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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 내가 본 올해 최악의 영화

길벗1 조회수 : 3,673
작성일 : 2016-08-01 15:18:32
 

관람객과 네티즌의 영화평점은 9점 정도인데 영화평론가들은 별 하나의 혹평을 하고 있는 극과극의 평가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인천상륙작전’을 어제 보았습니다.

원래 저는 이런 류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2주 연속 영화(터키 영화 ‘전장에서 온 편지’-국립현대미술관, ‘이레이션널 맨’-혜화동 CGV)를 본 형편이라 별로 내키지 않았습니다만 워낙 무더위가 심해 피서 겸, 평론가들은 별 하나를 주기 아까워하는데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아닌 20~30대도 왜 몰려드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여 극장을 찾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80년대에 영화가 개봉되었어도 혹평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올해 최악의 영화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설픈 스토리에 복선이나 반전도 없고 전쟁물인데도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는데다 극중 인물들에 감정이입이 전혀 되지 않아 감동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스펙타클한 장면이 있어 눈을 즐겁게 하는 것도 아니고 만화나 007 시리즈에서나 나올 법한 황당한 장면들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서의 현실감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영화 내내 개연성이 떨어지는 연결과 치밀하지 못한 전개에 고개만 갸웃거리다 엔딩 크래딧을 본 것 같았습니다.

X-ray 작전의 대장 장학수(이정재 분)나 대원들이 이번 작전에 지원하는 이유들을 너무 단순하게 처리하는 바람에 관객들이 감정이입하기 쉽지 않았고, 한채선(진세연 분)의 전향하는 계기나 그 후의 장학수와의 관계도 어정쩡했습니다.

이재한 감독이 한 편의 영화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다가 아무 것도 전달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차라리 장학수가 공산주의 이념에 갈등하고 회의하는 모습을 더 담고, 한채선도 비슷한 과정을 겪으면서 동병상련에 이성적 감정을 얹으면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플롯으로 삼아 영화를 만들었다면 더 나았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재한 감독이 반공과 인민군의 잔인함, 맥아더의 위대함을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노골적 의도가 너무 드러나 오히려 실제 인천상륙작전의 의미나 그 작전에 투입된 유엔군이나 국군의 희생의 진정성이 반감되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 당시 X-ray 작전을 수행한 17인의 부대원들의 처절함이나 작전의 긴박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보구요.


장학수가 최인훈의 '광장'의 이명준, 이문열의 ‘영웅시대’에 나오는 이동영(실제 이문열 아버지가 모델)이나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나오는 김범우 만큼 이념적 갈등을 하는 인물로 묘사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전향하여 첩보부대장으로 나서게 된 과정을 말이 아닌 리얼한 장면으로 나타내지 못한 것은 감독의 실수라고 보여집니다. 이것을 장학수의 입이 아닌 화면으로 약 5분 정도 보여주었더라면 관객들은 초입부터 장학수에 감정이입되었을 것입니다.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유치하고 억지스러워 부자연스러웠습니다. 맥아더가 참호 속에 살아남은 소년병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탄약과 총을 달라고  하는 말과 장학수가 조국을 위해 작전에 지원했다는 말에 감동을 먹고 그들의 조국을 지켜주기 위해 인천상륙작전을 결행한다는, 그야말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작전 이유를 말하는 것은 초등학생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1백수십억을 쏟아부은 영화에서 나올 대사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니암니슨(맥아더 분)도 이 말을 하면서 연기할 때 좀 낯이 간지러웠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군인(무장)이 저런 식이면 군인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군인은 비인간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무장)은 군인으로서의 길이 있으며, 특히 전쟁이나 전투를 수행하는 리더(장군)는 냉철해야 하며, 이기기 위한 전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충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영화 ‘명량’보다 무장으로서의 한 인간을 냉철하게 그린 김훈의 ‘칼의 노래’를 훨씬 높이 사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실제 맥아더가 저런 이유 때문에 인천상륙작전을 결행했던 것도 아니고, 맥아더 역시 저런 이유 때문에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했다고 하면 별로 좋아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영화의 장면 중에는 실제와 다른 것을 넘어 너무 비현실적인 것도 많은데다 개연성이 너무 떨어져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기뢰 위치를 아는 인민군 장교를 납치하는 과정이야 억지 이해라도 할 수 있지만, 그 장교를 유엔군에게 넘기는 장면에는 아연실색했습니다. 그냥 야밤에 배편으로 호송하면 될 것을 야산에 줄을 걸어 날아가는 수송기가 낚아채게 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감독이 그 순간은 ‘어벤젼스’를 찍는 줄 착각한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저건 그냥 만화에서 나올 법한 장면인데 실화를 소재로 그 동안 리얼리티를 살려 전개한 것에 비해 갑자기 너무 생뚱맞는 장면이라 순간 어안이벙벙했습니다.

