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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끊고 달라진 점

신기 조회수 : 3,803
작성일 : 2016-09-04 17:52:51
저는 술을 많이 좋아하는 사십대 아줌마예요. 어렸을 때부터 술마시는 걸 좋아했고 직업도 술 많이 마시는 분야에 있고 오래 마셔서 그런지 술도 셉니다. 남편도 제가 평소 일처리가 똑바른 편이니 술마시는 건 하나의 기호로 받아넘기는 편이고, 아이 케어하고 직장일 하는 데 지장 없도록 제가 정해놓은 음주룰을 잘 지키면서 마시기 때문에 술 때문에 실수한 일 아직은 한번도 없어요. 언젠가 술로 인해 병을 얻는다 해도 어쩔수 없다 각오는 하지만 당분간은 괜찮겠거니 했고, 친구들도 술마시고 싶을 때 생각나는 얼굴로 저를 기억해 주는 게 흐뭇하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한달 전 쯤 배탈이 아주 심하게 나서 응급실도 가고 며칠을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끙끙 앓았어요. 그나마 저는 휴가기간이었지만 아이 학교 가는데 밥도 직접 못해먹이고 보내는 게 너무 괴로웠고 "간경변" 의심증상이라 가슴이 철렁했어요. 아이는 아직 어리고 혼자 아이를 돌보기엔 남편이 역부족인데 내가 무너지면 어떡하나,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다행히 배탈은 가라앉고 검사 결과도 다 양호하게 나왔지만 이제 끊을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제가 겉으로는 허허거리고 편안한 성격이지만 의외로 칼같은 면도 있어서 그날 이후로 아직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어요. 술 생각도 안 나고요, 걱정했던 금단현상 (손떨림이나 가슴 두근거림)이 없는 걸 볼때 알콜의존이 걱정했던 만큼 심하진 않았던가보다 안심도 되고, 건강하게 먹고 쉬니 아직 체중은 줄지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더 희망찬 느낌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달라진 건 숙면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요. 예전엔 언젠가부터 잠을 자도 깊이 못자고 한번에 길어야 네 시간, 보통은 세시간 쯤 자면 더 잘 수가 없었거든요. 아마 아이가 어리니까, 직장일이 많아지고 책임질 일이 많아지다 보니까 잘때도 긴장을 풀지 않는 건가보다 생각했었는데요. 술을 마시지 않으면 그나마 쪽잠자는 것도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했었는데 정반대네요. 잘 시간에 스르르 쉽게 잠들어서 아침이 될때까지 꿈도 안꾸고 깊이 잘 자니 새로 태어난 기분이예요. 저처럼 오랫동안 주기적으로 술을 마셔왔고 술없이는 잠드는 게 힘들거라고 생각하던 분들 계시다면 한번 확 줄여보세요. 매일 아침 개운하게 일어나니 스트레스가 줄어서 그런지 하는 일도 다 술술 잘 풀리는 것같아요. 
IP : 74.69.xxx.199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냥
    '16.9.4 6:01 PM (218.154.xxx.32) - 삭제된댓글

    의외로 주위에 간암으로 많이 돌아가세요ㅜ
    저도 끊어야 하는데
    원글님 글 읽으니 용기가 생기네요

  • 2. ㅇㅇ
    '16.9.4 6:03 PM (49.142.xxx.181)

    저는 술은 뭐 3년 전쯤 끊었고요. (그전엔 막걸리나 맥주 소량씩 매일 마심)
    끊자고 끊은건 아니고 그냥 어느날부터인가 마시기가 싫어졌어요. 맛이 없어짐..
    음... 달라진점은 잘 모르겠고.. 피부가 좀 맑아진것 같기도 하고.. 큰 차이는 없어요.
    다이나믹하게 바뀐건 믹스커피를 끊은다음부터에요.
    한 6개월 끊었는데요. 잠을 푹잘자요.
    뭐 많이 마시던건 아니고 아침에 믹스커피 한잔 마시던거 끊은건데
    그게 그렇게 잠의 질을 높여주네요.

  • 3. 그냥
    '16.9.4 6:18 PM (218.154.xxx.32) - 삭제된댓글

    술 믹스커피 다 하고 있어요.. 단호함이 정말 대단하시네요

  • 4. 홍두아가씨
    '16.9.4 6:21 PM (175.197.xxx.21)

    큰 병 아니고 금단현상도 없으시다니 다행이에요.
    저도 스무살 부터 거의 20년을 마시고 살았는데
    나이들며 슬슬 술마셔도 그냥 그렇더라고요. 옛날엔 그렇게 기분 좋을수가 없었는데...위도 점점 안좋아지는것 같고...그래서 끊으려는 차였는데 님글보고 박차를 가하게 되었어요. 우리 파이팅해보아요!

  • 5. ...
    '16.9.4 6:32 PM (211.204.xxx.181) - 삭제된댓글

    맞아요 사실 아질산 나트륨이니 안식향산 나트륨이니.. 벤조피린 어쩌구 발암물질.먹을거에서 나왔다고하면 사람들 난리잖아요.
    근데 그런것보다 알콜이 이미 1급 발암물질이에요 명백히 규정되어있더라구요.ㅎㅎ
    안먹는게 정신에도 몸에도 좋은듯해요

  • 6. ...
    '16.9.4 7:44 PM (121.161.xxx.38)

    1개월 안 마시고 몸에 확연히 변화를 느끼신다면 꽤나 많이, 자주 마셨던 게 아닌가 싶어요.
    금단은 술을 마시지 않은지 사흘 이내에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데,
    중증 환자의 경우에도 없는 경우가 있어요.
    금단이 없다고 알코올의존증이 아닌 건 아니고,
    의존증까지 가지 않은 습관 문제라고 해도 적어도 5년은 마시지 않아야 교정될 수 있습니다.
    술을 끊은 알코올 문제 환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몸이 좋아진다면서
    들뜨는 경우 곧 다시 술을 마시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점검하시길.

  • 7. 술과커피
    '16.9.4 8:52 PM (121.185.xxx.67)

    끊고 살아가면. 더 업그레이드된 삶을 살듯..
    이란 생각은 드네요..

    근데 그들이 주는.즐거움과 중독성이란..

  • 8.
    '16.9.4 9:36 PM (74.69.xxx.199)

    댓글들 감사합니다. 특히, 121.161님, 충고 새겨 듣겠습니다. 전 끊더라도 아예 안 마시지는 말고 모임 있을 때는 한 두잔 정도 마실 생각이었어요. 갑자기 술하고 원수지기로 했어, 지난 이십년간 나를 즐겁게 해줬던 술이랑, 이렇게 돌변하는 태도 보이기 싫어서요. 궤변이라 느껴지시겠지만 주당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일종의 커미트먼트고 술꾼이라는 타이틀이 제 정체성의 일부가 된 것이 싫지 않았거든요. 가령 누가 저한테 선물할 일 있으면 양주로 갔다주고요, 향수나 꽃같은 것 받아본 일은 이날 이때까지 없지요 (자랑). 그런데 몸이 가벼워 지고 잠이 잘 오는게 너무 신기해서 당분간은 전혀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 밤에 한잔 생각보다는 아이도 잠들 때까지 더 길게 안아주고 남편이랑도 도라도란 얘기하다가 주말엔 영화도 한편 받아서 같이 보고, 술로 하루를 끝낼 때는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즐거움도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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