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째 접어드는 40대 부부입니다.
신랑이 엄청난 효자인데, 결혼 초반에 격주로 시댁 가자길래 너무 잦다고 하니 그럼 공평하게 격주로 시댁, 친정 (그러니까 양가 방문을 돌아가며 매주 하는거죠) 가자고 해서 제가 양가는 각각 한달에 한번만 가고 나머지는 가고 싶을때 각자 알아서 혼자 가자고 했습니다. 처음엔 신랑 표정이 별로 안 좋았다가 요즘 그렇게 하고 있는 중이구요.(시댁과 저희집 거리 1시간 반, 친정은 1시간 거리입니다.)
신랑은 어머님한테 안부 전화를 아침 점심 저녁 합니다. 어머님이 안 받으시면 받으실때까지 하고(강박증 환자 같았어요 정말 5분 간격으로 하는데.. 제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불안하다고 왜 그러냐니까 연로하신 부모님 그 사이에 어떻게 되셨을까봐 걱정이다 하지만 이제 안 그러겠다고. 그러고 요즘엔 안 그래요) 저는 신랑이 주말에 전화드릴때 옆에 있다가 전화 바꿔서 안부 전화드리다가(그러니까 전 주 1회), 요즈음에는 한달에 한두번 합니다. 사이 사이 시어머니가 먼저 전화주시구요. 저는 엄마나 동생이랑 카톡으로 이런 저런 문자 주고 받고 필요할때면 전화 하다보니 친정에는 딱히 안부 전화라는걸 안하게 되더라구요. 신랑도 저희 친정 부모님 안부 묻지도 않고 안부 전화도 안 합니다.
신랑은 제가 어머님께 전화를 안 드리는게 좀 불만인가 본데 본인도 워낙 장인장모님 안부 묻지도 않고 전화도 안 하니 저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가끔가다 제가 시어머니한테 전화를 좀 했으면 할때가 있어요. 그럴때는 노골적으로 말은 안 하고 은근한 압박을 줍니다.
예를 들어 시어머니 생신 1주일전부터 카운트 다운을 해요. 1주일 후면 어머님 생신이야(전화와 별개로 당연히 어머니 생신 앞뒤날 잡아 같이 식사 합니다) 3일 후면 생신이야. 내일이 생신이야. 오늘이 생신이야. 이런 식으로요. 저도 당연히 시어머니 생신 날 전화드려야 겠다는 생각 하지만 신랑이 이렇게 나오면 정말 짜증나요. 전화드리라는 건데 저렇게 표현하는거구요. 신랑은 장인 장모 생신때는 생신인지도 모르고 지나갑니다. 제가 카운트 다운도 안 하지만 부모님 생신 앞뒤날즈음 식사 한번 하거든요. 그럼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고 생신 당일날 신랑한테 전화드리라고 억지 눈치 주기도 싫구요. 실제로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일에도 말로만 전화드린다 하고 그냥 넘어가더라구요. 말없고 내성적이고 낯가림 심한 신랑은 처가에 가도 TV만 봐요. 그 성격 아니까 일부러 전화 드리란 말 안 하구요.
시어머님이 여행이라도 가실때면 또 카운트 다운 들어갑니다. 다음주에 가신데. 3일 후에 가신데. 내일 가신데. 오늘 가신데. 잘 다녀오시라고 전화하라는거거든요. 진짜 전화드리고 싶다가도 신랑이 이렇게 나오면 더 하기 싫어져요. 괜히 제가 굉장히 버릇없어서 길들이려는 것처럼 느껴져서 기분 나빠요. 그 신랑 저희 엄마 여행 가실때에는 잘 다녀오시라는 말도 안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아버님이랑 사이가 안 좋으셔서인지 외로움을 많이 타시고 신랑한테 많이 의지합니다. 신랑도 마음이 약한데다 어머님 말씀에 거역을 못 합니다. 어머님이 결혼 초반에 거의 매주마다 내려오라고 하는거 제가 싫어하는 내색을 하면 신랑이 처가도 가자고 해서 우리가 양가 방문 하려고 결혼했느냐 우리 시간도 좀 가져야 되지 않겠냐며 설득해 횟수는 줄였지만 그래도 음식 장만 해 놓고 가져오라고 자꾸 부르십니다. 점심전에 가면 항상 저녁까지 먹고 쉬고 가라고 하시구요.. 다음날 출근도 해야 하는데..전 진짜 안 편하거든요. 또 음식은 손이 크셔서 항상 잔뜩 해주시는데 2인 가족이 먹기에 정말 너무 많아 주변에 나눠줘도 남아서 버리기 일쑤이고 버릴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래서 뭘 주셔도 너무 많이 주시는데다 제가 좋아하는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아닌데다 신랑이 잘 먹는 것도 아니라 솔직히 감사한 마음이 별로 안 들어요.
