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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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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 첫 명절과 18년차 명절 모습 차이

헌댁 조회수 : 2,686
작성일 : 2016-09-20 15:21:50

우여곡절 명절 치르신 여러 글들을 보다가..

18년 전 결혼하고 첫 명절(설)을 치르고 신혼집에 돌아와

작은 방 문 걸어 잠그고 통곡하며 울었던 옛날 모습이 떠올랐어요.

저희 시댁이 작은집이라 시부모님 모시고 큰집에 가서 차례 지내고 큰 집 작은 집 통틀어 혼자 며느리라

그 많은 설거지를 다 하고 어려운 시어른들 줄줄이 내 행동거지 쳐다보고 계시고

손윗시누들이 지시하는 대로 익숙하지 않은 집안일들 하며 구박도 받고.. 하던 와중에

- 기혼 시누는 시댁이 신정쇤다고 와 있고 미혼 시누도 있구요 -

시아버님이 기혼 시누한테 결혼하면 명절 당일에 친정 가면 안 되는 거라고,

당일날 친정 가는 건 아주 배운데 없는 행동이라고 저 들으라는 듯 말씀하셨거든요.

워낙 목소리크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집안이라 시누는 오히려 따박따박 대답하는데

새댁인 저 혼자 마음 아프고 속상해서 꾹꾹 참다가 집에 와서 남편한테 우리 엄마아빠도 나 귀하게 키웠다고 소리지르고

옷방 문걸어 잠그고 울고 불고 하다가 잠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새신랑도 어쩔 줄 모르고 문밖에서 달래다가 한숨쉬다가 절대 안 그런다고 빌다가..

 

그리고 애 둘 낳고 무섬증도 없어지고 시부모님한테 싫은 티도 낼 줄 아는 지금..

(이제 여차저차해서 큰 집에 안 가고 시댁만 방문해요)

지난 연휴 기간 첫날 시댁가려다 남편이 안 간다 해서 집에서 TV도 보고 집안일도 하고 쉬구요

둘째날 추석 당일 가족이 다 늦잠 자서 허둥지둥 간 게 아침 11시 (시댁이랑 같은 도시예요)

아침 식사 이미 하신 상황이라 어머님이 해두신 잡채랑 갈비찜에 밥 먹고 우리 식구 먹은 설거지 하고

TV 보다 폰 보다 송편 먹다 애들은 PC방 보내고 어머니 주무시길래 저도 작은 방 들어가 한숨 자고 일어나니

이른 저녁 차리셨길래 남자들 애들 먹이고 나서 어머니랑 둘이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며 밥먹고 다시 설거지.

애들 보드게임하고 놀길래 기다렸다 잡채 싸가지고 집에 온 시간 저녁 8시.. 였어요.

당일날 친정부모님이랑 밥은 못 먹었지만 저는 불만 없어요.

왜냐면.. 제가 친정집이랑 바로 붙어서 살거든요. ㅎㅎ

그리고 남은 연휴 3일은 친정 부모님이랑 밥도 먹고, 애들 데리고 놀러도 가고 알차게 보냈답니다.

 

첫명절과 최근 명절 사이에 많은 명절들과 일들이 있었지요.

제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시댁내의 일들, 또 저랑 시부모님이 서로 적응하는 가운데 트러블도 조금.

서로의 기대치를 낮추고 배려하는 자세 착장 등 ..

이렇게 별 거 아닌 글을 쓴 이유는 저처럼 힘들었던 첫 명절을 보내신 새댁들이 있을 거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편해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물론 이번 명절은 당일날 친정에 가지 않았지만 한동안은 큰 집에서 차례지내고 바로 친정으로 갔었구요.

목소리 크신 시아버님도 며느리한테 직접 친정 가지 말라는 말씀은 못 하셔서 몇번은 못마땅한 표정이셨지만

나중엔 당연하게 여기셨고 지금은 저녁이 되어도 친정에 가야겠다고 서둘러 일어나지 않는 제 눈치를 보시는 것 같기도..

