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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파트 할머니에게 삥 뜯기고 왔어요 ㅜㅜ

일진할매들 조회수 : 6,565
작성일 : 2016-09-30 11:33:49

올해 들어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내리고 있는 제 피부를 위해

홈쇼핑에서 큰 맘 먹고 주문한 마스크팩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어제 받았는데 오늘에서야 찾으러 경비실에 다녀왔어요.

남들은 흑설탕팩이다 뭐다 해서 하루가 다르게 피부에서 광이 난다는데 제 피부는 답이 없네요 ㅜㅜ

 

경비실에 가보니 역시 경비 아저씨는 안 계세요.

모든 택배는 경비실에 맡겨달라고 주문하는 편이기에

택배 받을 때마다 경비실에 가야하는데 매번 경비 아저씨와 숨바꼭질 하는 기분으로

오늘은 또 어디가서 이 아저씨를 잡아오나....이런 심정으로 내려갔어요.

 

이 아파트 이사온지 3달 되어 가는데 처음엔 당췌 찾을 수 없는 경비 아저씨 때문에

많이 당황했었는데 이젠 그러려니 해요.

이 아파트는 주민들이 알아서 지키는 자율경비 시스템인가.......;;

 

폭염이 끝도 없이 이어지던 이번 여름 같은 날씨에

나 같아도 저 덥고 좁아터진 상자같은 경비실에 앉아 있기 싫겠다 싶어서

항상 자리를 비우시는 경비 아저씨를 이해해드렸는데

더위가 다 지나고도 절대 경비실에 안 계시는 걸 보니

그냥 우리 경비 아저씨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가봐요.

 

일단 아저씨가 주로 짱박히시는 지하실 입구에서 불러봤는데 안 계시길래

주차장으로 나가보니 뭔가 시끌시끌하고 경비 아저씨도 거기 계시더라구요.

뭐 하시나 가봤더니 할머니 세 분과 왠 아저씨 한 분과 함께

대추나무에서 대추 터느라 정신이 없으세요.

 

오래된 단지라 나무들이 다들 아마존 원시림 수준으로 울창한데

전 여태껏 그게 대추나무인지도 모르고 살았어요.

 

제가 택배 찾으러 왔다고 말씀드리니 아저씨는 쳐다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알았다고 하시고

여전히 대추 줍느라 정신 없으신데 이미 마트 봉지로 하나 가득 채우셨더군요.

근데 제가 택배 찾으러 왔다고 하니 할머니들이 갑자기

"아이고 워쩐디야. 택배 찾으러 왔다쟎아. 어서 가봐야겠네~"

하시면서 되게 좋아하시더라구요.

 

순간 단박에 알겠더라구요.

아저씨와 할머니들 사이에 피 튀기는 대추줍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는걸 ㅋㅋ

 

괜히 아저씨 방해한것 같아 죄송해서 뻘쭘해하며

저도 바닥에 비내리듯 쏟아지고 있는 대추를 열심히 주으며

이게 대추 맞냐고 할머니들에게 여쭤봤어요.

일단 막 열매가 쏟아지니 본능적으로 줍기는 하는데 실은 그게 대추라는 확신은 없었거든요.

 

갑자기 할머니 한 분이 이게 뭔지도 모르고 뭐하러 줍냐길래

진짜 이건 어떻게 먹는거예요? 하고 되물었다가........

먹을 줄도 모르는 사람이 뭐하러 주워가냐고 이리 내놓으래요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아파트 일진 할머니들이었나봐요.

 

마침 와이드팬츠 주머니가 커서 열심히 채우고 있던 저는

걍 주머니 다 털어서 드리고 조금 더 주워드리고 왔어요.

내미시는 자루를 보니 어마어마하게 채우셨더라구요.

 

쳇.....나도 관리비 내는 입주민인데 ㅠㅠ

뭐 그자리에서 단지내 유실수에 대한 권리 주장 한다고 먹힐 분위기도 아니고

전 대추 들어가는 음식이라고는 약식과 갈비찜 밖에 모르겠는데

그거 해먹을 것도 아니고 해서 순순히 드리고 오긴 했지만

할머니들 포스가 장난 아니긴 했어요 ㅋ

 

경비 아저씨와 다시 경비실로 돌아오는데

저 할머니들이 며칠째 저 나무 못 털어먹어서 몸살을 하며 난리를 쳐서

오늘 날 잡고 터는거라고 하시며 연신 저 대추로 대추차 끓여 먹어야 하는데....

걱정하시더니 저에게 택배 상자 내어주시고는

다시 쏜살같이 주차장으로 뛰어 나가시더군요.

평소에 경비 업무를 그렇게 빛의 속도로 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ㅎㅎ 

 

할머니들에게 대추 상납하고 돌아와 일단 얼굴에 팩 한 장 붙이고

주차장에서 자란 나무에서 딴 열매따위 먹고 싶지 않아....라며

정신 승리 중입니다 ㅠㅠ

IP : 116.34.xxx.84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9.30 11:37 AM (180.158.xxx.212)

    어머..글 정말 잘 썼네요.
    재밌게 읽고 가요.
    그 대추 중금속 많을걸요.