장학수 차량을 쫓는 인민군이 장갑차 위에서 바주카 포를 쏘는 장면, 장학수가 탱크(장갑차?)를 탈취하여 혼자서 포를 쏘는 것이나, 한 채선이 유엔군과 함께 인천에 상륙하여 죽은 장학수를 보듬고 맥아더가 장학수 죽음에 경례하는 장면, 장학수가 림계진(인천방어사령관)과 마지막 일대일로 싸우는 장면은 아무리 영화라고 하지만 실제와는 너무 차이가 나 관객들이 몰입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현실성이 떨어지면 관객들은 오히려 실제 X-ray 작전이 6.25 당시에 있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영화를 위해 가공하여 삽입한 것으로 여기기 쉽습니다.

유엔군으로부터 림계진을 포섭하라는 지령을 받은 장학수가 고작 한다는 것이 평양의 수뇌부 작전회의에서 맥아더가 인천으로 공격해 올 것이라는 림계진의 말에 동의해 주는 정도였습니다. 그 효과는 전혀 나타내지도 못하면서 왜 그런 지시를 내리는 장면을 쓸데없이 넣었는지 모르겠더군요. 차라리 그 시간을 인천상륙작전을 CG로 더 만들어 내보내는 게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정재와 이범수의 연기가 너무 멋있다고 영화감상평을 썼지만(사실 저도 이 감상평에 혹해 영화를 보기로 결정한 측면도 있습니다), 저는 이 두 배우에게서 혼이 담긴 연기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 설정된 부대원 남기성으로 나오는 박철민도 다른 영화에서처럼 감초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배우들이 살아있는 연기를 하지 못한  것은 배우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대본의 어설픔과 감독의 연출에 있었다고 본다면 아마츄어인 제 눈이 잘못된 것일까요?

박철민은 80년대 운동권 출신으로 영화계에서 진보적인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 ‘인천상륙작전’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이유도 궁금해지고, 좌파 진영으로부터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했다고 다구리 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네요.


씨네 21의 영화평론가들이 단순히 자신의 이념적 편향 때문에 별 하나만 준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고, 이동진마저 왜 별 하나 밖에 줄 수 없었는지 알겠더군요. 영화관을 나서면서 얻은 것이라곤 ‘Douglas MacArthur'를 원어민은 ’맥아더‘가 아닌 ’매카더‘에 더 가깝게 발음한다는 것을 알게 된 정도네요.

공연이나 영화, 전시회 관람 등 문화예술 행사에 제가 추천하여 간 것으로는 마눌님의 구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짜장면 밖에 사주지 않는 마눌님에게 아무 소리도 못했습니다. ^*^


* 7/31 현재(개봉 6일째) 누적관객 260만명을 넘어서고 예매율 1위를 달라고 있네요. 제 취향이 특이한 것인지, 그저 제 눈에는 저 기록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IP : 118.46.xxx.145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음..
    '16.8.1 3:30 PM (211.36.xxx.132)

    저도 어제 봤는데
    국제시장 느낌이란까...
    어르신들한테 인기 폭발일거 같더라구요

  • 2. 길벗1
    '16.8.1 3:34 PM (118.46.xxx.145)

    음../

    국제시장과는 저는 전혀 다르게 보았습니다.
    예전에 제가 쓴 '국제시장' 감상평을 아래에 복사해 올립니다.

