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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지역 차별과 518 혐오 표현의 실태와 대응 모색을 위한 광주 토론회

주동식 조회수 : 512
작성일 : 2016-09-24 16:58:11
주동식
9월 19일 오후 12:19 · 

<5.18 혐오발언과 지역차별의 구조> 발표 내용

5.18에 대한 혐오발언은 그 내용과 고립성이라는 점에서 여타 혐오발언 및 민주화운동에 대한 혐오 현상과도 구별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여러 가지 혐오 표현 가운데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특정 집단의 이익 실현을 도와주는 도구가 호남에 대한 혐오 발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18 혐오발언은 매우 노골적으로 5.18 및 호남을 종북 및 친북과 연계하려고 합니다. 민주화운동 및 관련자들에 대한 용공 및 종북 논란은 드물지 않습니다만 5.18처럼 노골적이고 집중적이고 계획적으로 종북 공격에 시달리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5.18을 집요하게 종북과 연계시키려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5.18을 종북과 연계시키는 데 앞장서는 지만원 등의 발언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만원은 아예 전라도와 전라도 사람 전체를 종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만원은 2015년 8월 7일 뉴스타운이라는 인터넷 언론에 ‘깨어나라, 지금은 전라국과 대한민국과의 전쟁이다’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즉, 호남은 대한민국이 아니며, 전쟁을 통해 섬멸해야 할 대상이라고 선동하는 것입니다.

5.18을 종북으로 공격하는 행위는 단순히 이념적인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이념적 필요성 때문에 5.18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호남을 공격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5.18을 종북과 연결한다고 봐야 합니다. 이것은 굳이 이념과 연관된 사안이 아니어도 호남과 관련된 부정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빠짐없이 호남 혐오 발언이 온/오프라인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이념적 요구 때문이라면 호남에 대한 혐오 표현이 아니라 호남을 적극적으로 체제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입니다.

섬노예 사건이나 흑산도 여교사 강간 사건 등은 이념적 성격과는 전혀 무관하지만 호남을 공격하는 소재로 광범위하게 동원됩니다. 그 공격의 방향이 ‘호남은 대한민국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즉, 인종주의적 편견 및 불순한 의도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호남이 피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세월호 사건조차도 ‘호남은 대한민국이 아니다’는 메시지의 전파에 활용됩니다. '다른 나라에 예고없이 가니까 어뢰를 쏴 침몰시켰다'는 등의 표현이 그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5.18은 그 이념적 성격 때문이 아니라 호남이 80년대 이후 확보해온 정치 사회 문화적 정당성의 강력한 근거이기 때문에 공격받는다고 봐야 합니다.

결국 5.18혐오는 이념적 성격이 아니라 호남 지역에 대한 배제와 공격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호남에 대한 혐오와 배제, 공격이라는 현상이 나타날까요? 이 문제는 영남패권의 존재와 그 체제 방어의 필요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그 본질에 다가갈 수 없습니다.

영남패권은 낮은 생산력이라는 조건에서 제한된 자원을 한정된 부문과 지역에 집중 투입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성장시켰습니다. 재벌, 영남 지역, 군부 그리고 고급공무원 및 전문 지식인 집단이 그들의 파트너였고 집중적인 수혜의 대상이었습니다. 영남 출신의 군부 엘리트가 그 체제의 사령탑으로서 리더십을 가졌습니다.

대한민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농민층을 분해해 대규모 노동자 계급을 생성해야 할 요구 때문에 전통적인 농업 중심지였던 호남 지역은 경제성장의 피해자 및 그늘로 남았습니다. 농지개혁과 한국전쟁도 호남의 지주 계급이 산업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을 가로막았고, 김대중이라는 출중한 정치지도자도 호남 유권자들이 영남패권의 대항세력으로 전환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영남패권이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에 걸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과정은 호남의 소외와 배제, 고립 및 악마화의 과정과 정비례의 관계였습니다. 그리고 87년 체제의 성립이 호남 혐오와 고립, 악마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87년 체제 이전에는 군부의 물리력에 의존해 정권을 유지하던 영남패권이 이제 선거를 통해서 정권을 만들고 유지해야 했습니다.

영남패권의 입장에서 가장 손쉽게 선거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사회적 소수이자 약자이며 영남패권에 저항하는 세력의 대표인 호남을 악마화하고 고립 소외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김영삼의 삼당합당은 바로 이런 호남고립 및 악마화 전략을 정치구도로 고정시키는 것이었습니다.

