어 그 안에 있는 물품만 빼내서 야적을 하고, 박스와 포장재는 압축을 해서 재활용품 적치공간에 몰아 쌓았습니다.
오늘에서야 처음 알았습니다.
길거리에서도 가끔 보는 4각형형태의 비닐공기주머니가 물품과 박스간의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완충재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그것을 발로 밟아 터트려 공기를 빼내는 것만도 큰 일거리였습니다.
그곳에서 있었던 낯에 있었던 일의 설명이 더 이상 뭣이 필요하겠습니까?
조금은 힘이 들면서도 흐뭇하고, 가슴이 뭉클하고, 가끔은 눈시울이 뜨거워져 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정이 많고 가슴이 따뜻한 백성들이 모여 사는 나라에서 인간세상에서는 상상도 못할 이런 야만적인 비극이 일어나다니!
수십억 인총이 몰려 사는 지구상에서 1분 1초 사이에도 수많은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것이 일상이지만, 백남기농민의 죽음 같은 죽음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죽음이 아닌 극악무도한 죽임(살해)입니다.
이게 하늘의 뜻입니까?
아니면 인간의 뜻입니까?
그게 아니라면 박근혜의 뜻입니까?
하늘이여 제발 답 좀 해 주시옵소서!
박정희가 전태일을 숯 덩어리가 되지 않을 수 없게 했지만, 그의 정신과 영혼은 죽이지를 못 하고 천만노동자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이 나라의 노동해방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백남기 농민이시여!
님은 죽지 않았습니다.
저들이 죽인 것은 님의 허상이었을 뿐입니다.
저들이 님을 향하여 물대포가 아니라 핵폭탄을 발사해도 저들은 님의 정신은 죽이지를 못 합니다.
님의 정신과 혼은 천만 농민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반드시, 반드시 모든 농민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을 되찾게 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백남기 어르신이시여!
아픈 어깨로 낮에 젊은 자원봉사자들을 돕는 체 하다 저녁 늦게야 집에 돌아와서 낮에 있었던 분노와 슬픔과 감격과 흥분이, 밀려드는 물품만큼이나 뒤범벅이 된 정신으로 생각나는 대로 손가락 가는 대로 자판을 두드립니다.
인간세상에서는 저희들이 님을 보내드리고, 하늘나라에서는 전태일 열사가 당신을 맞이할 것입니다.
님이시여!
님의 한 몸 버리시어 천만 백남기가 태어났습니다.
결코 님은 죽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