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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old and wise

nomad 조회수 : 1,469
작성일 : 2016-08-09 21:08:50

유난히 집에 가기 싫은 날이 있다

목적지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으면서 
텅 빈 마음을 감추지 못해 하염없이 생각에만 잠기는 시간, 
어둠에 깊이 골몰하다 이내 들려오는 alan parsons project 의 old and wise 
개뿔 아는 것도 없으면서 뭔가 깨달은 척 
하릴없이 애먼 술만 들이킨다

無의 공간으로 빠지는지
空의 세계로 들어가는지 알 길 없는 밤이지만 
지독하게 이 혼자임이 좋다
누구도 없는 진득한 세월, 중력에 따른 노화, 푸석한 얼굴, 핏대만 선 목, 
생기 없는 차림새라 할지라도 늙는 건 전혀 두렵지 않다

아름다운 꽃도 한 철, 결국 시들게 마련이지

지나보니 참 별거 아니더라
시시한 표현, 설탕 같은 몸짓, 소주 몇 잔에 담긴 환상
그거 다 별거 아니더라
곧 사라질 숙취, 잠깐 나를 멍들게 마는 어지러움일 뿐

헤매지 마라
더듬거리지 마라
휩싸이지 마라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어제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인간 관계에 관한 고찰
친하다 생각했던, 곁에 있다 여기던, 그래서 마음을 주던 사람과의 멀어짐
상실감과 허탈함
왜 그렇게 관계에 목숨을 걸고 갈증을 냈던지 웃음이 나요
관계속에서 나를 발견하기 때문일까요??

나는 나와 제일 가깝죠
누구와도 가까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등잔 밑이 어두워 타인에게만 눈을 돌려요
그럴수록 나와는 더 멀어지고 타인에 대한 갈증만 배가 될 뿐이데도요

나를 알아가는 건 우주의 이치를 깨닫는 과정이겠죠
나 이외의 상대적인 색 과 공을 인정하는 것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또 어디로 갈까요
아마 죽기전까지도 이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에 대해 더욱 궁금합니다
나는 어떤 인간이 될까 어떤 늙은이가 될까 
가벼워질까 고루해질까 편협해질까 아집만 강해질까 멍청해질까 벽창호가 되진 않을까 
속물로 변할까 이해타산적이게 될까
낭만이 없어질까 행여나 변절자가 되지는 않을까


경제활동을 하는 것과 별개인 문제예요 
이 더위에, 이 불경기에 참 속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 사람일지도 몰라요, 텍스트상으론요
열세살 무렵부터 제 세계를 가득 메운 물음이라 쉬이 떠나가질 않네요
모든 것이 궁금한 어린이는 서른 중반이 되어서도 궁금한 게 투성이에요
고통받고 실패하는 것조차 과정이라 생각하고 위기는 또 다른 기회, 불행한 경험은 곧 닿을 미지의 행복이라 여깁니다
다만, 절망하지 않으려 할 뿐 낙천주의자는 아닙니다 오히려 가학적에 가깝겠네요
이상하죠?? 어쩌겠습니까 제가 사는 방법인것을요
오늘도 이렇게 괴로움을 덜어내고 술 잔을 비웁니다



여름이 또 조금씩 물러가고 있어요
아름다운 밤 보내세요





헛소리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IP : 104.131.xxx.8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itto
    '16.8.9 9:32 PM (39.121.xxx.69)

    제목 듣고 반가워서 들어와봤습니다

    저도 항상 흔들거리고 비틀거리는 그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방향을 찾고 목적을 찾고 그래요
    어디로 향하는 게 좋을까 옳을까..
    나침반의 방향의 끝을 나 자신이라 생각하고 남북을 오가고 동서를 오가는 나 자신에 대해 실망도 하고 깨닫기도 하고...

    그러다 지금은 나침반의 방향이 아니라 나침반의 축이 나 자신이라 각성하고 어디를 향하든 항상 그 중심에는 내가 있고 그 옛날의 헤맴과 비틀거림도 지금의 나 자신을 만들어준 거라는 생각에 그 헤매임을 지금이 아니라 그때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다행이라 생각해요

    물론 지금도 흔들거리는 축이지요 ㅎㅎ
    흔들흔들 가다 보면 언젠가 어딘가에 머무르게 될까요? 먼 훗날 언제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있을까요?

    휴..밀린 설거지가 이런 짧은 생각의 여유조차 허락치 않네요

    호프집에서 맥주 500하며 이래저래 이야기 해야 되는데요 ^^

  • 2. 기파랑
    '16.8.9 9:41 PM (99.251.xxx.56)

    나이 핑곈지 뭔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생각' 그 자체도 허영임을 인정하게되요.
    반드시 꼭 답이 있으리라 이유룰 알아야 하리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한다
    무엇이 되었건 무슨 현상이건 무슨 문제건
    심지어 기쁨이라든지 행복까지도
    이유를 찾았어요 원인을 찾고
    인과관계, 근본 근원까지 알지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뇌세포 지쳐가는 지금은
    몰라도된다...
    가끔씩은 뇌세포의 영악한 신포도 작전?이구나 싶어요.

  • 3. nomad
    '16.8.9 9:48 PM (104.131.xxx.86)

    맞아요 술 마시면서 서로 자기 얘기하는 맛으로 하는 얘긴데 ㅎㅎ

    늘 한 쪽으로 기울지 않으려고 저만의 중심을 잡으려고 부던히 애를 썼던 것 같아요
    어쩌면 그게 한 쪽으로 기우는 것일지도 모르고요 타인이 봤을 땐요!!
    하지만 누구의 의견에 의해 제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불평했던 적은 없어요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제게 따르니까요

    앞으로도 그러겠죠

    비틀거릴거며 울기도 할거고 또 주저 앉기도 하겠지만 그 모든 것도 과정이겠죠!

  • 4. nomad
    '16.8.9 9:50 PM (104.131.xxx.86)

    기파랑님

    저도 그런 때가 있었어요 그런 때가 오기도 할거고요
    마음 속에 순수의 원형 같은 걸 잃지 않으려고 이런식으로 각성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언제가 지칠 걸 대비해서 말이에요

  • 5. 슬프다...
    '16.8.9 11:58 PM (220.76.xxx.253)

    오늘 기분이 그러저러한데 이 글 읽으니 눈물나네요.
    글을 참 잘쓰시네요..

  • 6. ...
    '16.8.10 1:26 AM (223.62.xxx.121) - 삭제된댓글

    이십대 초반 제 인생에서 겪을 수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와장창 일어날때 방에 틀어박혀 들었던 음악이네요. 유난히 눈이 많이 왔었고 한겨울에서 봄자락이 느껴지니 ..문득 드는 생각이 내 인생도 어서 봄이 왔음 좋겠다 했는데...강산이 수없이 변했을 시간인데...봄이와도 봄인 줄 모르고 살아왔더니 ..습관이 되어 인생에서 여름과 겨울만 있는것 같네요..긴 시간들이 지났는데 음악과 함께 그때 감정들과 생각들이 되살아나네요..고맙습니다.

  • 7.
    '16.8.10 3:50 AM (211.36.xxx.110)

    소중한 내면의 나눔 고맙네요

  • 8. 좋은 글
    '16.8.10 9:25 AM (218.150.xxx.22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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