    ---------------------------------
    영화 ‘국제시장’ - 기억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지 마라
    2014.12.30



    지난 일요일 마눌님과 작은 딸과 함께 영화 을 보고 왔습니다.
    제가 아버지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즈음인 30대 후반부터 질곡의 우리 현대사를 살아온, 그리고 살아남은 우리 부모, 삼촌 세대에 대해 무조건적인 존경을 표해 왔던 것이 이 영화에 끌린 이유이기도 하지만, 12/23일이 돌아가신 어머님의 생신이라 어머님에 대한 죄송함과 고마움이 가족들을 영화관으로 재촉하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엄마로 산다는 건 - 엄마도 소녀일 때가
    나이가 들면 여성 호르몬이 많아져 눈물도 많아지는지 모르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세 번 눈물을 흘렸던 것 같습니다. 마눌님이나 딸이 눈치챌까봐 소리 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줄줄 흐르는 눈물을 참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양치질을 하면서 울컥하기를 서너 번 했던 것 같네요. 92년에 65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로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각났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소 혈압이 높고 심장병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병원에 가 보시지 않았다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운명을 달리 하셨는데 그 때는 저는 그냥 엉엉 울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첫 애가 돌을 막 지난 시점이었지만 아직 아버지나 부모가 되어 있지는 못했던 모양입니다. 어머님이 제게 다시 다가온 것은 40을 바라보는 나이였던 것 같고 그 때야 철이 든 것 같네요.
    아버지가 국민학교(초등학교) 교장이셨지만 7남매를 키우는 데는 아버지 월급으로는 늘 부족하였지요. 어머님은 사택엔 상수도 시설이 들어오지 않아 읍내에서 물을 길어 오셨고, 사택 한 구석에 축사(돈사)를 만들어 돼지를 키우셨습니다. 마당의 텃밭엔 채소를 심어 반찬거리를 했었고 두부공장에 가서 콩비지를 얻어다 비지찌개를 해주셨습니다. 교장 사모님 신분에 양동이를 이고 물을 나르고, 돼지를 키우며, 두부공장에 가서 비지를 얻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당신 자신에게는 단 한 푼을 쓰지 않으셨고, 그런 우리는(저는) 아버지의 월급에 불만이셨던 어머님을 이해하거나 도우기는 커녕 못마땅해 했었습니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쓰면 아버님 월급이 부족하긴 하지만 생활을 영위하는데 큰 문제를 없을 건데 월급날이면 항상 큰 소리를 내시는 어머님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머님의 불만에 아무 대답이 없었던 아버님을 속으로 편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 둘을 낳고 키우면서 그제서야 어머님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어머님의 불평과 넋두리가 단지 최소한의 항변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고 괜시리 그제서야 죄송해지고 고마움이 느껴지더군요.
    제가 양치질을 하면서 울컥했던 것은 겨울철 볕이 드는 담벼락 아래에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우두커니 혼잣말을 하시던 어머님 생각이 나서였습니다. 저는 어머님의 그 중얼거림이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는 힘든 생활을 누구에게도 하소연 할 수 없어 혼자서 삭이는 당신 자신만의 의식이었다는 것을 아이를 낳고 철이 들고야 알았습니다. 어머님의 담벼락 아래 혼자만의 중얼거림을 이 제 기억에서 다시 Rm집어 내 준 것이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기억은 저를 울컥하게 합니다.

    몇 일전 SBS 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설아’라는 고등학생이 자작곡으로 부른 ‘엄마로 산다는 것’이라는 노래를 이번 주 내내 출퇴근길에서 반복해서 듣고 다녔습니다. 10대 후반의 소녀도 엄마의 노고를 알고 감사해 하는데, 나이 30이 넘어서도 어머님 생전에는 어머님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무척 창피하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엄마도 소녀일 때가
    엄마도 나만 할 때가
    엄마도 아리따웠을 때가
    있었겠지
    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
    엄마,
    엄마로 산다는 것은
    아프지 말거라 그거면 됐다
    http://www.youtube.com/watch?v=kEuolkEWcjs