  • 2. ,,,,
    '16.9.30 11:38 AM (115.22.xxx.148)

    글을 참 잘쓰시네요..^^

  • 3. ㅎㅎㅎㅎ
    '16.9.30 11:39 AM (222.110.xxx.76)

    원글 님 글 진짜 재미있어요.

    저 젊은 새댁은 먹을 줄도 모름서 왜 가져간댜
    그러게 말여


    이런 소리가 막 들리는 듯 하네요

  • 4. ..
    '16.9.30 11:43 AM (114.206.xxx.173) - 삭제된댓글

    아파트 마당의 과실은 약 많이 쳐서
    감도 많고 모과도 많았지만 아무도 안 먹었는데...

  • 5. ㅋㅋ
    '16.9.30 11:44 AM (221.139.xxx.78)

    재미있게 읽었어요~

  • 6. 그래도
    '16.9.30 11:47 AM (58.125.xxx.152)

    원글님 아파트는 대추나무 관리 잘했나봐요.열매가 열리는 것 보니..그래도 중금속 땜에 별로지만;;;
    저는 우리 집 앞에 있는 나무가 대추나무인 줄 몇 년만에 첨 알았네요.그것도 친정부모님께서 알려주셔서..
    한번도 열매가 열리지 않아요.비실비실...

  • 7. 몇년전
    '16.9.30 12:01 PM (112.162.xxx.61)

    가을에 태풍 연달아 온적 있는데 아침 출근길에 가로수 대추나무에서 대추가 너무 많이 떨어져 있어서 정신없이 주워온 생각이 나네요 가방에 담아온거 사무실에 와서 세어보니 한되는 훨씬 넘겠던데 ㅎㅎ

  • 8. ...
    '16.9.30 12:08 PM (211.226.xxx.178)

    ㅍㅎㅎㅎ
    재밌네요.
    전 처음 부분 읽고는 택배 찾으러 갔다 할머니들에게 마스크팩 뺏기고 왔다는 내용인줄 알았더니...대추 였구요..ㅋㅋㅋ

  • 9. 어머어머
    '16.9.30 12:09 PM (119.194.xxx.100)

    원글님 글 정말 잘 쓰세요! 숨바꼭질 대목에 빵 터지고 연속 키득키득 거렸어요.

  • 10. ㅋㅋㅋ
    '16.9.30 12:31 PM (180.230.xxx.34)

    어디서 잡아오나 경비아저씨
    일진 할머니들
    잼있었어요
    근데 그거 주차장 공해 있어 건강에 안좋아요

  • 11. 원글
    '16.9.30 12:33 PM (116.34.xxx.84)

    그져그져? 중금속 잔뜩 먹고 자랐을텐데 대추차 끓여드시겠다던 경비 아저씨가 걱정되네요 ㅎ

  • 12.
    '16.9.30 12:34 PM (125.128.xxx.142) - 삭제된댓글

    빼어난 글 솜씨덕분에 더 재미있네요.

  • 13.
    '16.9.30 12:41 PM (223.62.xxx.42) - 삭제된댓글

    님도 다시가서 주워오세요

  • 14. 아파트 단지에서
    '16.9.30 12:43 PM (116.126.xxx.157) - 삭제된댓글

    몇 개월에 한번씩 살충제를 살포하는데 그게 맹독성이라 창문 다 닫아야할 정도예요. 삥 뜯긴게 아니라 할머니들이 은총을 베푸신 거네요.

  • 15. 쓸개코
    '16.9.30 1:35 PM (121.163.xxx.64)

    지금 익기 시작하는 조금 붉게 물들기 시작한 대추가요 엄청 달아요.
    더 익게 뒀다가 대추 말리시려나봅니다.^^

  • 16. 귀엽네..
    '16.9.30 1:52 PM (14.33.xxx.135)

    원글님 넘 귀엽네용. ㅋㅋ 저도 은행나무 은행 가져가는 분들 보면서 이런 생각 하죠.. 찻 길 옆에 있던 은행인데 먹고싶지 않아. 이렇게... 은행 좋아하는데.. ㅎㅎㅎㅎ 한강변이나 천변 이런데 산책하면 알림판에 나물 채취하지 말라고, 살충제 뿌렸다고 경고 붙어있어도 아주머니들 엄청 많이 채취하더라고요.. 자기가 먹는 건지 파는 건지...

  • 17. ....
    '16.9.30 2:00 PM (223.62.xxx.79)

    글 재밌어요....원글님도 귀엽고 ㅎ

  • 18.
    '16.9.30 5:51 PM (124.49.xxx.116)

    2탄부탁드립니다 글솜씨가좋으세요
    즤동네는 그나마 휴대폰번호적어놓으셔서 바로오시더라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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