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 시조부모님 성모 다녀왔어요

성묘 조회수 : 815
작성일 : 2016-09-05 03:28:29

제가 맞벌이 31년차이지만

젊은 시절엔 기운이 뻗쳐서 안해도 되는 제사 상차림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저도 이젠 늙고 기운 빠지고 무엇보다 세상 모든 일에 심드렁하는 때가 되었네요.

젊은 시절엔 잠을 못 자도 송편 일일이 다 빗고 찌고

제사 음식도 모두 다 하고 식혜에 수정과, 한과까지 다 하든 맏며느리입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고

저도 시부모님도 세월의 시련을 겪었고

이젠 알아서 각자 시조부모님 성묘를 하는 것만 남았어요.

복잡한 가정사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부모노릇 안/못하는 부모때문에

시조부모님이 저희 남편에겐 정말 부모님 같은 분이라는거...


제가 젊은 시절엔 이런거 스스로 용납 못하겠지만

맞벌이고 제가 요즘 직장일로 너무 힘들어서 남편에게 냉동 동그랑땡 사오라 했어요..

어제 늦게까지 그 냉동 동그량땡에 밀가루, 계란물 입혀서 지졌구요,

과일 챙겨서 성모갔네요.


가는 길 내내 막혀서 평소 같으면 1.5 시간 걸렸을 길을 3.5시간 걸려 가서

성묘 하고 왔어요.

저는 알아요. 우리 시조부님이 남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 남편 진정 무의식 속에라도 자기를 전적으로 받아들여주는 분들이죠.

저는 정말이지 우리 남편도 미처 모른다 해도 이분들의 덕을 제가 감사해 합니다.

제가 이미 늙고 힘이 빠져서 예를 다하지 못하는게 아쉬울 따름이예요.


오늘 이렇게 고속도로 길 막히는 길을 다녀오니

저녁 밥 먹을 때 남편이 이러네요.

당신이 해준 성묘 음식 할아버지 할머니가 잘 맛 보셨을까?

저는 눈물부터 나서 아무 대답을 못 했어요.

사실 제가 정성을 다한 건 아니었지만, 제 형편이 더 이상의 정성을 할 수도 없었어요.

남편이 제게 고맙대요.

제가 뭘.. 너무 허접해서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하지 뮈.. 이랬어요.


저희가 늙어 죽으면 저희 애들은 저희의 기일조차 기리기 힘들 것 같아요.

각자 있는 자리에서 추도라도 하면 좋겠지만,

그건 살아있는 자의 몫이겠죠.

네..

그건 살아있는 자의 몫이죠.

저희가 간여할 일이 아니에요.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살아있을 때 의미있게 살면 그뿐일 뿐.

IP : 121.188.xxx.59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45601 안철수님 안희정에게 추월당한 건가요? 32 바다여행 2017/01/27 3,703
    645600 신혼부부인데요 요리에관해서요... 9 mint25.. 2017/01/27 2,157
    645599 팬텀싱어)박상돈씨 너무 좋아요ㅜ 16 2017/01/27 3,051
    645598 딸만있는집은 두분다 돌아가시면 제사는 어떻게? 23 궁금 2017/01/27 8,551
    645597 설 명절 직전 대선후보 여론 조사 정당 지지도 3 ... 2017/01/27 703
    645596 시골은 제사를 마니 지낼까요 3 음ᆢ 2017/01/27 784
    645595 신랑이 시아버지랑 다퉈서 시댁에 안간대요..난감 16 아트온 2017/01/27 5,973
    645594 한국 기술 인력은 이미 세계 시장서 왕따 9 이명박근혜정.. 2017/01/27 3,316
    645593 양재동 꽃시장 좀 있다가면 문 열었을까요? 2 thvkf 2017/01/27 1,297
    645592 어떻게 하면 중산층이 되나요? 51 부자 2017/01/27 17,083
    645591 상대적 박탈감ㅠㅠ 9 ㅜㅜ 2017/01/27 4,436
    645590 팬텀싱어 막방 댓글 주실 분 계실까요?굽신~ 44 팬싱포에버 2017/01/27 2,274
    645589 여드름 아토피 얼굴 피부관리 3 그네타도 2017/01/27 1,673
    645588 졸혼과 이혼은 대체 뭐가 다른 건가요? 검색해도 모르겠어요 10 밥지옥 탈출.. 2017/01/27 4,403
    645587 월300 가지고 애기를 둘 키울 수 있을까요? 36 ........ 2017/01/27 7,404
    645586 민트색 코디 어떻게 하세요? 5 민트색 2017/01/27 2,569
    645585 더킹을 봤는데 6 ... 2017/01/27 2,348
    645584 며느리 7년차.. 시댁와서 일할게 없는데 7 리느리 2017/01/27 5,058
    645583 문재인을 지지하는 단순한 이유 7 박최보내버려.. 2017/01/27 1,168
    645582 대만망고젤리를 아이가 너무 먹고 싶어해요. 5 ... 2017/01/27 3,339
    645581 패딩좀 봐주세요 12 조언 2017/01/27 3,033
    645580 아주옛날방식.찹쌀로 떡구워서 떡국 끓이는거..아시는분? 22 경상도 2017/01/27 4,148
    645579 인스타사진이요 맹맹 2017/01/27 899
    645578 너의 이름은 보시분 26 오랫만에 2017/01/27 4,456
    645577 싱크대상판이랑붙어있는 가스렌지 들어내고 청소하면 안되나요? 3 // 2017/01/27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