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냥 답답해서 써 봅니다.

... 조회수 : 975
작성일 : 2016-09-08 12:51:39
그냥 하소연할 곳도 없고... 쓰면서 마음 좀 풀고 싶어서 글 써요.
제가 작가입니다. 잘 나가지도 못 나가지도 않는.... 중간급 정도라고 해두죠.

글을 쓰는 일이... 단순하게 열심히 하면 생산성이 높아지는 일이 아니라서...
잘 써질 때도 있고... 저도 의아할 정도로 망작이 써질 때도 있어요.

참 이상한 게요... 남들 작품은 냉정하게 잘도 평가하면서... 
제가 글을 쓸 때는... 말도 안되게 망작을 쓰고 있는데 그게 안 보일 때가 있어요.
주로, 마음이 급하거나 지엽적인 문제에 매몰되거나...
아니면 이런 저런 요구사항들을 모두 반영해서 글을 완성하려고 할 때 이런 일이 벌어져요.

이번의 경우는 후자의 경우였는데.... 함께 회의하는 피디들이 여러명인 작품이라
이런 저런 요구사항들을 들은 후,  그것들을 다 반영해서 글을 써 보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는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양의 결과물을 써 냈어요. 잠도 못 자가며... 아이와 시간도 못 보내고...
진짜 방대한 분량을 헉헉대며 써서 보냈는데....

어제 회의에서... 학생도 이렇게는 안 쓰겠다, 다른 사람이 쓴 거 아니냐.... 이런 평가를 들었어요.

저는, 원하시는대로 다 집어넣어서 썼잖아요. 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이 한마디씩 툭툭 던진 의견들을 다 몰아넣은 결과물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진짜 좋은 결과물, 완성도 높은 좋은 이야기가 보고 싶은 거겠죠.

이런 저런 의견들을 다 반영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거
결국, 이건 좋은 이야기이냐 아니냐가 가장 핵심이라는 거. 왜 그걸 까먹었을까요.

나무를 보면 안되고 숲을 봐야 한다는 거.... 
제가 성격이 급해요. 그래서 이렇게 가끔 핵심을 놓치고 글 쓰는 일을 숙제하듯 처리하려 할 때가 있어요. 
이번이 딱 그런 케이스....

어제 그런 평가를 받고 나서 보니... 얼마나 부끄러운지... 제가 쓴 글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50장의 쓰레기더라구요.  정신이 확 들면서... 진짜 딱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더라구요.

너무 속상하고 스스로가 한심하고.... 제가 초짜도 아니고 10년 가량 이 바닥에 있었는데...
정말 중요한 작품이고 신망 높은 회사여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엄청 중요한데....
내가 미쳤었구나 싶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작업의 단계가 남아 있으니... 남은 과정동안 정신 차리고 잘 써서 이런 부끄러운 평가를 잊게 할 만큼 좋은 작품을 쓰면 된다는 거....

그래도 어제 들었던 말들은 정말 너무 너무 부끄럽네요.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망작을 써 놓고 그걸 깨닫지 못하고... 전송을 할 수가 있는지...
제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럽고... 자신감도 막 떨어지고...
이럴 때 감 떨어졌다고 하죠... 감 좀 잔뜩 먹어야겠어요. ㅠ

너무 개인적인 하소연인데... 어디에도 말할 곳이 없어 여기다가 풀어놓습니다. 
글로 먹고 살기 너무 힘드네요. 다시 힘내서 좋은 결과물 써서 보내야죠....

앞으로도 글을 쓰면서 이런 실수를 또 하지 않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82에 글을 남겨 봅니다. 
일기 같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182.225.xxx.7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9.8 12:57 PM (175.121.xxx.16) - 삭제된댓글

    먹고사니즘이죠. 에휴. 직장인들도 그렇고 다 그러고 삽니다.
    그나마 양심은 안팔고 사시니 다행.
    왜 이렇게 곱게 살게들 안두는지요.

  • 2. 저도 글쓰는 직업인데...
    '16.9.8 1:09 PM (222.110.xxx.76)

    남의 평가 때문에 스스로 슬럼프에 빠지는 일이 종종 있는 듯해요.

