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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반찬대신 위스키 한병 챙겨주시는 시어머니는 어때요

그럼 조회수 : 3,018
작성일 : 2016-08-07 20:24:27
지난 주에 팔십세 생신이셔서 가족모두 방문했어요. 영국분이세요. 
평소에 경제관념 부족하고 꿈만 쫓으며 사는 철없는 당신 아들이랑 결혼해서 가정을 이뤄준 것만도 고맙다고 저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시긴 했어요. 하지만 몇년전 아이가 더 어렸을 때 남편 직장 문제로 영국에서 잠깐 합가하면서 갈등이 좀 있었고 그 후로는 좀 거리를 두고 지냈어요. 제가 맞벌이하며 엄마노릇 주부노릇 빈틈 없이 해내는 데도 가끔 술마시는 걸 못마땅해 하시더라고요. 과하게 마시거나 실수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그냥 여자가 술마신다는 자체가 낯설어서요. 

근데 이번 생신은 몰라라 할 수 없어서 다녀왔더니 절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그 사이 남편은 부정규 계약직으로 굳어지고 제 수입에 가족이 의지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남편이 게을러서 집안일따위 잘 도와주지 않는다는 상황파악을 하신 모양이에요. 너무 민망한게, 시아버지께서 너 이거 좋아하지 하면서 벽장에 있던 스카치 위스키 한병을 꺼내 주셨어요. 가져가라고. 근데 저희가 떠나는 날 아침 두분이 잠깐 나갔다 오시더니 그러시는 거예요. 너 준 위스키가 고작 5년산이라 12년산 한병 더 사왔다고, 이걸로 가져가라고요. 눈물이 나는 걸 참고, 전 막입이라 12년산은 아깝다고요. 다음에 왔을 때 같이 따마시게 잘 두시라고 그랬어요. 남편이 몇년동안 속썩여서 얹힌게 한번에 뻥 뚫린 기분이었어요. 이제 집에 왔으니 마음을 다잡고 더 열심히 살아야지요. 부모님들 생각해서라도요. 
IP : 74.69.xxx.19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8.7 8:30 PM (119.192.xxx.54)

    며느리 고생한다고 알아주시는 것만도 위로가 돼죠.
    시부모 대접 받는다고 되려 더 큰소리치는 시부모들도 많은데요.
    생각해주는 마음이 중요하더라고요.

  • 2. 나까지 서글프네요
    '16.8.7 8:42 PM (118.38.xxx.47) - 삭제된댓글

    겨우 위스키 한병에 이렇게 위안을 받고 마음 다잡는데
    썩을놈이 좀 잘하지....

  • 3. 헤..
    '16.8.7 8:44 PM (114.201.xxx.166)

    저도 위스키 너무 좋아하는데.. 위스키 주시면 너무 좋을 듯요.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원글님께서 넘 훌륭하십니다^^

  • 4. ㅁㅁ
    '16.8.7 8:45 PM (14.40.xxx.74)

    그래도 늦게나마 알아주니 고맙네요
    보여도 안보이는 척, 알아도 모른 척 하시는 어른들이 많잖아요

  • 5. . . .
    '16.8.7 8:55 PM (182.215.xxx.17)

    80연세에 며느리 생각하는 마음에 저도 울컥하네요

  • 6. 부정규
    '16.8.7 10:18 PM (74.69.xxx.199)

    아니고 비정규

  • 7. 제 마음을
    '16.8.7 10:24 PM (74.69.xxx.199)

    알아 주시는 댓글님들도 위로가 되네요.
    힐링이란 게 정말 별거 아니잖아요, 서로 힘을 주고 다독여주면서 살면 되는 건데 말이지요.

  • 8. 마중물
    '16.8.7 11:42 PM (125.176.xxx.34) - 삭제된댓글

    시부모님도 좋으신 분들이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원글님은 더 좋은분이세요.^^
    남편분만 좀 더 노력하시면 좋겠구먼~~^^
    사람사는게 참 별거 아닌거 같아요. 힘들어도 이런 사소한 정에 마음이 노곤노곤 해지는 것을 보면...
    원글님 앞 날이 무지개처럼 환해지셨으면 하는 바램이예요.^^

  • 9.
    '16.8.8 2:18 AM (175.194.xxx.126)

    그냥 담백하게 받아들이세요
    아 저도 위스키 좋아하는데
    영국에서 파는 12년이면 대체 뭔가요;;
    글고 그건 두고 오셨다니
    참 현명하신 분이네요
    저도 그런 집에 시집가고 싶네요 TT

  • 10. 아름다운
    '16.8.8 4:25 AM (174.138.xxx.139)

    고부간이시네요
    원글님의 취향도 존중해주시고 수고도 알아주시는 좋은분이신것같아요
    첨엔 여자가 술마시는것 자체도 싫어하셨다면서요
    그런데 귀한 위스키 구해서 선물까지 주신거네요
    원글님께서 정말 열심히 가정이끌어가며 살아오신걸 고맙게 여기시나봐요
    앞으로도 행복한 일이 많길 바랍니다

  • 11. 늦게읽었지만
    '17.3.26 8:05 PM (211.36.xxx.245)

    참 좋은글이에요
    원글님께서 잘 참아오셔서~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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