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중학교 시절 아이..

30년 간 안잊혀지는 조회수 : 928
작성일 : 2016-09-24 05:23:12
제가 다닌 중학교는 대도시의 신생 중학교였죠. 
당시 연합고사 성적으로 신생 학교의 입지를 올리고자 학교는
정말 무지막지하게 공부를 시켰어요.
전 고등학교때보다 중학교때 더 열심히 공부한 거 같아요
아침 7시 반에 등교해서 보충까지 마치면 10시..
선생님들도 정말 열정적이셨죠..

다만 그 학교에서 있었던 일중 그 시절엔 몰랐지만  가장 비 인간적이라 생각되는 일이
아직까지도 맘에 남아 안지워져요. 

저희 반에 한글도 잘 모르고, 반에서 꼴찌를 도 맡아 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시험만 쳤다 하면 한글 자체를 잘 못읽으니 그냥 빵점인거죠. 

그 아이는 학교를 오려면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야하는 대도시 근교의 농업지역에 살았는데
부모님 농사일 거들고 도무지 공부를 할 시간이 없었던 거 같아요.

그럼에도 학교에 등교는 최고로 일찍하고 
옷을 절대 갈아입지 않지만
그 같은 옷이 늘 단정하고 깔끔했어요
마치 학교 마치고 집에 가서 잠도 안자고 옷을 깨끗이 빨아 다려 다시 입고
학교에 일찍 오는 일이 그 아이 인생에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인 거 처럼.

그런데 그 아이가 계속 빵점을 맡고 반의 평균을 떨어뜨리니
당시 담임이 그 아이를 개인 상담한 후
학교를 그만 다니도록 했어요.

신생 사립 학교다 보니, 이사장들이 성적 압박 심하게 주고
담임들도 반마다 등수 매기는 이사장에게 스트레스 받을 만치 받아 어쩔 수 없었을지 모르나.

30년 간 그 아이가 늘 제 마음에 마치 어떤 그림자 처럼 문득 떠 오를 때가 있어요. 

아무 말없이 학교에 쥐죽은 듯 있다가 가고
한 벌인 옷을 빨아 입고 학교 다니던 그 아이를

대체 그 학교는 무슨 권리로 
아이의 교육받을 권리를 짓밟아 버렸는지..

제가 엄마가 되고 보니
그 아이가 떠오를때 마다 가슴이 아파요. 

어디선가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래보기도 하구요..




IP : 2.216.xxx.18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내비도
    '16.9.24 5:36 AM (58.143.xxx.6)

    옷은 갈아입지 않지만 늘 단정하고, 최고로 일찍왔다니.
    단편 소설속의 인물 같아요.
    관심도 없는 사람의 얘기지만, 같이 바라봅니다.

  • 2. 정말
    '16.9.24 6:59 AM (70.29.xxx.190)

    단편소설 같은 이야기네요.
    정말 가여운 마음이 드네요...ㅜㅜ

  • 3. ssss
    '16.9.24 8:49 AM (50.137.xxx.131)

    '신생 사립 학교다 보니'

    옷이 단 한 벌 뿐이고, 농사를 짓느라 한글도 떼지 못한 아이가
    신생 사립학교는 어떻게 다니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 4. 윗님
    '16.9.24 9:41 AM (2.216.xxx.183)

    한국에서 학교 안다니셨어요?
    그냥 뺑뺑이로 추첨해서 당시 '국민'학교 졸업하면 그냥 가는 곳이 중학교였고
    공립이든 사립이든 어차피 모두 국가 부담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별도의 학비 안내고 그냥 다니는 곳이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01667 요즘 수목 전성기: 공항 가는 길 괜찮아요 2 :) 2016/09/30 1,364
601666 공부 잘하는 아이를 싫어하는 선생님 17 ... 2016/09/30 3,828
601665 82님들.. 도와주세요.. 8 ... 2016/09/30 715
601664 여자를 만만하게 취급하는 남자는 남자 인격 문제인가요? 7 .... 2016/09/30 2,013
601663 급질)강아지가 누런설사를 자꾸해요ㅠㅠ 2 어떡하죠? 2016/09/30 549
601662 자식들이 진짜 하나같이 안풀리는건 부모탓일까요 35 제목없음 2016/09/29 19,492
601661 진주목걸이 선물을 받았는데 맘에 안들어요ㅜ 9 2016/09/29 2,834
601660 쌀국수 집에서 잔치국수처럼 할때요 1 ㅇㅇ 2016/09/29 810
601659 30대 초반.... 간호대 넣었어요. 27 직업 2016/09/29 7,425
601658 보틀 기획한거 고복실 7 본부장이 2016/09/29 1,658
601657 천안에 아파트 분양받는거.. 3 .. 2016/09/29 1,891
601656 빡치는 문체부 국감 최순실 뒷이야기 3 moony2.. 2016/09/29 1,170
601655 팝송제목 찾아주세요. 3 너무 궁금 2016/09/29 525
601654 변비걱정없이 감 실컷 먹어보고 싶어요 9 단감 2016/09/29 1,275
601653 냉장고에서 구슬굴러가는 소리가 나요 3 2016/09/29 4,951
601652 헌재 재판관들의 생각? 2 ..... 2016/09/29 408
601651 고등 힘든아이 어찌 키울까요? 6 어찌할까요 2016/09/29 2,005
601650 피아노 학원 원장샘 경력은 묻기가 참 거시기한듯해요. 4 vldksh.. 2016/09/29 1,413
601649 저는 고시생인데요.. 22 고시생 2016/09/29 5,716
601648 카톡친구 안뜨는 이유좀 알려주실분요!! 3 .. 2016/09/29 5,226
601647 공항가는 길로 갈아탔어요 19 .. 2016/09/29 5,895
601646 저희집 개가 몇시간째 긁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ㅠㅠ 14 개엄마 2016/09/29 2,120
601645 개인회생 하신분 계신가요? 3 답답 2016/09/29 1,977
601644 백년손님 마라도 장모님 피부보세요 4 . . . 2016/09/29 3,586
601643 남자들은 성격 좋은 여자보다 매력있는 여자를 좋아하나요? 5 .... 2016/09/29 5,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