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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이 민주주의를 망쳐왔다.

서민 교수 조회수 : 490
작성일 : 2016-09-12 13:12:47

영남이 민주주의를 망쳐왔다

 

 

서민 |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설명을 안 하면 그걸 모른다는 건, 아무리 설명해도 모르는 거야.”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1Q84』(2권, 217쪽)에 나오는 말이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이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아들이자 주인공인 덴고에게 하는 말이니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키가 허투루 저런 말을 했을 리는 없었고, 이 말은 그 이후 내가 겪는 현실을 이해하게 해주는 데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 김욱 교수가 쓴 『아주 낯선 상식』을 둘러싼 논쟁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아주 낯선 상식』의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내가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친노패권주의’의 실체를 여지없이 파헤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친노패권주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필두로 한 소위 친노 세력이 영남패권주의에 투항한 뒤 호남을 인질로 삼으려는 ‘정략’을 말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우리나라는 영남 패권이 작동하는 나라다. 건국 이래 68년 중 50년을 영남 출신 대통령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차관 등 요직은 물론이고 사회 각층의 핵심에 영남 출신이 많다. 이분들이 민주주의 원칙에 걸맞게 국가를 운영한다면 괜찮을 수도 있지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맹활약에서 보듯 이 나라는 점점 민주주의 반대편으로 달려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영남패권주의와 싸울 필요가 있고, 그 선봉에 서 있는 곳이 바로 영남패권의 폐해를 온몸으로 겪은 호남이다. 그렇다면 호남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세력에게 몰표를 던져온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그 몰표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영남 패권과 싸우는 대신 열린우리당 창당을 통한 호남 고립화에 앞장선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민주당에 표를 던진 호남인들을 지역주의로 매도했다는 점이었다. 신기한 현상은 국민의당이 창당하고 난 뒤에 벌어졌다. 호남이 민주당에게 삐쳐서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자 소위 진보 진영이 들고일어나서 호남을 욕했다. 민주당에 표를 던지면 지역주의로 매도당하고, 다른 당을 지지하면 ‘민주주의가 죽는다’며 호남에게 정신 차리라고 하는 현실, 이것이야말로 ‘호남을 인질로 삼으려는 정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주 낯선 상식』이 출간된 것은 바로 이런 현실을 개탄하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된 뒤 벌어진 논쟁은 그다지 생산적이지 못했다. 원인은 이 책을 공격한 사람들 측에 있었다. 물론 『아주 낯선 상식』이 완벽한 책도 아닌바, 얼마든지 이 책을 비판할 수 있다. 문제는 비판의 번지수가 틀렸다는 점이었다. 한 인터넷 서점에 올라온 100자 평을 보라. “지역 이기주의를 되지도 않는 말로 포장한 책”. 이분뿐 아니라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분들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기껏 한다는 비판이 ‘노무현 정부 시절 호남에 장관 자리 몇 개 안 주었다고 저러는 거 아니냐?’는 차원이다. 어쩌면 그렇게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지, 나도 답답했지만 저자는 나보다 몇십 배 더 답답했던 모양이다.

[출처] 영남이 민주주의를 망쳐왔다|작성자 인물과사상


결국 저자는 『아주 낯선 상식』 출간 이후의 논쟁과 그에 대한 해명을 담은 『아주 낯선 선택』을 출간했다. 책을 쓴 목적이 답답함을 해소하는 것이었던 만큼 전편보다 훨씬 이해가 잘된다. 예를 들어보자. 저자는 호남에게 “사리사욕을 버리고 더불어민주당을 찍으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한 김홍걸의 말을 인용한 뒤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나의 지역이 ‘악’을 막고 ‘선’을 실현하기 위해 분열 없는 몰표를 던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어디선가 ‘선’을 막고 ‘악’을 실현시키기 위해 몰표를 던지는 지역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가정해야 한다.……새누리당에 투표하는 영남 유권자를 주축으로 하는 유권자 집단이다. 그렇다면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그들이 ‘악’인가? 현재의 친노는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대답하지 않는다.”(121쪽)

