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시댁 모두 인연 끊어 명절때마다 혼자 있는 여자랍니다.
어쩌다 제 인생은 어릴때도, 커서도 이리 외로울까요.
친정 이야기는 마음이 괴로워 고통스러울때마다 82에 글을 올려 많은 위로를 받았었지요.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1669092
뭐 이런글들 몇번 올렸었어요. 아마 82에 자주 오셨던 분들은 아실지도.
이리 학대 받고 살다 20살때 집 나왔고..
결혼하면서 엄마가 너무나 살갑게 굴어 저도 주위 눈치도 있고 도리는 하자 했는데
아이 낳고 나니 안되더라구요.
명절이나 생신되어 친정 갈 일만 생기면 일주일 전부터 밤새 잠을 못잤어요.
엄마의 폭행, 폭언...어린시절 나의 모습과..너무나 천사같은 어린 내자식의 모습이 겹쳐
어느날인가 술의 힘을 빌려 엄마한테 전화해 절규했는데
내가 바란건 사과까지도 아니고..그냥 그래 너도 그 어린나이에 얼마나 힘들었겠니..그 한마디였는데
돌아오는건 니애비가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너는 나한테 얼마나 냉정했는데..너 소름끼친다...였죠.
그 이후로 친정 발걸음 안한지 2년 정도 되었나..?
그 당시돌 조금 지났던 제 아이는 이제 네돌을 앞두고 있는데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란 단어를 몰라요.ㅎㅎ
시댁................
20살 대학생때 같은 동기였던 남편을 술자리에서 만났고..
내가 그에게 마음을 주었던 결정적인 말이...술자리에서 나도 엄마가 없잖아...했던 그 한마디였습니다.
아..너도 엄마가 없구나. 나도 엄마가 없는거나 마찬가진데..뭐 이런마음요.ㅎㅎ
11년을 연애했구요. 우리 남편 너무 자상하고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시댁은..ㅠㅠ
구구절절 다시 말하자니..엄두도 안나구요.
홀시할머니에 시아버지가 있는 집인데.
시아버지가 좋게말하면 아이같은...나쁘게 말하자면 60나이가 무색한..어디 좀 떨어지나..?싶게
임신한 며느리 앞에서 성추행에 가까운 음담패설..욕설..남편이랑 밤일 이야기 운운..
결정적으로 제가 아이 낳고 80된 아이 데리고 갔을때 아이가 우니
이새끼, 저새끼..왜 울고 지랄이냐..여기서 갈등이 시작되어
돌때 여전히 그러길래 제가 남편앞에서 폭발하고 시댁 집앞에 있었는데
제가 밑에 있는거 뻔히 알면서 베란다 문을 열고 씨발,,욕설과 함께 캬아악 퉤...가래침을 뱉더군요.
이혼할뻔 했습니다. 그 괴로움 말로 글로 도저히 열거할 수 없는 그 시간들.
어쨌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저는 시댁에 가지 않구요.
남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이란 존재 자체만으로는 아직도 최고입니다. 슬프게도요.ㅠㅠ
얼마나 저를 위해주고, 아이에게 좋은 아빠이고.
막말로 저런 집안에서 어떻게 이런애가 나왔지??? 싶게요.
시댁전화, 방문 모두 막아주고 이해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도 안보내다가요....작년부터 시댁 생신이나 명절때 보내기 시작했어요.
그때마다 우울합니다. 보내기 싫어서요.
그런데 왜보내냐면...남편때문에 보냅니다.
본인은 엄마없는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란 존재에 많은 슬픔과 애틋함과 애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입니다.
결혼해서 얼마나 화목한 가정을 보여주길 원했을까요.
그런 본인이 명절때마다 혼자 운전해 가며 가는 그 두어시간동안 어떤 생각들이 그의 머리를 스칠지.
얼마나 가슴이 아플지...그래서 아이와 함께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어쨌거나 핏줄이지요. 지 증조할머니, 할아버지입니다.
암튼 그래요. 그래서 명절때마다 이렇게 저는 혼자 있습니다.
편하냐구요? 몸은 편하지요. 마음도..뭐 편하기도 하고....
하지만 우울한 마음이 더 크지요.
아들, 남편 보내고 이리 서성 저리서성....그러다 미친여자처럼 음식물들을 막 사와서
배가 찢어지게 먹습니다. 토하고 싶을정도까지로요. 술도 마시구요.
어제 밤에 그리 먹고 잠 못자고 오늘 새벽 여섯시에 잠들어 아침 열한시에 일어났네요.
이제 3시쯤 점심먹고 출발하겠대요. 통화때마다 꼬박꼬박 아들을 바꿔주는데
다섯살 귀염둥이 우리 아들 목소리 들을때마다 가슴이 저미네요.
엄마..보고싶어요. 엄마 나 이제 잘거예요. 엄마 사랑해요. 내일 만나요. 엄마 나 이제 조금있다 갈거예요.
빨래돌리고 청소하고 늦은 아점 챙겨먹으며 어제 다 못마신 맥주 두캔째 따고 있습니다.
이제 몇 시간 있음 이 적막 가득한 집에 울 아들 와서 또 징징징징 거리고 떼쓰고 시끄러워 지겠지요.
이 상황들이 참 아이에게 미안합니다.
엄마 없이 아빠랑 둘이 할아버지댁에 가는 아이가 사실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잖아요.
제 스스로는요??
추석, 설날, 생신...........이런 날만 빼면 그렇게 편안하고 좋을수가 없습니다.
오백원짜리 만한 구멍이 세군데나 뻥 뚫리던 원형탈모도 이제 다 나았고요.
어른들 댁에 가기 전날 새벽 다섯시 여섯시까지 베개가 축축하게 울일도 없어졌고요.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내 인생도 중요합니다.
가끔씩 스스로 계속 주문을 걸고 중얼거립니다.
나는 더이상 더이상은 어른들이란 존재때문에 상처받지 않겠다고.
죽어도 그들때문에 더이상 내 가슴에 피멍들지 말아야지. 상처받지 말아야지 상처받지 않을거야 절대로.
두캔째 딴 맥주때문에 알딸딸해진 김에 글 써봤습니다.
아직 의문이긴 합니다.
저는 지금 행복한걸까요....아님 불행한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