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 나들이 "합 법 파 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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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우리말 나들이 “합법파업”
공공부문 총파업 이틀째다. 무엇보다 철도,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 부산지하철, 서울대병원 등이 어제부터 파업이다. 오늘은 보건의료노조도 파업에 가세한다. 생활에 직결된 부분이라 당장은 큰 피해가 없어도 국민들은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노조는 이를 통해 정부가 법적 근거도, 노사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성과연봉제를 비판한다. 이런 게 파업의 목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와 일부 언론은 어김없이 노조가 파업을 하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비난에만 몰두한다. 파업하면 자동으로 따라붙는 말이 있다. 바로 불법이다. 이번에도 예의 “불법파업” 운운이 “국민불편”과 함께 전면에 등장한다. 불편이야 객관적 사실이고 특히 공공부문 파업이야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니 접어두더라도 불법파업이란 비난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파업이, 특히 공공부문 파업이 합법이기가 매우 힘들다. 파업 목적이 노동자의 임금과 처우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교섭과 노동위 조정 등 지난한 절차를 거쳐야 하며, 폭력이나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아야 한다. 공공부문은 파업에 필수업무인력은 참가할 수 없다.
살다보면 낙타가 바늘귀를 지나가기도 하는 법, 이번 공공부문 파업은 이런 조건을 다 지켜서 이뤄졌다. 파업의 효과는 크게 줄지만 합법성을 얻고 국민들에게 주장을 알리기 위한 선택인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27일 지하철과 도시철도 파업이 합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파업’ 하면 연관검색어로 ‘불법’이 떠오르는지 이런 사정에는 관심도 없다. 26일 국토교통부 강호인 장관은 철도 현장을 둘러보며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도와 지하철을 담당하는 국토부도, 파업 소관부처인 노동부, 코레일(철도공사)도 이번 파업이 불법의 근거를 뚜렷이 밝히지 못하고 있다.
기껏 한다는 이야기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이사회 결정은 법으로 다퉈야지 파업을 해선 안된다’는 어디서도 들어볼 수가 없는 주장이다. 이런 식으로 치자면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경영진이 결정하면 그에 반해 파업을 할 수 없다. 헌법에 써있는 노동자의 파업권을 아예 없애자는 ‘파격적인’ 주장이다.
서울지하철 파업은 합법인데 철도파업은 불법이다? 어이가 없다. 어쩌면 특별한 악의가 있거나 노동관의 문제라기보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한 고위 공직자들의 특수한 언어습관일 수도 있다. 하도 오래 ‘불법파업’이 입에 붙으니 문제의식 없이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닐까. 고향 사투리처럼. 요즘 부처와 관공서마다 김영란법 교육이 한창이던데 그보다 앞서 우리말 바로쓰기 같은 게 필요할 듯 싶다. 강사 선생님과 함께 큰 소리로 “합법파업” 이렇게 발음해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