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누진제에 대한 언론의 무지와 선동
2016.08.13.
토요일에 덥기도 하여 밖에 나가기도 귀찮아 집에서 선풍기 틀고 TV를 시청하다 종편의 패널들이 누진제에 대해 왜곡하는 것에 열 받아 쉬는 날은 컴퓨터를 켜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자판을 두드립니다.
종편에서 변호사, 경찰 출신 등 전력산업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전혀 없는 패널들이 가정용 전력 누진제를 비판하고, 뉴스시간에서는 산업부 전담 기자와 앵커도 일천한 전력산업에 대한 지식을 내세워 표면적 분석만으로 누진제의 대대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문화일보, 매일경제 등 신문들도 전력산업의 특수하고 복잡한 상황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단순하게 분석하거나 사실을 왜곡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산자부가 이번에 단계별 전력사용량을 각각 50kwh를 늘려 7,8월 전기요금을 깎아준 것을 두고, 대통령의 한마디에 산자부가 움직인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가 제왕적 대통령제가 맞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꼬고 있습니다. 산자부의 이번 조치는 현행 누진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취한 조치로 이는 누진제를 근본적으로 손보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아닙니다.
산자부와 한전이 현행 누진제를 근본적으로 손본다면 그 실무자들의 실명을 반드시 공개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누진제를 크게 바꾸게 되면 우리나라 경제는 치명상을 입고, 서민들에게는 지옥의 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언론들이 얼마나 전력산업에 무지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선동하는지 지금부터 낱낱이 까발려 드릴테니 정독해서 꼼꼼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1. 가정용은 원가 이상으로 받고 산업용 원가회수율은 95% 밖에 안된다고?
http://m.media.daum.net/m/media/economic/newsview/20160719130203276
위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가정용은 원가보상율이 110%이고, 산업용은 95% 수준이라며 마치 가정용 단가는 원가보다 10% 높게 받아, 산업용 전력을 싸게 주고 있는 것처럼 사기를 치고 있습니다. 사실은 산업용의 원가보상율이 110%이고 가정용이 95%인데 조선일보는 정반대로 말하여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이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은 간단하게 증명됩니다.
한전은 작년(2015년)에 영업이익 11조, 세전이익(경상이익) 18조, 당기순이익 13조를 냈습니다. 전체 전력수요의 55%는 산업용, 가정용은 14% 수준인데, 조선일보 말대로 가정용이 원가보상률이 110%, 산업용이 95%라면 한전은 작년에 영업이익 11조는커녕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전체 수요의 55%를 차지하는 산업용 원가보상율이 110%가 되니까 영업이익 11조라는 흑자를 낸 것이죠.
(전기요금 원가회수율 실적-2013년)
구분 총괄원가(원/kwh) 판매단가(원/kwh) 회수율(%)
주택용 141.70 127.02 89.6
일반용 122.28 121.89 99.7
교육용 123.07 115.99 94.2
산업용 102.89 100.70 97.9
농사용 129.79 45.51 35.1
가로등 122.25 107.33 87.8
심야용 86.48 63.52 73.5
종합 113.13 107.64 95.1
(2015년 전기요금 원가회수율 추정)
구분 총괄원가(원/kwh) 판매단가(원/kwh) 회수율(%)
주택용 136.08 123.69 90.9
일반용 116.66 130.46 111.8
교육용 117.45 113.22 96.4
산업용 97.27 107.41 110.4
농사용 124.17 47.31 38.1
가로등 116.63 113.37 97.2
심야용 80.86 67.22 83.1
* 2015년 총괄원가는 실적이 확인되지 않아, 한전이 전력거래소에서 전력을 구입한 구입원가가 2013년 88.23원/kwh, 2015년 82.61원/kwh으로 5.62원/kwh 떨어진 것을 전 용도별로 일괄적으로 2013년 총괄원가에서 그 금액만큼 빼 2015년 총괄원가로 추정하였으며, 판매단가는 2015년 실적 그대로를 적용함.
2. 가정용의 사용 피크 타임은 오후 7~9시이니 가정용은 블랙아웃이나 전력예비율 하락과 상관 없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6081101070603020001
문화일보 뿐아니라 모든 언론들이 가정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는 오후 7시~9시로 여름철 전체 전력사용 피크 타임인 오후 2시~5시와 다르기 때문에 가정용이 여름철에 전력예비율을 떨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고 블랙아웃이나 단전사고와도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누진제가 수요 성수기의 전력예비율 하락 방지 효과가 없음으로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이들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어 보이고 합리적으로 보일 것 같지만, 사실은 이들은 단순히 가정용 사용량의 하루의 시간대별 패턴을 가지고 저런 주장을 할 뿐, 실제 여름철 전력예비율이 오후 2~5시에 왜 떨어지는 지를 잘 모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여름철 피크 타임 전력예비율이 떨어지게 하는 주범은 가정과 상가의 에어콘 가동에 따른 전력 소비증가입니다.
