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6년 8월 3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26
작성일 : 2016-08-03 07:39:37

_:*:_:*:_:*:_:*:_:*:_:*:_:*:_:*:_:*:_:*:_:*:_:*:_:*:_:*:_:*:_:*:_:*:_:*:_:*:_:*:_:*:_:*:_:*:_

소년도 소녀도 아니었던 그 해 여름
처음으로 커피라는 검은 물을 마시고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삐뚤빼뚤 엽서를 쓴다

누이가 셋이었지만 다정함을 배우지 못했네
언제나 늘 누이들의 아름다운 치마가 빨랫줄을 흔들던 시절

거울 속의 작은 발자국들을 따라 걷다보면
계절은 어느덧 가을이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놓아둔 흰 자루들
자루 속의 얼굴 없는 친구들은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스무 살의 나에게 손가락글씨를 쓴다
그러나 시간이 무엇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새들은 무거운 음악을 만드느라 늙지도 못했네
언제나 늘 누이들의 젖은 치마가 빨랫줄을 늘어뜨리던 시절

쥐가 되지는 않았다 늘 그 모양이었을 뿐.
뒤뜰의 작은 창고에서 처음으로 코 밑의 솜털을 밀었고
처음으로 누이의 젖은 치마를 훔쳐 입었다, 생각해보면
차라리 쥐가 되고 싶었다
꼬리도 없이 늘 그 모양인 게 싫어

자루 속의 친구들을 속인 적도 상처를 준 적도 없지만
부끄럼 많은 얼굴의 아이는 거울 속에서 점점 뚱뚱해지고

작은 발자국들을 지나 어느새 거울의 뒤쪽을 향해 걷다 보면
계절은 겨울이고,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시간
나아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어둠 속에서
조금 울었고 손을 씻었다


                 - 황병승, ≪너무 작은 처녀들≫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6년 8월 3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6/08/02/201608039292.jpg

2016년 8월 3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6/08/02/201608035252.jpg

2016년 8월 3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54888.html

2016년 8월 3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56cad40fee0141ccb3dfeb5bfa1aa434




덥다... 춘하추동 상관없이 이 나라는 참 덥고 습하다...





―――――――――――――――――――――――――――――――――――――――――――――――――――――――――――――――――――――――――――――――――――――

그립다는 것은 지금은 너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
가슴을 도려내는 일이다.

              - 이정하, ˝그립다는 것은˝ 中 - (from. 페이스북 ˝하루에 한줄˝)

―――――――――――――――――――――――――――――――――――――――――――――――――――――――――――――――――――――――――――――――――――――

IP : 202.76.xxx.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개돼지도 알고살자
    '16.8.3 8:03 AM (14.42.xxx.85)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 2. ...
    '16.8.3 8:23 AM (1.241.xxx.187)

    항상 고맙습니다.

    그러나저러나 ㄹㅎ 눈에서 레이져가 나오네욪

  • 3. ...
    '16.8.3 10:29 AM (218.236.xxx.162)

    잘 봤어요 고맙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95582 국가재난 방송사를 JTBC로 바꿔주세요 9 국가재난 2016/09/12 1,816
595581 원전이 젤 무섭네요 8 ㅇㅇ 2016/09/12 1,107
595580 혹시 모르실까봐 1 지진대피 2016/09/12 892
595579 지진관련, 정부의 대책이 실망스럽습니다. 24 2016/09/12 2,541
595578 걱정이네요 오늘밤이 . 7 2016/09/12 611
595577 이마트 내진설계 되어 있나요? 3 흑흑 2016/09/12 1,458
595576 현재 경주 상황.jpg 1 현재 2016/09/12 3,298
595575 분당인데요 2 잘잘잘 2016/09/12 1,317
595574 서울 광진구 지진 느꼈어요. 1시간 내에 또 여진..맞나요? 1 ........ 2016/09/12 1,384
595573 뉴스룸 보세요.. 지진 속보 10 하루 2016/09/12 3,243
595572 카톡 왜 안되죠? 2 sss 2016/09/12 633
595571 밤새 크고 작은 여진이 일어날 가능성있대요 9 ㅇㅇ 2016/09/12 2,666
595570 인천 부천 사시는 분들~ 18 무뎌터짐 2016/09/12 2,879
595569 (기독교분들만) 주를 믿는 분들은 지금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해주.. 20 dd 2016/09/12 2,606
595568 (용인수지) 심하게 흔들렸는데. . 남편은 전화도 없더라고.. 11 어휴 2016/09/12 2,977
595567 천안인데 전혀모르겠는데. 6 ........ 2016/09/12 546
595566 서대문구인데 지진 전혀 못 느꼈는데요 26 .... 2016/09/12 2,359
595565 부산은 통화 되고 대구는 아직 안 되네요 3 전화 2016/09/12 589
595564 강릉도 장난아니었다네요 뚜벅이 2016/09/12 936
595563 아니왜 휴대폰들은 다 불통인가요?!!! 4 미치겠다 2016/09/12 1,594
595562 부산 해운대 스텐 텀블러가 떨어지도록 흔들렸네요 무서워요 2 아짐 2016/09/12 1,139
595561 보통 여진은 얼마 뒤에 오는 건가요 11 . 2016/09/12 3,672
595560 대구 전화가 통화중 ~~ 2 마나님 2016/09/12 630
595559 지금 부산행 ktx 4 쿠키 2016/09/12 2,511
595558 지진이랑 가스냄새랑 무슨상관인가요? 1 ㅇㅇ 2016/09/12 1,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