(이건 제 오버일 수 있지만요 ㅎㅎㅎㅎㅎㅎ)

 

시댁이 아주 막장이 아니라면 본인이 스스로 주장하고 원하는 바를 취하고 어느 정도는 둔하게 반응하시는 것,

그리고 남편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시고

이번 명절 스트레스 쌓아두지 말고 앞으로 이런 명절을 보내야겠다, 생각하고 남편이랑 공유하세요.

저는 시댁에서 먹고 자고 시간 보내는 게 너무 지겨워서 영화도 보러 가고 공원에도 놀러 가자고..

집귀신인 남편을 꼬드기는데 몇 년 걸렸어요.

저희 친정엄마는 시부모님이 천하의 보살이라고 여기시는데.. 

그 거 다 내가 쟁취한 거라고~ 말하고 싶네요 ㅎㅎㅎ

 

IP : 210.105.xxx.22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16.9.20 3:25 PM (216.40.xxx.250)

    그정도 연차면 아예 안가도 누구도 뭐라못할 때에요.
    누가 아쉽나요 욕좀 들어도.
    노인네들 이젠 며느리 눈치봐야지 안그럼 누가 자기들 수발하나 싶어서.

  • 2. ...
    '16.9.20 3:38 PM (221.146.xxx.134) - 삭제된댓글

    그게 가만히 난 종년이요하고 꾹꾹참고 희생해서 변화된게 아니란걸 알아요. 울남편도 정말 착한데 싸우지않으면 내가 명절때 부엌에서 얼마나 가시방석인줄 모르더라구요. 싸워야하고 싫은내색해야하고 넘 힘들면 안하기도 해야합니다.
    님처럼 의지를 갖고 명절중노동을 바꾸시는분들 덕분에 우리 다음세대들은 한두끼 가족식사만하는 즐겁고 편한 명절, 차례상 제사없는 그런 시절을 보내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 3. 헌댁
    '16.9.20 3:59 PM (210.105.xxx.221)

    ㅍㅎㅎㅎ 맞습니다~
    애 낳고 나면 무서운 거 없다고 직장 선배들이 그러더니 그게 다 연차 얘기죠.
    이젠 측은지심으로 서로 봐주는 거죠.

    참기만 하고 희생만 하면 아무도 모르더라구요.
    참을 땐 참고 나 그 때 참았다, 하고 얘기해야 알고 한번씩은 폭발도 하고
    대놓고 얘기도 하고 돌려서 하기도 하고 아버님 어머님 남편이랑 돌아가면서요 ㅜㅜ
    우리 세대에서 조금씩 바꿔서 우리 자식 세대는 정말 즐겁고 편한 명절이 되길 바라요~

  • 4. ..
    '16.9.20 4:02 PM (59.1.xxx.104)

    보통은 그렇게 살고 있지요..
    투사같은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서로 잘 견디며 살아온 거 같아요..

  • 5. 17년차
    '16.9.20 6:44 PM (118.37.xxx.198) - 삭제된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지방의 시부모님과 큰 아버님내외 작은 아버님 내외 저희집에 와서 주무실때 침대에서 이불덮고 숨죽여 울던 기억이 나네요.
    신혼집 원룸에 오셔서 저희는 침대에, 나머지 가족들 모두 바닥에서 자더라고요. ㅎㅎ
    명절때마다 집에 오는 길에 남편과 싸우고.
    몇년 지나면서는 내가 힘들다는걸 좋게 어필하니 남편도 이해해주더라고요.
    지금은 어머님한테 웃으면서 잔소리좀 그만하시라 핀잔도 드리고, 그 고집세신 시아버님 앞에서도 하고싶은 말 잘해요.
    남녀불평등 모르고 교육받은 처자들이 결혼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때 얼마나 화가 나고 분할지 이해도 가지만 현명하게 잘 극복해갔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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