​ 

만일 새누리당이 ‘악’이라면 그들의 본산인 영남에 가서 민주주의를 다 죽일 작정이냐고 따지는 것이 옳다. 너희들은 왜 반민주 세력에게 그렇게 몰표를 던지느냐고 물어야 한다. 하지만 친노는 물론 진보 지식인 누구도 그렇게 말하는 이가 없는 것으로 보아 그들이 진짜로 새누리당을 ‘악’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 만일 그렇다면 “그건 호남을 인질로 삼는 오래된 정략일 뿐이다.”(124쪽) 이 경우 당연히 호남에게 ‘민주주의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몰표를 던져라’라며 협박해선 안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떠했는가? “한국 민주주의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섰다”고 한 『경향신문』 사설에서 보듯, 거의 모든 진보 세력이 호남에 국민의 당 대신 더불어민주당을 일사불란하게 지지하라고 요구했다. 신성한 광주가 “권력과 분배에만 집착하는 세속 광주로 타락했다”(87쪽)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새누리당을 찍는 영남 유권자들에게는 이런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제20회 국회의원 선거 결과가 야당의 승리로 끝났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만일 이번 선거가 “야권의 참패와 새누리당 압승으로 끝났다고 가정해 보자……그 책임을 뒤집어써야 할 주체는 분열적 투표를 한 호남이다”(25쪽).

『아주 낯선 상식』은 물론이고 『아주 낯선 선택』 역시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주 낯선 상식』에 대해 번지수가 틀린 미사일을 쏘아댔다. 대체 왜 그랬을까?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다음 둘 중 하나다. 첫째, 진보 진영에 속하는 분들의 이해력이 심하게 달린다. 둘째, 그분들이 책을 읽지 않았다. “영남, 호남이 문제가 아니라 서울이 문제다”(97쪽)라는 헛소리를 한 정희준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모든 진보 세력이 이 책을 안 읽었을까? 여기에 하루키가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설명을 안 하면 그걸 모른다는 건, 아무리 설명해도 모르는 거야.”


내 멋대로 해석하자면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이에게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알아듣기 힘들다는 뜻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진보 세력은 죄다 영남패권주의에 빠져 있다 보니 영남의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게 아닌지 모르겠다. 편견을 걷고 저자의 다음 말을 경청해보자.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일반을 달성할 수 없는 근원적 이유는 야권분열이 아니라 여권결집 때문이다.……따라서 책임을 묻고 싶다면 야권분열이 아니라 여권결집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175쪽).


http://blog.naver.com/personnidea/220806233799

[출처] 영남이 민주주의를 망쳐왔다|작성자 인물과사상


IP : 91.109.xxx.9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다른 건 모르겠고
    '16.9.12 1:45 PM (210.222.xxx.124)

    신라가 당나라와 손 잡고 만주 일대를 다 빼앗겨버린 짓을 보면
    삼국통일이 아니라 나라를 팔아먹은 것임

    영남의 짓거리는 용서가 안되는 일이지요

  • 2. ..
    '16.9.12 2:26 PM (223.32.xxx.132) - 삭제된댓글

    힘이 없어서 그런거에요
    우리나라는 여론을 주도하는 지역은 서울인데
    서울의 분위기란게 경상도에 대해 뭐라 할 입장이
    못되는 그런 분위기가 있더군요

  • 3. 해결책 간단
    '16.9.12 3:52 PM (116.126.xxx.157) - 삭제된댓글

    2,3개 정도로 분리, 독립하면 됩니다. 어차피 서로가 같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인데, 그냥 캐나다나 영국처럼 독립투표해서 찬성 많이 나오면 독립하는 걸로....이 참에 수도권도 따로 떨어져 나오고.

  • 4. 어부지리
    '16.9.12 4:56 PM (119.18.xxx.166)

    야권 분열로 영남 집권세력이 어부지리를 얻는 게 두려워서 그럴 뿐 호남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호남이 이 나라 민주주의에 빚진 것도 없고 책임질 일도 없지요. 수 십년 권력을 누려 온 영남 기득권 세력과 그 동조세력에게 당연히 따질 일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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