이번에도 어머님이 뭔가를 해 놓으셨다고 주말에 내려오라고 하시는거, 지난 주말에도 갔고 다음 주말에도 갈건데 이번 주말에는 좀 쉬고 싶어 신랑보고 월요일에 혼자 다녀오라고 했더니 신랑이 좀 삐졌어요. 그래도 주말내 자기도 푹 쉬다가 오늘 퇴근길에 들러서 가지고 왔는데요(신랑 회사랑 시댁은 가까워요). 어머님이 항상 음식 보내기 전에 저한테 전화하시거든요. 오늘도 시어머니랑 통화 했고 잘 먹겠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신랑이 그 음식 가지고 와서 제가 전화 통화했다고 했는데도 저보고 시어머니한테 또 전화드리래요 잘 먹겠다고.. 전 솔직히 받기 전부터 스트레스 받았거든요 먹고 싶지도 않고 놓을데도 없는데 또 어떻게 하지..그런데 집에 와서 또 전화 하라고 하니 갑자기 신경질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통화했다고! 했더니 알았어... 하고 제 눈치를 보네요.
정말 유치하게 싸우고 싶을때도 있어요. 너는 우리 엄마 아빠가 뭐 주시면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냐 생신이라고 전화를 하냐 안부를 묻기를 하냐 더군다나 이번달엔 친정 가지도 않았다 가자는 말은 바라지도 않는데 근데 장인장모님 안부도 안 묻네? 나는 너희집 다녀온지 좀 된거 같으면 괜시리 한번 가봐야 되지 않나 궁금하고 가자고 하는데 너는 그러냐?
그리고 너는 툭하면 우리 엄마 어디가 아프다 어디를 수술하실지 모른다 맨날 얘기하는데 그 말이 나보고 전화하라는거지? 네가 그렇게 얘기 안 해도 시어머니 나만 보면 or 나랑 통화만 하면 맨날 여기 저기 아프다고 하신다. 우리 부모님도 아프시면 병원 가신다 그래도 자식 붙잡고 그렇게 얘기 안 하시는데 도대체 뭘 바라느냐 나도 너한테 우리 엄마 아빠 어디 어디 아프다 맨날 얘기해볼까? 너도 그럼 걱정되니 전화할래? 우리 엄마한테도 시어머니가 나한테 하는것처럼 너한테 전화 자주 하시라고 할까? 그럼 넌 편하니? 하고 싶어요.
혹시 집을 누가 해왔냐 수입이 누가 많냐 하신다면 정말 저희는 똑같아요. 부모님 배경이나 여러가지 여건까지 말하자면 여자쪽이 훨씬 낫고 신랑도 처가에 은근 바라는게 있다는거 저도 알고 있어요.
제가 좀 더 큰 그릇이면 이해하고 넘어갈텐데 아직 그러지 못한거 같아 답답하고 신랑의 저런 모습에 불쑥 불쑥 약오르고 그래요. 그거 말고는 신랑한테 별로 불만이라고 말하고 싶은건 없거든요. 오늘도 제가 전화 또 안 한다니 신랑이 뭐라고 말은 못 하는데 서로 서먹합니다. 참 전화 그게 뭐라고.. 해도 그만인데 제 마음이 그렇지 못하네요.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