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리스트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나?
추후 중국이 고려할 수 있는 조치로는 인적 교류와 문화 교류에 대한 제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관세 장벽 따위로, 스탠더드(기준)를 바꾸고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에 대한 조치도 있을 것이고, 특히 사드 제작사인 록히드마틴과 방산 협력으로 연결된 기업들이 집중 타깃이 될 것이다. 서해의 해상경계선과 관련해 그동안 한·중 어업협정에서 합의한 중간선을 묵시적으로 인정해온 관행도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관련된 방공식별구역을 재설정하고, 가거초와 이어도의 해양과학기지를 폐쇄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어도 해상에 대한 점유 시도도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군사적인 조치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가 미일의 MD(미사일 방어) 체계의 일부라고 중국이 확신한다면 (유사시) 제1차 타격 대상이 될 것은 확실하다. MD 체계를 무력화하려는 또 다른 군비경쟁, 즉 중국의 또 다른 MD라든가 공격무기 배치, 이와 동시에 북한 카드의 활용에 대해서도 고민할 것이다. 현재 유엔 수준의 대북 제재는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중국에 의한) 제재 효과는 크게 약화될 것이다. 북·중 관계 개선으로 우리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중국 진출 대기업까지 타깃이 된다면 우리 경제에 혼란이 초래되지 않을까?
그것만이 아니다. 내년 만료되는 64조원(3600억 위안) 규모의 한·중 통화 스왑을 중국이 연장해주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 같다. 지금 우리 경제는 어느 순간이라도 외환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위험성이 훨씬 높아지게 될 것이다. 중국은 이처럼 카드가 많다. 일본도 견뎌냈는데 한국은 왜 못 견디느냐는 말도 있는데 일본은 세계 3위 경제 규모에 이미 동남아 등지로 위험을 분산하는 등 대비해왔다. 일본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약 20%라 하지만 GDP 중 무역 비중이 낮아서 중국으로부터 받는 영향이 GDP의 4% 미만이다. 그런데 한국은 대중 무역 의존도가 25%(홍콩까지 치면 30%)다. 더욱이 GDP 가운데 무역에 의존하는 비중 역시 80%에서 110%(실질 GDP 기준으로 추산한 듯-편집자)에 달한다. GDP의 30% 가까이 중국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거의 90%라고 하지만, GDP 내 무역 비중은 20%밖에 안 된다. 중국이 북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처럼 얘기들을 하는데, 중국에 대한 취약성이나 민감도는 한국이 훨씬 높다.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이어 ‘제3의 전선’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전략과 지정학을 놓고 보면 한·미 동맹을 북한의 핵 위협뿐 아니라 더욱 당면한 미국의 국가 이익인 대중국 관계에도 투입하고 싶어 할 것이다. 당연히 한·미 동맹을 지역동맹화하면서 반중국 동맹으로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사드는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중국은 그 함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지금 막 랜드 연구소에서 미국의 새로운 전쟁 계획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다. 상대방의 목표를 순식간에 타격하는 전쟁 방식은 미·중 간에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대신 오래 지속되면서 간헐적으로 무력충돌이 일어나는 방식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중국의 ‘반접근·영역거부(A2AD:Anti-Access and Area Denial) 전략’에 대한 대비를 해상뿐 아니라 육상에서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바로 육상에서의 충돌과 사드 배치가 관련돼 있다고 본다. 즉 사드를 육상의 A2AD 견제용으로 만들어가려는 것 같다. 한국은 사드를 북한 대비용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앞으로 진행될 미·중 전략 경쟁에서 한국이 과연 독립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