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수수한 사람이고 육십을 바라보는나이입니다
초등시절에 가난해서 배곯아본 기억이 뚜렷한 사람이고
보릿고개 시절엔 꽁보리밥 도시락에 허연~ 열무김치를 라면 봉다리에 담아 다녔어요
차츰 살기가 좋아져 배불러서 먹기싫어서 안먹고 살찐다고 덜 먹으며 살다가
동갑인 남편을 만나 결혼 했는데 이사람은 꽤 부잣집이어서
배고픈것도 모르고 도시락은 늘 소시지반찬만 담아 다녔다고 자랑..
그건 그렇고...
우리집은 나물반찬이 떨어지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거든요
봄에는 특히 나물반찬을 많이 하잖아요?
남편은 밥상 차려놓으면 어김없이 양푼을 꺼내 식구들 밥을 다 쏟아넣고
나물을 드립따 쏟아붓고 비빕니다
그때 이사람 표정을 보면 아주 진지해요
아이들은 숫가락 들고 아 행복해~ 하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고요
밥을 다 비비면 저는 제밥공기에 비빈밥을 덜어 먹는데
식구들이 특히 애들아빠가 몹시 못마땅 해 합니다
식구끼리 다 같이 퍼 먹으면 정도 깊어지고 더 맛있는데 왜 따로 먹냐고...
애들도 엄만 우리랑 같이 먹는게 싫으시냐는둥.. 섭섭해 합니다
저는 아무리 자식이고 남편이긴 하지만 그렇게 먹는거 더럽단 생각이라..
게다가 밥을 먹다말고 중간중간 자기먹던 숫가락 으로 또 다시 뒤집고 또 뒤집는데
저는...그건 더더더더 싫습니다
왜 여럿이 먹는밥을 자기가 먹던 숫가락으로 또 비비냐구요
먹다보니 덜 비벼졌으면 아무도 안먹은 새숫가락으로 비벼야 하는거 아닌가요?
오늘도 우엉벗겨 채썰어 무치고 오이 소금에 살짝 절여 볶아놓고 가지도 볶고
열무김치 맛있게 익었는데 또 비벼먹을판이예요
그래서 시방 컴텨앞에 밥이랑 나물들 한접시에 오로로 담아 퍼먹어가며
이 글 씁니다
저처럼 식구끼리라도 같이 한통에 밥비벼 같이 머리 맞대고 먹는거
너무 싫고 이해 안되는분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