가정은 저녁 7시~9시가 피크인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구요? 가정용의 하루 중 피크 타임은 위 문화일보 기사에 그래프로 나온 것처럼 오후 7시~9시가 맞습니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 밥솥 이용하고 전등 켜고, tv 시청에 여름철에는 에어콘, 겨울철에는 난방기(전기 장판, 전기 난로)를 틀기 때문에 가정에서 하루 중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시간대는 4계절 동일하게 저녁 7시~9시가 맞습니다.
계절에 관계없이 하루 중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시간대가 7시~9시가 맞지만, 문제는 계절별로 하루 사용량이 다르고, 계절별로 하루 중의 동시간대의 사용량도 편차가 크다는 것입니다. 이게 피크 타임에 전력예비율을 떨어뜨리게 되는 것입니다.
아직도 이해를 못하시는 분들에게 좀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산업용은 계절별 하루 사용량이 거의 비슷하여 일중 사용량이 일정하고, 일중 동시간대 사용량도 연중 비슷한데 비해, 가정용은 여름철엔 에어콘 때문에, 겨울에는 전기 난방기 때문에 일중 동시간대 사용량이 봄, 가을에 비해 약 20~30% 많습니다.
2015년 8월 산업용 사용량은 22,890,500Mwh로 하루 사용량이 738,403Mwh이고 연간 사용량은 273,547,997Mwh, 연 하루 평균 사용량이 749,446Mwh로 8월 일중 사용량이 연간 일중 사용량보다 오히려 11,043Mwh(1.47%) 작은 반면에, 가정용은 8월 사용량 6,385,766Mwh, 8월 일중 평균 사용량 205,992Mwh이고 연간 사용량 65,618,610Mwh, 연간 일 평균사용량 179,777Mwh로 8월 일 사용량이 연간 평균보다 26,215Mwh(14.58%)가 많습니다. 8월(여름철)이 연간 평균보다 14.58% 많다는 것은 사용량이 적은 봄, 가을에 비해서는 그 2배인 30%가 많다고 봐야 하겠지요. 사실 8월도 폭서기간인 초와 더위가 누그러지는 말의 사용량이 달라 8월 최고 사용일을 기준하여 봄, 가을의 일 사용량을 비교하면 30% 이상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봄, 가을보다 일 사용량이 30% 많은 것의 원인이 에어콘 사용에 있을 것임으로 에어콘을 집중 사용하는 시간(8시간/일 가정)에 이 30%를 다 사용한다고 본다면 하루 중에는 이 30%가 24시간 중 8시간에 몰리게 되고, 특정시간(에어콘 가동 시간)에는 봄, 가을보다 동 시간대를 비교하면 여름철(8월)에는 30%*24시간/8시간 = 90%가 늘어난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 8시간(가정에서 에어콘을 켜는 시간) 중에는 전체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피크 타임인 오후2시~5시가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상가에도 마찬가지로 일어나게 되지요. 가정용과 상가(상업용)의 에어콘 가동이 여름철 피크 타임 전력예비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시겠습니까?
문화일보 등의 언론들이 주장하는 것이 맞는지, 제가 설명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이젠 판단이 서시는지요?
3. 저소득층의 에너지 사용 중에 전력 비중이 높아 누진율 효과가 없다고?
http://news.mk.co.kr/newsRead.php?sc=30000016&year=2016&no=576737
매경은 “주택 에너지 비중 중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저소득층일수록 크게 나타나 누진제 완화가 부자감세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이 진짜 국민들을, 서민들을 호구 병신 취급하는 것 같습니다. 중산층 이상의 가정들은 난방을 대부분 지역난방(아파트)을 하거나 LNG 보일러를 사용하여 난방을 하지만 저소득층일수록 싼 가정용 전력단가 때문에 건강이나 안전에는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겨울에는 전기장판이나 전기난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니 저소득층일수록 에너지 사용 비중 중 전기 사용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누진제의 효과는 각 가정이 쓰고 있는 전기사용량에 있지, 각 가정이 사용하는 에너지 중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과는 상관없습니다. 현실은 엄연히 전기 사용량의 비중과 상관없이 저소득층일수록 전기 사용량이 적은게 확실한데 왜 가장 중요한 이것을 무시하고 상관도 없는 전기 비중을 들먹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분석한 소득분위별 전기 사용량을 보면, 확실하게 저소득층일수록 전기 사용량이 적고, 고소득층일수록 전기 사용량이 많은 것이 명백합니다.
그리고 더 웃긴 것은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 운운하며 누진제를 손 봐야 한다는 놈들(언론)이 겨울철에 전기를 많이 쓰는 저소득층의 특성을 들먹이며 엉뚱하게 누진제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4. 누진제는 고소득층 1인 가구에게만 유리하고 저소득층에는 별무 효과다?