    엄마도 소녀일 때가, 엄마도 나만 할 때가, 엄마도 아리따웠을 때가 있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면서 이젠 중년의 공허함에 과거의 아름다운 시절을 그리워하기만 하는 자신이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이설아는 10대 때 깨우친 것을 30이 넘어서야 깨친 것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아프지 말거라 그거면 됐다‘는 것이 먼저 가신 어머님 심정이었고, 덕수의 마음이었을 것이라는 것에 이 나를 눈물 흘리게 하고, 집에서도 울컥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 부모님은 영화 주인공 윤덕수(황정민 분)처럼 흥남철수나 파독 광부, 월남전 참전의 경험은 없으시지만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태평양전쟁, 해방과 좌우 혼란기, 그리고 6.25전쟁, 4.19, 5.16, 10.26, 5.18, 6.10 등 질곡의 현대사를 모두 견뎌온 것은 주인공 덕수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안위보다는 자식의 교육이나 건강을 먼저 챙기고, 배 곯지 않게 먼저 먹이려 하며 ‘이 고생을 우리 세대가 하고 자식들이 하지 않게 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제 부모님, 그리고 덕수의 세대의 보편적 정서이고, 그것이 일종의 사회적 윤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화를 공과 과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평가할 수 있을까
    혹자는 이 산업화 세대를 미화하고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은연중 찬양하는 정치성이 농후한 작품이라 비판하더군요. 박정희는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고 단 한번도 나오지 않으며, 4.19나 5.18 같은 정치적 사건이 표현되지 않은 이 더 정치적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이구요. 박정희와 산업화 세대의 공과 과는 분명한데, 공만을 포장하고 부각하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것이고 이것은 또 다른 역사 왜곡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을 정치적 영화라고 비판하거나 정치적 함의를 찾아내는 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런 비평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박정희의 산업화와 그 세대의 공과 과를 이분법적으로 분리하여 평가하는 것에도 반대합니다. 박정희와 산업화를 평가할 때 좌파(진보) 진영에서도 그렇지만 박정희와 산업화를 긍정하는 우파(보수) 진영에서도 공과 과를 분리해서 평가합니다만, 저는 박정희의 공과 과를 분리해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60~70년대의 우리 사회 현실에서 개발독재 없이 산업화가 가능했을 지에 대해 저는 회의적입니다. 60~70년대 한국 사회 정도의 수준의 나라가 민주적 방식으로 산업화가 된 사례가 전세계적으로도 없을 뿐 아니라 민주화와 동시에 산업화가 진행된다거나 민주적 방식으로 우리와 같은 산업화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시 우리 사회에서 일부 독재적 방식이 동원되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산업화나 민주화가 가능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나 결과가 옳다거나 선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각자의 가치관이나 철학, 경험에서 판단할 문제이지만, 우리가 산업화된 과정에서의 공(세계 유례가 없는 압축 성장과 산업화)은 과(산업화과정에서의 독재와 인권유린)에 상당 부분 기반하였다는 것, 그리고 그런 방식이 옳고 그름을 떠나 공을 위해 과를 부담하는 것에 대한 선택은 그 세대의 몫이었다는 생각입니다. 그 세대의 선택의 결과로 그 후세대인 우리는 현재 여기에 와 있는 것이라 보구요.
    박정희가 없었더라도, 박정희와 같은 개발 독재가 아니더라도 민주적 방식으로 얼마든지 오늘과 같은 산업화의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공과 과는 동전의 양면이기도 하지만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된 것이지 따로 분리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우리의 산업화와 민주화는 이런 측면에서 이해해야지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구분하여 평가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어떤 방식을 취하느냐는 그 세대의 선택이었고, 그 선택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 시대(세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년 전 즈음에 라는 18세기 덴마크를 배경으로 정신 이상자인 국왕 크리스티앙7세를 보좌하는 의사 요한 스트루엔지과 왕비 캐롤라인이 덴마크 민중들을 위해 귀족에 맞서 사회 개혁을 하는 실화를 다룬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지요. 이 영화에서는 왕비 캐롤라인과 의사 스트루엔지는 서로 사랑하며(불륜을 저지르며) 함께 덴마크 개혁에 몰두하지만 결국 실패합니다. 혹자는 두 사람의 불륜이 없었더라면 대중들의 외면도 받지 않았고 개혁도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고 후세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불륜이 없었더라면 덴마크의 개혁을 꿈꾸지 않았을 것이고 개혁의 동력도 없어 시도조차 하기 힘들었다고 보지요. 