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휴직기간 길었던(5년 이상) 분들께 질문드립니다.

고민된다 조회수 : 839
작성일 : 2016-08-21 17:37:14

저는 남들이 보기에는 운이 좋은 케이스 예요.

첫아이 출산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솔직히 복귀에 대한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아주 맘 편히 육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10년만에 비슷한 직군의 일로 복귀한 케이스 거든요. 이 말을 먼저 드리는 이유는, 제가 업무 적응이나 새로운 일을 배워야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지는 않고 있다는 설명을 드리기 위해서예요.

연봉이나 각종 대우는 그럭저럭 만족스럽습니다.


문제는, 직장 복귀 이후 저녁도 주말도 없는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히 업무가 많아서 (물론 일 자체도 좀 많긴 합니다)라고 하기에는, 저와 비슷한 정도의 업무 강도를 가지고 있는 제 또래의 직장 동료는 (그 사람은 일을 쉰 적이 없습니다.) 나름대로 주말이면 아이와 짧은 여행도 다니고, 해외 여행도 다녀오는데, 저는 하루하루 너무 허덕이며 일을 합니다. 저는 그 동료가 너무 신기하고 대단해 보입니다. 

일 그 자체가 많은 게 아니라.... 심적인 여유가 생기지를 않아요.

막상 일을 하지도 않는데(지금도 보세요. 82에 글 쓰는 여유도 있네요. ㅠ.ㅠ) 그냥 항상 마음 속에

저녁이 되어도 내일 사무실가서 처리 해야 할 일, 주말이 되어도 월요일까지 되어 있어야 할 일 걱정에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방치상태(그나마 남편이 제 마음을 여러가지로 이해해 주는 편이라 도움을 많이 줘서 다행)

집안 꼴은 엉망진창(이것도 그나마 남편이 집안일의 많은 부분을 전담해 주고 있어서 집 꼴이 갖춰져서 유지됩니다.)

정규 퇴근시간은 오후 5:30 인데, 하루가 멀다고 혼자 야근하고 밤 9-10시에 집에 들어가고요,

주말이 되어도 이틀중의 하루는 애들과 남편을 집 밖으로 내몰거나 제가 동네 까페나 도서관등을 전전하면서(심지어 출근해서 사무실을 이용할 때도 많아요.) 일을 해요.

그렇다고 일은 제대로 하느냐 하면 아니요. ㅠ.ㅠ 아무리 이전에 해 봤던 일이지만,

10년만에 복귀한 사람이 구멍은 또 얼마나 많겠어요.


직장 복귀한지 이제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솔직히 1년이면 적응할 때 되지 않았나요?

이쯤 되면... 저는 직장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아이는 이제 초등 고학년이라, 한창 공부에 신경써야 할 때고, 지난 10년간(네, 부끄럽지만 제가 정말 애 열심히 키웠습니다. 이건 애 아빠도 아이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저에게 학습에 관한 것을 많이 의지하고 있던 아이들이라 제가 막상 손을 떼니 뭔가 휘청휘청.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방향 잡아주지 않은 저도 잘못이 있지요. 인정합니다. 어쨌든 현실이 그렇다는 거지요.

숙제를 내주고 제가 체크를 하면 되는데, 정말 머릿속의 95% 이상을 회사일이 잡아먹고 있어요.

숙제 내기만 하고 체크도 제대로 안하니 아직 애들인데 뭘 그리 열심히 하겠나요.... ㅠ.ㅠ

일찍 퇴근하는 날도 적지만 일찍 퇴근해도 도저히 아이들 공부를 봐 줄 엄두가 나지를 않아요.

아이들 보다 먼저 골아 떨어지는 날도 많고요, 아침엔 애들 등교도 못보고 출근하는 날도 부지기수...


무슨 일이 그렇게 많으냐면... 연구 사무직 비슷한 일이라, 해도해도 티도 안나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 해도 티가 안나는데 안하면 바로 티가나는 일이라고 할까요. 그렇다보니 머릿속에 내내 그 일만 있습니다. ㅠ.ㅠ



친정에서도 그러고, 남편도 그러고 인제 일 놓을 생각 하지말고 꾸준히 일 하라고, 얼마나 좋은 기회냐고 그러네요.