세상의 어떤 제도나 정책도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현행 누진제가 고소득층 1인 가구에게 유리한 것은 분명 맞습니다.
그런데 고소득 1인 가구와 저소득 1인 가구 중에 어느 쪽 가구수가 더 많을까요? 저소득층 1인 가구가 월등히 많을 것입니다. 누진 2단계인 월 200kwh 이하를 쓰는 가구가 전체의 40.8%인데, 이 중 고소득층 1인 가구가 몇 %나 될 것 같은가요? 누진제가 고소득층 1인 가구에게 유리하여 누진제 목적이 희석된다며 누진제를 완화하자거나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놈들은 월 200kwh 이하를 쓰는 가구 중에 고소득층 1인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라도 제시하여야 자신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 아닙니까?
제도가 완벽하지 않아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을 들어 그것이 마치 제도의 큰 문제점인 것처럼 왜곡하여 제도의 본질과 목적을 폄하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어떤 제도도 이 정도의 허점이 없는 것은 없을 뿐아니라 이런 사소한 문제 때문에 제도 자체를 시행하지 못한다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봅니다.
고소득층 1인 가구의 누진제 혜택을 방지하자고 누진제를 폐지하고 소득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실시할까요? 아마 이렇게 하자고 하면 제일 먼저 반대하고 나설 인간들이 누진제 폐지나 완화를 주장했던 지금의 언론들일 것입니다.
사실 소득별 전기요금 차등제는 현실적으로 적용하는데 많은 문제가 있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비용과 부작용이 심각하여 도입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위헌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구요.
5.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및 감면제도가 이미 있다
언론이나 종편의 패널들이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이 소외계층에 대한 할인 및 감면제도가 없는 것처럼 말하며, 마치 누진제가 소외계층에게는 혜택이 없는 것처럼 누진제를 비판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하기사 일국의 국회의원이라는 작자들도 소외계층에 대한 할인 및 감면제도가 없는 줄 알고 그것을 법률로 제정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종편의 전력산업에 대해 비전문가인 패널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현재, 아래에 링크한 내용과 같이 기초생활수급자, 독립/5.18 유공자, 장애인, 다자녀 가구, 5인 이상 가구 등에 대한 전기요금 감면 및 할인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http://cyber.kepco.co.kr/ckepco/front/jsp/CY/H/C/CYHCHP00107.jsp
6. 누진제 개편은 신중하고 과학적이어야
저는 현 누진제는 기본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개선을 한다면 현 6단계는 유지하고 각 구간의 전력량을 약간 조정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산자부가 7,8월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방향으로 각 구간 모두에 50kwh씩 늘려주는 조치를 한시적으로 취했지만, 이것을 완전히 제도화 하여 내년에도 시행하거나 연중으로 시행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계별 단가를 그대로 두고 이 방식을 연중 계속 시행하게 되면 한전은 가정용에서의 판매수입이 줄어들게 되고, 현재에도 원가회수율이 가정용은 95% 수준에 머무는데, 그 원가회수율이 더 떨어지게 됩니다. 물론 한전의 2015년도 영업이익이 11조에 이르기 때문에 당장은 문제가 없겠으나, 향후 유류, 석탄, LNG 가격이 상승하여 원가상승이 일어나면 한전도 적자로 돌아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한전의 적자여부가 아니라 피크 타임 전력수습관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느냐입니다.
이 방식이 적용되면 각 가정들은 전력요금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생각하여 여름철에 전력 사용량을 40kwh/월(50kwh*80%) 늘리게 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40kwh를 8월 중 혹서기인 8월초인 8/1~8/15 사이 보름간 80%를 사용한다면 이 기간 동안 하루 2.13kwh/일(40kwh*80%/15일)를 쓰게 될 것이고, 이 2.13kwh를 하루 24시간 중 8시간 (에어콘 가동)에만 쓴다고 하면, 이 시간 동안에는 0.2667kw(2,13kwh/8h)의 전력을 각 가정이 더 소비하게 됩니다.
우리 나라 가구 수가 22,575천호임으로 전체 가구수가 여름철 피크 타임에 지금보다 추가로 사용하는 전력은 6,020Mwh(0.2667kw*22,575천호)가 됩니다. 이 량은 우리나라 전력공급능력 87,926Mwh의 6.8%를 차지하는 것으로 올해 8월 중에 전력예비율이 5.1%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매우 위험합니다.
제 계산상으로는 추가적인 공급능력을 확보하지 않는 한, 올해와 같은 폭염이 내년에도 계속되면 내년에 자칫 잘못하면 블랙 아웃이 발생하거나 단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누진제의 개편은 전력 공급능력과 수요 전망을 정확히 한 뒤에 전력예비율이 5% 이하까지 내려가지 않는 선에서 검토해야 하지, 폭염에 짜증이 난 국민들의 일시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언론의 등살에 밀려 대충 했다가는 그 후풍폭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