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워낙 정신나간 글들을 많이 적어서 제 이름이나 아이피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껍니다.
저는 추석전에 차량을 렌트해서 세시간 거리 시댁을 갔다왔는데
명절때 못온다고 말했는데 명절때도 아기가 보고 싶다고 섭섭했다 하네요.
아기 실물도 세번 보셨는데. 자주 보여주었으면 하는 눈치입니다.
버스타고라도 아기 보여주면 안되냐구요.
그런데 아직 돌도 안된 어린 아기를 시외버스에 태워서 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갈때는 상태가 좋았던 딸이 오는 차안에서 멀미를 했는지 토하고 보채고
집에 와서는 잠을 안자고 내내 울기만 했어요. 장거리 다시 뛰고 싶은 마음 없어요.
시댁에서는 이 상황을 압니다. 하지만 이틀만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것을
건강한 아기인데 너무 유난스럽게 키우는거 아니냐고 합니다.
시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딱 한번 보신게 다고 어머니가 두번보셨는데
갈때마다 손녀가 보고 싶어서 나 어떡하냐고 눈물이 그렁그렁
하루에도 백번 넘게 아기 사진 보면서 이야기를 한다네요.
그런데 저는 압니다. 손녀가 아무리 이뻐봤자. 아들보다 한참 아래라는 것을요.
아들이 아기를 안고 다니면 밖에서 힘들게 일하는데 어깨 아프게 왜 안냐고 얼굴이 일그러지고
우리 딸이 밤잠이 정말로 없는 편인데.. 그것때문에 아들이 밤에 못쉴까봐 노심초사
요 며칠 어머니가 손녀가 너무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면서. 자꾸 전화를 하십니다.
저를 좀 달래야 손녀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볼까 싶어 요즘은 좀 누그러지긴 했지만
어머니가 손녀 타령하는게 좀 듣기가 시르네요.
아무래도 제가 어머니 집에 아기 보러 한번 오세요. 라는 말이 나오길 바라는것 같아요.
그런데 차마 그 말이 떨어지지가 않네요.
나이가 고령이고. 무릎과 허리가 아파 어쩔수 없는건 알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 하면
내가 이 나이에 며느리 집에 와서 이런 일 해야 하냐면서 인상찡그릴꺼고.
아기 수발도 지치는데 시어머니 수발에 잔소리에..
밤 열두시 넘어서 아기는 자는데 새벽 한시 넘어서야 자는 제가
아침 다섯시에 시어머니 밥상 차리고 싶지 않네요. 단 며칠이라도 불편해요.
남편은 엄마가 하는 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 안되겠냐고
하는데
아직도 우리 아기가 딸이 낮과 밤 거꾸로 되었던 그 시기에
너 따위가 내 귀한 손녀를 잘못키워 내 아들이 잠도 못잔다고
소리 지르고. 내 귀한 손녀딸 귀 아프니깐 발 들고 걸어라고 우리 친정엄마 앞에서
소리 지른게 아직도 그게 상처로 남아서
어머니하고 잘 풀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며칠후에 손녀 보고 싶다는 타령을 정말 불쌍한 목소리로
또 할까봐.. 어찌해야 하나 싶네요.
귀하고 힘들게 본 자식이긴 합니다만 아기 구경 처음하시는 분도 아니고
우리딸 말고도 손자 손녀 많이 보신 분인데.. 뭘 그렇게 이쁠까 싶네요
본인은 잘되라고 그렇게 말한거라고.. 아기를 잘키워야 니가 좋을것 같아서.. 그런거라고
하지만 잔소리가 이상하게 가시가 되어 심장이 팍팍 박히는것 같고
표현이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또 보면 잔소리 부터 들어갈까 싶어 날을 세워야 하고..
시러요.
70대 넘긴 시어머니 살면 얼마나 살겠냐고 남편이 늘 그러는데
글쎄요. 한두번도 아니고 자꾸 손녀 타령하면 제가 좀 피곤해요. 남편은 자기 엄마라서 모르나봐요.
다른분들도 비슷한가요?
친정엄마가 사람이 나이가 많으면 더 대접받고 싶어 하고
노친네 생각에는 니가 아기를 제대로 못키운다고 생각하는거니 그런거지
악의는 없는건데.. 마음 좀 착하게 먹으면 안되냐고 하네요.
제가 이상한거 맞죠? 시어머니 돌아가실때 까지 우리딸 타령 하실텐데
우리딸이 어머니가 보는 마지막 손주라.. 앞으로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싶어요.
남들은 힘들게 아기 낳아 시댁에서 얼마니 이쁨 받냐고 하는데
그걸로 자꾸 친한척하면서 다가올려고 하니 스트레스네요..
인간이 이렇게 살면 천벌 받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