이제 1년(처음엔 일단 1년 계약으로 들어간 거라)이 거의 다 되어가고, 회사에서는 연봉이니 근무 조건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그냥 확 까놓고 이야기 해서 10년 경력 단절에, 전문직도 아니라는 것, 대기업도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연봉이 꽤 쎕니다. 업무 만족도도 높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휴직기간 길었던 분들께 질문드리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까요? 그래서 저희 직장 동료가 가지고 있는 어떤 여유를 가지게 될까요?

지금은 제가 일을 너무 오래 쉬다가 다시 시작한 탓에 이런 시행착오, 오류를 겪는 걸까요?


일을 그만두는 것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입니다... ㅠ.ㅠ

IP : 1.227.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8.21 10:35 PM (211.215.xxx.236)

    일을 그만두시면 안되실 것 같네요.
    강요가 없이 야근하신다면
    그토록 집중해서 하신다는 건
    일하는걸 좋아한다는 건데,
    일이 없으면 허전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일을 더 잘하려고 해도
    아이들한테 가중치를 좀더 줘보세요.
    지금처럼 일에만 신경쓰면 일이 더 잘 될 것 같지만
    제때 아이들을 돌보지 않으면 신경쓸일이
    더 많아지면서 일의 생산성에도 지장을 줄 것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06891 주변에 대부분 보통/마른 체중인데 왜 전국민이 다이어트에 관심을.. 6 .... 2016/10/17 1,520
606890 립스틱만 사고나면 바비브라운꺼 고르게 되네요..다들 어디꺼 쓰세.. 14 .. 2016/10/17 4,765
606889 조언구합니다..아파트 매매관련이에요. 8 딸둘난여자 2016/10/17 1,927
606888 분양권 불법 전매 해보신 분 계세요? 4 dma 2016/10/17 1,246
606887 문재인 북한과 내통 거부했다는 2012년 심야토론 증언 32 문재인 2016/10/17 1,868
606886 애들 보약 연달아 한 재 더 먹여도 돼나요? 1 2016/10/17 717
606885 인스타그램 패션계통 스타들 좀 알려주세요~ 패션루져 2016/10/17 369
606884 '수백억 모금' K스포츠재단, 설립 후에도 한 대기업에 &quo.. 2 샬랄라 2016/10/17 474
606883 역시 권력에 대항하는 큰힘은 '쪽수'네요.ㅎㅎ 3 dd 2016/10/17 677
606882 아침부터 분노조절장애 남편과 한판 3 힘들어 2016/10/17 1,694
606881 ㅇㅇ 43 Dd 2016/10/17 6,262
606880 작은회사 다니시는 분들요 월급 잘 나오나요? 7 .. 2016/10/17 1,709
606879 알*막걸리 5 zz 2016/10/17 843
606878 (급질)수지 동천역 근처 깨끗한 한우고기집 추천해주세요 3 외국손님접대.. 2016/10/17 615
606877 고지방저탄수화물 일주일 후의 몸의 변화 14 희안 2016/10/17 6,416
606876 호텔스닷컴같은데서 호텔카드결제 소득공제되나요? 1 .. 2016/10/17 1,761
606875 성소,차오루등 아이돌들은 한국말 잘 하는데 외국인 며느리들은 왜.. 19 ........ 2016/10/17 4,064
606874 부천 살기 어떤가요? 12 집사기 2016/10/17 5,220
606873 통계청인가요? 국민총조사인가?는 왜 6개월마다 한번씩 하는거래요.. 5 .. 2016/10/17 699
606872 헤링본 베스트. 즉 조끼 아시는분 1 헤링본 2016/10/17 482
606871 이 패키지상품 어떤지 한번만 봐주세요^^;; 3 아정말 2016/10/17 559
606870 ˝우병우 수석, 교체로 가닥˝ 11 세우실 2016/10/17 1,457
606869 중학생 용돈 얼마주세요? 9 // 2016/10/17 1,878
606868 끼리끼리 만나는 것 같아요 6 정말 2016/10/17 3,563
606867 화사한 화장법 알려주세요~ 5 메이크업 2016/10/17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