와 박정희와 산업화 세대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고 비유하는 것은 오버인지는 모르지만, 불륜 없이 덴마크 개혁을 꿈꾸지도 추진하지도 못했을 것이라 보듯이 개발독재 방식이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산업화도 쉽지 않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너에게 묻는다 -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막순이를 잃어버린 죄책감, 아버지와의 약속이 덕수의 일생을 관통하고 있으며, 그것이 덕수의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인지 모릅니다. 흥남부두에서 막순이를 잃어버린 기억, 파독해서 광부로 멸시받던 기억, 국제시장에서 미군으로부터 ‘기브 미 쵸쿄레또’를 외치며 쵸콜렛을 얻어 먹었던 기억, 베트남에서의 남진에 대한 기억이 덕수로 하여금 넘어지는 순간에도 손녀의 손을 꼭 붙잡고, 동남아에서 온 남녀를 조롱하는 청소년을 혼내며, 베트남에서 소년에게 쵸콜렛을 건내기도 하고 죽음을 무릅쓰고 물에 빠진 소녀를 구출해 데려 나오기도 하며, 부산 사람들이 고향 사람인 나훈아를 좋아해도 자신은 남진이 최고라는 것을 양보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기억이 자신의 자의식의 근원이었고, 이런 자의식으로 그는 살아갑니다. 그 자의식이 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파독 광부로 가고, 여동생의 결혼비용과 꽃분이네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생사를 걸고 베트남에 들어갑니다.
    이런 덕수의 삶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고 ‘더 이상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시니어들의 문제가 다루어져야 할 마땅한 시점에 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강조하는 의 등장은 반동’(허지웅)이라거나 ‘집단 정서를 건드리는 신파 코드는 공감을 부르기보단 호소에 가까운 방식이다. 아버지 세대에 건네는 눈물 어린 위로, 혹은 낙천적인 향수를 통해 그들 세대에 주는 어떤 면죄부’(이은선, 매거진 M 기자), ‘산업화 세대의 정치적 반동성을 탈색한 채 부르는 헌창‘(황진미, 씨네21)이라고 비평하며 정치적 함의가 어떠니 하면서 토가 나온다고 비난하는 인간들은 제 정신인지 모르겠습니다. 젊은 비평가들의 정치의식이 올바르다면 가장 보듬고 보살펴야 할 사람들이 덕수 같은, 덕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고 그들의 삶을 이해해야 하건만, 이들은 (편향된) 정치의식과 진영논리를 앞세워 덕수와 그들의 세대를 반동이라 부르며, 마치 면죄부를 주어야 할 사람은 자신인 것처럼 굴고 있습니다. 이념 과잉, 정치의식 과잉으로 수많은 덕수를 만들어낸 것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에게 또 이념적 편향의 잣대로 재단하는 패악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덕수와 같은 삶들이 자신들의 윗 세대에 없었다면 저렇게 짖고 까불고 설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저런 비평가들이 덕수의 십분의 일만큼의 자의식으로 자신들을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안도현 시인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의 시 ‘너에게 묻는다’를 이들에게 들려 주고 싶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래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덕수의 세대는 파독해서 석탄을 캐고 그 탄처럼 하얗게 자신들을 태우고 재가 되었습니다. 이 비평가들은 지금 이 연탄재를 함부로 차고 있지요. 이들에게 이설아처럼 ‘엄마가 소녀일 때“를 생각해 주는 감성은 바라지 않지만, 시간의 바통이 자신에게 넘어왔음을 아는 최소한의 이성은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느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은 사랑보다 더 슬프다
    저는 이문세의 노래를 좋아하지만 이문세의 노래를 작곡하고 가사를 쓴 이영훈을 더 좋아 합니다. 그의 가사는 노랫말이자 시라고 생각하고 어떤 당대의 시인의 시보다 이영훈의 노랫말이 제겐 더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의 노래 중에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라는 것이 있는데 저는 이 말을 이해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말을 머리로 이해하려 한 것이 잘못이었지요. 저 말은 실존적이며 개인적이라는 것,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들어오는 것이라는 것, 추억(기억)은 다르게 적힐 수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은 덕수의 손녀가 ‘기억’이 무엇인지 덕수에게 묻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덕수의 기억도 덕수가 경험했던 것보다 더 슬프고 더 아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기억들은 덕수의 삶을 방향 지우고, 살아가는 몸부림이었고, 삶의 의미였을 것입니다. 이런 덕수의 기억과 그 기억이 꾸려간 한 인간의 삶에 대해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죄악이라고 봅니다.
    한 개인의 추억이나 기억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지 말기를 바랍니다.


