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린 후 차분해진 오후에 커피 한 잔 마시다가
지난주에 다녀온 단양 여행기를 풀어볼까 하고 글을 써요.
예정에 없던 여행이었어요.
토요일에 월차를 내고 쉬겠다던 남편이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자고 얘길 꺼냈을때
토요일에 오전근무가 있던 저는 심드렁 했지요.
흔한 기회는 아니기에 어디로 갈까 살짝 고민을 하다
너무 멀지 않고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단양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토요일 오전근무를 끝내고 집에 오자마자
남편과 후다닥 챙겨서 1시쯤 목적지를 제천으로 설정하고
출발을 했어요.
단양과 바로 옆인 제천에도 볼거리가 몇군데 있다고
(남편이 인터넷과 블러그를 검색한 결과에 의하면.)
멀지 않으니 제천을 들러 의림지도 보고 다른 곳도
둘러보고서 단양으로 넘어가면 되겠다고 결정을 했죠
제천, 단양 두 곳다 저희는 처음이었습니다.
추석이 지나고 전국 각지의 축제 시작 기간전이라 그런지
고속도로도 밀리지 않고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제천에 도착을 했어요.
여행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익숙하지 않은 도시에 도착을 하게 되면
먼저 느껴지는 공기의 냄새와 분위기가 있는데
제천은 처음 만나는 도시의 느낌과 다르게 조금은 평범 했어요.
그 낯설지 않은 평범하고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가니
제법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는 공간과 함께 왼쪽편에
의림지가 보이더군요.
음....
음....
남편은 인터넷에서 보던 그 사진속의 풍경이 아니라면서
실망을 많이 한 듯 보였고
저 또한 별 기대없이 나섰지만 그럼에도 좀 아쉽더라고요.
오리배가 여기 저기 띄워진 의림지는
제천의 주요 명소, 추천 여행코스에 1번으로 나올 정도는
아니지 싶었습니다.
오리배는 띄우지 말고 그냥 여유롭게 놔뒀으면 조금 나았을까.
남편과 제 취향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아쉬운 느낌이었어요.
1시에 출발해서 3시가 좀 넘었을때 제천에 도착하고
의림지를 한번 둘러보고 잠시 쉬고 나니 4시 반을 훌쩍
넘어서고 있어서 어디를 가야 하나 추천 명소를 보니
가까운 곳에 (그래도 20분은 걸렸던 듯 싶어요)
박달고개가 있기에 그곳으로 출발을 합니다.
박달고개.
산 중턱 한쪽에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기념비가 세워진 것을
보고서야 박달고개구나 싶은 그곳은
솔직하게 표현하자만 지나는 길에 잠시 쉬면서 둘러보는 정도이지
굳이 찾아가서 까지 볼 정도는 아니구나.
남편과 제가 여행지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이 아님에도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기념비 주변으로 목각인형 (옛 조상 생활상, 장승)을 조각해 놓은
공간이 있었는데
관리가 되어있지 않다보니 썩어서 깨지고 뽑히고...
아쉬움을 느꼈던 곳이었어요.
제천에 도착해서 지체한 시간은 많았는데
마음에 남는 건 별로 없었네요.
오후 6시가 넘어가기 시작해서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은 내렸고
저녁도 먹기 전이고
하루 묵을 곳도 정하지 못했고.
제천에서 자고 다음날 단양으로 넘어갈 것인가
어차피 단양으로 넘어가야 한다면
굳이 더 제천에서 지체하지 말고
그냥 단양으로 넘어갈 것인가.
남편과 저는 고민을 하다
시동을 켜고 단양 구경시장으로 출발 했습니다.
...쓰다보니 길어져서 양치 좀 하고 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