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6년 8월 3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21
작성일 : 2016-08-03 07:39:37

_:*:_:*:_:*:_:*:_:*:_:*:_:*:_:*:_:*:_:*:_:*:_:*:_:*:_:*:_:*:_:*:_:*:_:*:_:*:_:*:_:*:_:*:_:*:_

소년도 소녀도 아니었던 그 해 여름
처음으로 커피라는 검은 물을 마시고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삐뚤빼뚤 엽서를 쓴다

누이가 셋이었지만 다정함을 배우지 못했네
언제나 늘 누이들의 아름다운 치마가 빨랫줄을 흔들던 시절

거울 속의 작은 발자국들을 따라 걷다보면
계절은 어느덧 가을이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놓아둔 흰 자루들
자루 속의 얼굴 없는 친구들은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스무 살의 나에게 손가락글씨를 쓴다
그러나 시간이 무엇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새들은 무거운 음악을 만드느라 늙지도 못했네
언제나 늘 누이들의 젖은 치마가 빨랫줄을 늘어뜨리던 시절

쥐가 되지는 않았다 늘 그 모양이었을 뿐.
뒤뜰의 작은 창고에서 처음으로 코 밑의 솜털을 밀었고
처음으로 누이의 젖은 치마를 훔쳐 입었다, 생각해보면
차라리 쥐가 되고 싶었다
꼬리도 없이 늘 그 모양인 게 싫어

자루 속의 친구들을 속인 적도 상처를 준 적도 없지만
부끄럼 많은 얼굴의 아이는 거울 속에서 점점 뚱뚱해지고

작은 발자국들을 지나 어느새 거울의 뒤쪽을 향해 걷다 보면
계절은 겨울이고,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시간
나아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어둠 속에서
조금 울었고 손을 씻었다


                 - 황병승, ≪너무 작은 처녀들≫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6년 8월 3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6/08/02/201608039292.jpg

2016년 8월 3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6/08/02/201608035252.jpg

2016년 8월 3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54888.html

2016년 8월 3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56cad40fee0141ccb3dfeb5bfa1aa434




덥다... 춘하추동 상관없이 이 나라는 참 덥고 습하다...





―――――――――――――――――――――――――――――――――――――――――――――――――――――――――――――――――――――――――――――――――――――

그립다는 것은 지금은 너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래서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다.
가슴을 도려내는 일이다.

              - 이정하, ˝그립다는 것은˝ 中 - (from. 페이스북 ˝하루에 한줄˝)

―――――――――――――――――――――――――――――――――――――――――――――――――――――――――――――――――――――――――――――――――――――

IP : 202.76.xxx.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개돼지도 알고살자
    '16.8.3 8:03 AM (14.42.xxx.85)

    감사히 잘 보겠습니다

  • 2. ...
    '16.8.3 8:23 AM (1.241.xxx.187)

    항상 고맙습니다.

    그러나저러나 ㄹㅎ 눈에서 레이져가 나오네욪

  • 3. ...
    '16.8.3 10:29 AM (218.236.xxx.162)

    잘 봤어요 고맙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90587 자유분방한 남편과 애들.. 4 소이 2016/08/28 2,000
590586 세월호866일) 미수습자님들이 바닷 속에서 나와 가족들 꼭 만나.. 9 bluebe.. 2016/08/28 328
590585 세수하다가 귀걸이 한쪽이 하수구로-_- 7 워메 2016/08/28 3,338
590584 무화과 안 먹고 놔둔게 있는데 그거 전자렌지로 쨈 만들려면 2 ㄹㄹㄹ 2016/08/28 954
590583 마른비만 복싱배울까요? 1 입맛 2016/08/28 803
590582 영어 문장 해석 좀요 4 2016/08/28 644
590581 미국에서 발렛파킹할때 대화 좀 알려주세요~~ 1 oo 2016/08/28 931
590580 새로 시작한 연속극 월계수 양복점, 라미란 10 ..... 2016/08/28 6,731
590579 반려동물 키우시는 분들...글 좀 가려서 씁시다 56 ... 2016/08/28 5,462
590578 119타고 가면 돈 내야 하나요? 23 지나가다 2016/08/28 7,699
590577 여드름이 너무 많은데 2 여드름고민 2016/08/28 1,296
590576 시댁에 개님이 운명을 달리하셨네요. 141 나무공 2016/08/28 22,391
590575 비행기연발시 2 4321 2016/08/28 501
590574 중1딸이랑 단둘이 여행 ..추천해주세요. 1 여행 2016/08/28 704
590573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개봉박두~ 7 .. 2016/08/28 2,392
590572 중3 아들녀석문제.. 2 가슴이 답답.. 2016/08/28 1,205
590571 재래시장땜에 마트 휴무라 짜증나네요 105 ㅠㅠ 2016/08/28 17,303
590570 쌍꺼풀 재수술...도와주세요. 13 쌍커풀 재수.. 2016/08/28 4,705
590569 친동생이 제 톡 확인을 늘 늦게 하는데요 22 2016/08/28 5,029
590568 만약에 그냥 2억정도를 차에 투자하거나...집에 투자하거나.무엇.. 6 만약에 2016/08/28 2,357
590567 차창밖에 무지개가~ 2 .. 2016/08/28 950
590566 일산병원이 종합병원이죠? 그러면 바로 진료 받을 수는 없나요? 2 궁금 2016/08/28 1,015
590565 지금 부산 날씨 어떤가요? 2 부산 2016/08/28 778
590564 '청춘시대' 명작입니다. 32 mm 2016/08/28 6,815
590563 안철수 "정권교체 모든걸 바칠것" 대권출마 선.. 48 탱자 2016/08/28 2,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