87년체제를 함께 만든 김영삼 진영이 군부독재의 파트너로 옮겨가고 집권을 위해 호남소외 및 악마화 전략을 동원함으로써 광주항쟁을 매개로 호남과 연대했던 김영삼 지지 성향의 진보 진영 및 리버럴의 상당수가 호남혐오라는 조류에 동참하게 됩니다. 이들의 대부분이 친노 진영에 포함되며, 노무현의 대북송금특검, 민주당 분당, 대연정 제안 등은 사실 이들 호남 혐오 성향의 진보/리버럴의 요구에 부응하는 선택이었습니다. 그 근본적인 요구는 바로 호남과 호남 정치의 정당성과 명분을 부정하고 약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정치적 명분이나 선거 전략의 필요성 때문에 5.18이나 호남에 대한 노골적 공격은 자제해왔습니다. 김대중이 지닌 정치적 상징성과 호남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4.13 총선에서 호남이 친노 진영인 더불어민주당을 거부하자 그동안 자제해왔던 호남에 대한 모욕과 공격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5.18묘역에 시멘트를 부어버려라’, ‘전국이 지역주의를 벗어났는데 호남만 지역주의로 남았다’ 등의 발언이 거침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발언과 일베의 인종주의적 호남 공격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습니다.

호남에 대한 이념적 공격은 명분에 불과하고, 그 본질은 호남 자체에 대한 모욕과 비하, 고립 시도라는 점에서 봤을 때 호남 혐오라는 본심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새누리당 등 보수세력보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노세력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진중권 등 진보 지식인들이 가장 악랄한 호남 혐오 발언에 나서는 것을 봐도 이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5.18에 대한 공격이 이념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상 영남패권 유지를 위한 호남 고립 및 소외전략이라는 것은 그 공격의 내용이 인종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일베나 기타 포털 등의 공격에서 호남을 공격하는 내용은 이념적이라기보다 인종주의입니다. 빨갱이라서 호남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호남이기 때문에 빨갱이고, 대한민국과 다른 인종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5.18광주민중항쟁의 인명 희생은 부상자를 포함해 5천여 명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박정희정권 이후 호남 소외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는 비록 구체적인 통계를 잡기는 어렵지만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봅니다. 고향을 떠나 수도권이나 여타 지역으로 이주해간 호남 출신들은 사회 하층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들은 경제적 여건이나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다양한 방식으로 희생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았습니다.

결국 5.18에 대한 혐오는 호남 자체에 대한 혐오에 포괄해야 할 성격이며, 호남에 대한 혐오와 공격은 영남패권의 요구에서 나온다고 봐야 합니다. 이 문제의 해결은 결국 영남패권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고 있는 절대적인 영향력의 극복과 연결됩니다. 문제 해결의 첫걸음으로 진보의 상징성을 갖고 호남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공격하는 데 앞장서는 친노 및 좌파와의 절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호남 지역차별은 감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역감정이라는 용어는 양비론적이며, 지역구도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있다는 사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는 용어입니다. 이것은 엄밀한 의미의 차별이며 대한민국의 가장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이해관계 즉 권력의 문제가 걸린 사안입니다. 영남패권이 호남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발전과 정상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입니다. 5.18혐오는 그렇게 거대한 사안의 본질을 가장 첨예하게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지역차별의 극복과 해소는 호남의 이기심을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발전을 위해서 우리 사회가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영남패권 문제의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자 전략적 근거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 혐오 표현의 실태와 대응 모색을 위한 광주 토론회 ]


저는 5.18 혐오 및 호남 혐오의 메커니즘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일시 : 2016년 9월 20일(화) 오후 3시~6시
장소 : 광주광역시청 1층 시민의숲
주관 : 광주인권회의, 광주녹색당, 노동당, 아수나로

<토론 주제 및 발표자>
-혐오표현 규제의 국제법적 동향과 국내적 규제방안 : 이주영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
-5.18 혐오와 호남 혐오 발언의 메커니즘 : 주동식 (지역평등시민연대)
-성 소수자 문제 :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여성 문제 : 줄비 (광주여성민우회)
-청소년 문제 : 밀루 (아수나로)

IP : 91.109.xxx.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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