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전업맘으로 살면서 행복할 자신이 없어요.
그냥 저는 그런 사람이예요. 뭔가 사회적인 성취를 통해서 자아를 확인하는.
이게 좋은거든, 나쁜거든, 그냥 어릴때부터 저는 그런 성향의 사람이라는걸 정확히 알고 직시했어요.
그래서 이런 나와 잘 맞는 가치관을 가진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으니.. 제 가치관과 제가 옳다고 믿었던 모든게 완벽히 붕괴되는 경험을 하네요.
지금 상황도.. 사실 어찌보면 많은 맞벌이 맘들과 비교해 보면 복받은 상황인데..
(높은 연봉, 칼퇴근, 일주일에 1.5일 정도 재택근무, 보스가 해외에 있음.. 등등..)
그런데도 제가 갈등을 하게 되네요.
제가 어떤 사람인줄 알기에.. 지금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만 본다면
길게 봤을때 저는 분명히 후회하고 그냥 평범한 전업맘으로 행복하지 않을겁니다. 그건 알아요.
그런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나의 행복을 희생해야 하는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가슴 깊은곳에서 올라와요.
돌 조금 지난아이 아침에 떼놓고 나올때.. 저녁에 들어가서 혹시 이 아이가 나보다 입주 아줌마를 더 좋아하는건 아닌가 눈치 살피면서..
내 가슴속에.. 내가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세계가 전해주는 슬픔이 가득차 있어요.
이건 그냥 내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같은것 같아요.
무서운것은.. 이게 내 유전자 뿐만 아니라 내 아이 유전자에도 새겨진것 인것 같아서예요.
너무나도 당연히 엄마를 가져야 하는 아기가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에게서 떨어져서 자라나야 한다는게
내가 아기한테서 엄마를 빼앗을 권리가 있는가.. 하는 질문때문에.. ㅠㅠ
아 무슨말을 쓰고 있는건지 모르겠어요.
그만두지 말아라..라는 말을 들어도.. 그만 둬라.. 라는 말을 들어도 슬플것 같아요.
아.. 여자라는게 엄마라는게.. 아무나 되는게 아닌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