    저는 문학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해진 양의 글을 꽤 써야하는데, 혹독한 평가를 받은 경우엔....

    그냥 '나는 이 일이 천직이 아니다, 얼른 돈 벌어서 다른 거 할거다....' 막 이런답니다 ㅎㅎㅎㅎ

  • 3. ....
    '16.9.8 1:12 PM (121.166.xxx.102)

    고생하셨어요~ 읽기만 해도 창작의 고통과 심적 괴로움이 전해집니다...
    글쓰는 일이 세상에서 젤 힘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ㅎㅎ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거죠.. 기운내시고 담에 좋은 작품 내시면 82에 살짝 자랑해주세요..^^

  • 4. ....
    '16.9.8 1:26 PM (112.220.xxx.102)

    혹시...

    내마음의꽃비 작가?

  • 5. ...
    '16.9.8 1:50 PM (183.98.xxx.95)

    비오는 궂은 날도 있고
    맑게 갠 날도 있겠죠..
    또다른 좋은 작품을 위한 밑거름이라고 생각해요

  • 6. dpgb
    '16.9.8 2:09 PM (124.49.xxx.246)

    그런 어려움도 아무나 견디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일단 대단하신 분입니다.
    남을 이해하고 그 통찰력으로 글을 쓴다는 게 어렵죠 힘내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94869 정당하게 의료사고로 보상을 받았는데 흉보는친지ㅠㅠ 3 슬픈 2016/09/09 915
594868 회 안돼겟죠'?? 2 highki.. 2016/09/09 712
594867 삼시세끼 끝나니 섭섭하네요 19 ... 2016/09/09 3,753
594866 작은 빌라를 형편상 매매할때 1 부동산 전문.. 2016/09/09 826
594865 어제 타워주차장에서 겪은일 6 무서움 2016/09/09 1,915
594864 전 비율안 좋은데 옷 잘입는다고 그래요ㅜ 25 솔직하게 씁.. 2016/09/09 5,786
594863 드라마에서 마음에 꼭 들었던 여주인공 패션스타일 있으세요? 32 ^^ 2016/09/09 5,607
594862 게으름 무기력 3 게으름 2016/09/09 2,041
594861 요가와 식사 2 건강해야지 2016/09/09 1,344
594860 설경구가 뭐길래?? 멋진가요?? 57 송윤아 2016/09/09 7,230
594859 주식가지고 계신분들.. 3 00 2016/09/09 2,066
594858 감기에 장염걸린 아이.. 종일 아무것도 안먹고 늘어져있어요 ㅠ 11 ㅇㅇ 2016/09/09 1,966
594857 두물머리 근처 떡볶이 1 ... 2016/09/09 1,373
594856 앵커브리핑...시간을 달리는 소녀 6 ㅇㅇ 2016/09/09 1,010
594855 대중소랑 겨울이랑 비교해보니.. 3 ^^ 2016/09/09 1,508
594854 여자들도 젊은남자 좋아하지 않아요? 24 궁금 2016/09/09 19,124
594853 내가먼저 아는체해야 인간관계유지 씁쓸 8 씁쓸 2016/09/09 3,519
594852 김포공항에서 서울아산병원까지 빠른길 빠른교통 2016/09/09 2,245
594851 이마에 심줄이 툭 붉어져 나와있어요 궁금 2016/09/09 1,281
594850 제가 고기를 싫어하게된 계기 ㅇㅇ 2016/09/09 774
594849 층간소음때문에 이사가는 사람들 많은가요?? 8 질문 2016/09/09 3,874
594848 금고소용없어요 9 ㄴㅂ 2016/09/09 3,414
594847 이준기 유머감각도 쩌네요(?)^^ 4 매력남 2016/09/09 2,191
594846 아린 맛 나는 갓김치 익으면 괜찮나요? 1 갓김치 2016/09/09 699
594845 노래 따라 부르며 수학 문제 푸는 거 흔한가요~ 3 . 2016/09/09 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