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나이 들면 돈이 최고라며 젊어 안 먹고 안 입으며 알뜰살뜰 살았더니 나이 들어 보람 있다는 글이 자주 올라오네요.
저는 어릴 때 어머니가 알뜰살뜰 모으고 제 때 집 사고 팔고 해서 점점 살림 피는 행복한 시절도 살아봤고
그러다 아버지가 외도 실직 사업실패의 삼종세트를 연달아 구사하시는 바람에
우리 집 날리고 우리가 세주던 문간방에서 다 큰 세 남매와 부모님이 복닥거리고 살아도 봤네요.
그래서 결혼 때는 외모 안보고 성실성 하나 보고 결혼했는데 남편이 야무지기는 하나 계산 속 빠르고 이기적인데다
시부모는 한 술 더 떠서 맘고생 엄청 하면서 오십 바라보는 나이까지 맞벌이하며 살아 왔어요.
제가 알뜰하게 살았을까요? 당연히 아니죠.
원래 궁핍하게 살았던 터라 사치는 할 줄 몰라서도 못하지만
적당히 모으고 하고 싶은 것도 적당히 해가며 살았어요.
제가 아등바등 모아봤자 시부모 남편 좋은 일만 시킬 거고 친정도 저만 바라보니까요.
지금도 양가에 적잖은 돈이 계속 나가는 상태고 아이들 교육비 들고
저 꾸밈비 쓰고 교제비 쓰고 여행 다니고
그래서 지금 달랑 집 한 채 있네요.
나이 들어가니 정말 돈이 좋긴 해요.
그래서 가끔 돈 모으는데 더 힘을 써볼까 고민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어떻게 돈을 좀 모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뜯길 일이 생겨요.
더 웃기는 것은, 뜯길 일이 적어지면 돈도 안 생겨요. 신기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저는 열심히 모아도 그게 제 것이 되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이 너무 커요.
그래서 지금도 쓰고 싶은 일 생기면 쓰고 사네요.
나한테 들인 돈은 그나마 나한테 남는 거니까요.
공부며 피부며 건강이며 감각 같은 것들..
젊어 열심히 돈 모아서 그게 흩어지지 않고 자신이 누리는 분들은 전생에 업을 짓지 않은 분들이겠죠?
저는 아무래도 전생에 썩 착하게 살진 않은 것 같다는 ㅠㅠ
그래서 알뜰살뜰 사는 것보다 잘 살아가고 싶네요.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되도록 업을 짓지 않고 복을 쌓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쉽지 않네요. 베풀면 호구되고 안 베풀면 삶이 삭막해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