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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당당해지기

조회수 : 878
작성일 : 2016-09-11 18:24:24

길게 썼다가 글이 다 날아가고 말았네요..ㅠㅠ


곧 명절이네요..82의 여러분들...


18년 결혼생활중 요즘만큼 마음이 편한적이 없네요..


20대 어린나이에 시집와서 친정과 4시간 떨어진 시댁에서 13년 모질고 모진 시집살이..5년째 분가중..


이혼할래..분가할래..이렇게 해서 하루만에 분가했던 40대 며느리입니다.


수도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바보같이 참고 또 참았던 저에게 남은건 만신창이 몸과


홧병걸린 마음이었습니다.


3년전 15년 경력단절을 딛고 취업에 성공한후 당당해지기 시작했어요.


사무직으로 재취업하기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사무직에 필요한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 반대했던 4년제


 대학공부도 반은 장학금을 받아가면서 마쳤습니다.


나름 열심히 살았고, 아파가면서도 공부한 결과 번듯한 직장은 아니지만, 괜찮은 조건의 사무직에 취직해서


일하고, 건강악화로 잠시 휴직후 재취업한지 (더 좋은 조건으로)  한 달이 좀 넘었네요.


82에서도 늘 올라오는 글들...여자도 일을 해야 더 당당해질수 있다라는거...정말 실감해요..


가슴에 수도없이 비수를 꽂던 시집식구들 제가 일하기 시작하면서 함부로 안합니다..


처음 재취업했을때 '쟤는 어느 공장에서 일하냐고...'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 폄하하는거 아닙니다..


아무 능력도 없는 니가 무슨 사무를 보고 일을 하냐고는 말이었어요..공장에 가서 인형 눈알이라도


칠하러 다니라는 말을 했던 사람이 무려 사촌시동생이라는 사람일정도로 시집에는 말그대로 무식한 집안이지요..


시동생 또한 제가 공부할때도 형수가 무슨 공부를 하냐고..돈이나 벌러 가라고..대놓고 말했던 사람들이 제가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는것을 보고 놀라기 시작했고, 특히 시어머니는 태도가 싹 바뀌었습니다.


요 근래 몇달간 휴직상태일때 시어머니 병원에 모시고 가서 제가 수납을 하니 '니가 집에서


놀고 있는 주제에' 라는 말을 서슴없이 5번이나 하는것을 보고 바로 구직해서 일하기 시작하니


다시 태도가 급변해서 얼마나 비굴하게 보이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그뒤 저희집에 오시겠다고 여러번에 걸쳐서 말씀하시는걸 냉정하게 전화로 끝까지 잘라냈고,


(예전의 저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요) 지금은 제 할 말 다하고 삽니다.


저번주 시아버지 제사때 퇴근후 참석한 저에게 니가 미안할까봐 니 할거 다 남겨놨다..라는 시어머니 말씀에


(아랫동서도 있어고, 작은 어머니도 계셨고 두 사람다 제사음식 거의 안한상태였고, 전날,당일 전화해서


어머니 혼자 일하시는거 염려전화 다했어요)


'어머니..이런거는 안남겨놓은셔도 돼요..


저 미안한거 없어요...제가 왜 미안해야 해요..저 여태 넘치도록 너무 많이 하고 살아서


하나도 안미안한데요..' 물론 웃으면서 말은 했지요...


같은 말을 해도 내가 다하지 못해서 니가 좀 해주면 좋겠다..이러면 좋은걸..매번 퇴근후 제사때


같은 말 반복이길래 이번에 작정하고 말해버렸어요.  음식못한다는 동서를 가르쳐서 시키든지..


아님 좋게 말씀해도 되는것을 시어머니 용심을 그리 부리는걸 이젠 참기 싫었어요.


이젠 남의 편이던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남편이 제 편입니다..


세상에 너같은 여자가 없다고...작년에 얘기하면서..본인이 너무 철이 없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가 미쳤었다고...분가해보니 세상 여자들이 다 너처럼 사는줄 알았다가 그게 아니었다고..


저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도 했습니다.


남편은 처가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살던 사람이었고, 친정에서 맏사위 노릇 단 한 번 한적 없다가


요즘은 기본은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남편이 하는 만큼만 시집에 하겠노라고 선언했고, 남편 또한 자기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저한테 요구하지 않아요..제사나 명절때 손하나 까딱 안하던 사람이 열심히 도와줍니다.


엄마가 뭐라하든 신경쓰지 마라..막말은 그냥 무시해라..합니다..


두서없이 긴 글이었지만, 며느님들...할 말 하고 사세요..


저 역시 일하면서 당당해졌지만, 전업주부일때가 저는 더 일이 많았어요..


전업주부도 일하는 여성과 똑같이 대우받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좀 더 일찍 내 의견을 제시하고 당당하게 얘기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기엔


환경의 제약이 너무 많았어요..


처음이 정말 말하기 괴롭고 힘들지만, 한 번 하고 두 번 하면 되더군요..


누구보다 유약했고 소심해서 바보같이 시집식구들  눈치보고 살았던 저도 이렇게 바뀌는걸요...


지금이 저는 너무 좋습니다..20-30대 젊고 이뻤던 내 시절은 지났지만, 40대인 지금


내 삶의 주체는 나이고, 스스로 개척해가는 제 삶이 너무 소중합니다..








 








IP : 39.112.xxx.8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9.11 7:07 PM (61.75.xxx.135)

    그간에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로 당당해진거지요.
    당당해지심에 축하합니다.
    더 당당해지려면
    나에 대한 주위 반응을 신경쓰지 않으며
    내 삶에 더 집중하는거겠죠^^

  • 2. 수목원
    '16.9.11 7:11 PM (210.117.xxx.59)

    잘하셨어요.
    앞으로 계속 당당하게 그렇게 몸도 마음도 건강챙기면서 진행형으로 살아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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