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이 탁월한 선택을 한 것 같다.
정치인의 단식!
우리의 헌정사가 하도 험난하다보니 대표적인 야당정치인들이 군사독재정권에 항거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단식을 선택한 경우는 꽤 많았다.
모든 정치인들의 단식투쟁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고 대표적인 2인의 야당정치인(단식 당시) 단식투쟁 사례를 되돌아보자!
단식의 성격(단식 이유, 결과)이 본질이고, 단식일수나 날짜는 그리 중요하지 않으니 구체적인 언급은 생략한다.
1. 김영삼의 단식
5공 전두환의 철권통치가 숨 막힐 것 같던 5.18광주 민중항쟁 3주년이 되는 1983. 5. 18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김영삼은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결과는 23일 만에 탈진이 되어 병원으로 실려가 단식은 자연스럽게 중단되었고, 그 뒤 구렁이 담 넘어가듯 김영삼의 가택연금은 시나브로 해제가 되었고 그 단식이 평생의 동지이자 라이벌관계였던 김영삼(상도동계)과 김대중(동교동계;당시 김대중은 미국에 체류 중))을 결속시키는 촉매제가 되었고, 5공 정권도 독재의 강도를 서서히 낮출 수밖에 없었다.
눈에 띄는 단식의 결과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단식의 효과는 있었다.
여기서 코미디 한 토막을 소개하자면 당시 언론(특히 신문)은 1면 한 귀퉁이에 보일 듯 말 듯 아주 작게 “모 재야인사의 식사문제”라는 제목에 내용 역시 그와 엇비슷한 분량으로 단 한두 줄로 보도를 하였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대부분의 국민)이 보면 모 재야인사가 밥을 하도 많이 먹어 배가 터져 죽었다는 내용인지, 그게 아니면 쌀이 떨어져 쫄쫄 굶다 굶어 죽었다는 얘기인지 하느님도 알 수 없는 보도를 했다.
현재의 언론은 그때보다 나은 것인지???
2. 김대중의 단식
5.16쿠데타로 민주주의가 말살되는 것과 동시에 2공화국까지 실시되었던 지방자치도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며, 노태우정권이 약속한 지방자치를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자 지방자치가 안 되어가지고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간파한 김대중은 <지방자치 실시>를 내 걸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다.
평소 대식가로 소문났고 몸집이 조금은 비대했던 김대중은 10일 만인가 탈진이 되어 김영삼과 마찬가지로 병원에 실려 가며 단식은 중단되었으나 그 단식의 결과로 오늘날 실시되고 있는 지방자치를 부활시켰고, 그 연장선상에서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의 의한 김대중과 노무현정권이 탄생할 수가 있었다.
3. 이정현의 단식
명목상 무소속인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를 편파적(야당 편향적)으로 운영했다고 의장직을 사태 하라는 요구조건을 내 걸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특히, 정세균의장이 의장직을 사퇴하는 그 순간까지 단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바꿔 말 하면 정세균의장이 의장직을 끝까지 고수하면 죽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여기서 “죽는다.”는 말은 필자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이정현의 입으로도 그렇게 말 했고, 또 최병렬 한나라당대표가 노무현정권 시절 단식에 들어가자 단식으로서는 대 선배인 김영삼이 최대표를 위문 차 방문하여 “굶으면 죽는다.”고 했으니 이정현이 끝까지 굶는 다면 “죽음”뿐이 없을 것이고, 내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릴 적 경험으로도 계속 굶으면 죽는 것은 아침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는 것만큼이나 자명하다.
이정현은 자기 입으로 5천만 국민 앞에 한 말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정세균의장의 뚝심으로 보아 사퇴할 사람도 아닌 것 같고, 또 내 어설픈 지식으로 판단해 보아도 사퇴할 만한 하자가 없다.
정세균의장의 어설픈 “사과”나 “유감”정도 표명으로 단식을 중단하면 이정현이 국민 앞에 자신이 한 말을 뒤집는 것이 된다.
그렇다고 이정현보고 끝까지 굶다 죽으란 말이 아니다.
내 목숨이 소중한 만큼 이정현의 목숨도 소중하다.
이제 이정현의 앞에는 두 길이 있다.
첫째는 이정현의 요구대로 정세균의장을 의장직에서 사퇴시키면, 그 순간 이정현은 개선장군이 되어 그 동안 굶었던 밥까지 더하여 곱빼기로 밥을 먹어도 된다.
이정현의 정치앞날에 붉은 카페트 깔린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이다.
둘째는 정세균의장이 의장직을 고수하고 있거나 어설픈 사과 정도로 단식을 중단하고 식사를 하려면, 밥숟가락 들기 전에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치판에서 깨끗하게 떠나기 바란다.
그게 사나이고 그게 정치인이다.
그 뒤에는 배가 터지게 밥을 먹든 떡을 먹든 뭐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정세균의장의 항복(사퇴)를 받아 내지는 못 했을망정 이정현을 국회로 보낸 순천시민뿐 아니라 온 국민이 “역시 이정현”하면서 단식투쟁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모두가 이정현의 똑 부러지는 말과 행동에 박수를 칠 것이다.
이정현!
정말로 탁월한 선택을 했다.
<???>
이정현의 단식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
혹자들은 이정현이 문을 걸어 잠그고 밀실에서 단식을 하니 몰래 뭐를 먹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그 점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몰래 뭐 먹은 것이 탄로 나는 순간 이정현의 정치생명은 거기서 끝이고, 며칠 지나면 단식후유증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보아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건 위장이나 연기로도 할 수 없고 속일 레야 속일 수가 없다.
걱정 붙들어 매셔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