    * ps
    ‘국제시장’을 이념과 정치적 잣대로 비평하거나 폄하는 사람들에게 부탁드립니다.
    ‘국제시장’은 격동의 세월을 온 몸으로 버텨낸 한 개인의 삶을 보여준 것뿐입니다.
    그것에 공감하는 당해 세대도 있을 것이고, 그런 세대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는 다음 세대도 있을 것입니다.
    ‘국제시장’은 그냥 이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려니 생각하고 넘기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보지도 않을 영화에 열 받아 하지 마시구요.

    제가 이 글을 쓴 동기는 허지웅의 ‘토 나온다’는 말과 이은선의 ‘면죄부’라는 단어 때문입니다. 이들의 비평에 이런 말과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면 저는 이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비평에는 한계가 없겠습니다만, 저런 단어들은 감독이나 배우, 이 영화를 본 관객들에 대한 모독일 수 있습니다.

    ‘변호인’을 본 사람들이 ‘국제시장’도 봅니다. ‘변호인’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국제시장’을 보고 눈물 흘리는 것은 모순이 아니라 정상입니다. 두 영화가 공존할 수 있고, 두 영화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제대로 된 세상이지요.
    ‘변호인’이나 ‘국제시장’은 한 개인의 실존적 문제, 개인의 경험들이 자신들의 자의식을 형성하고, 그 자의식에 자신을 성찰하고 삶을 꾸려 나가는 것을 보여준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삶의 지향이 서로 달랐다 하더라도 그 지향점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온당하지도 않으며, 그들의 삶과 지향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3.
    '16.8.1 3:41 PM (14.38.xxx.95)

    길벗이 발벗고 나서면 다 그렇고 그런 얘기죠..뭐

  • 4.
    '16.8.1 4:27 PM (175.223.xxx.25)

    진짜 간만에 본 거지같은 아무느낌없는 영화.
    맥아더 모든 대사 오글오글. 무슨 한국 위해 희생하는것처럼

  • 5. ...
    '16.8.1 4:32 PM (14.49.xxx.211)

    제목이나 포스터먀 봐도 어떤 영화일지 짐작이 가는데 그걸 돈주고 보셨네요...이런 영화에 보훈처가 세금 투자하고 캐백수가 시청료 삼십억 집어넣고...쯧쯧...나라꼬라지가 70년대 같아요

  • 6. ㅋㅋ
    '16.8.1 4:36 PM (59.7.xxx.170)

    예고편만 봐도 국제시장 느낌 ㅋㅋㅋㅋㅋ

  • 7. 그걸
    '16.8.1 4:39 PM (14.52.xxx.171)

    왜 봐요 ㅎㅎㅎ

  • 8. 그래서
    '16.8.1 4:49 PM (222.235.xxx.234) - 삭제된댓글

    평단의 평가가 낮은 영화는 돈 대주면서 봐달래도 안봐요. 뭐 천만명 육박하네 마네하는 대중들의 선택과는 상관 없이...
    뭔가 정치적 의도가 깔린, 그리고 낮은 완성도의 영화는 당연히 평단에서 좋은 평을 받을 수 없어요. 명량,연평 다 그런 류의 영화들이죠.

    반면 같은 전쟁영화라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 완성도 높은영화는 그 속에 담긴 이념적 색체에도 불구하고 또 찾아서 보게 되죠.

  • 9. 앗! 길벗이구나
    '16.8.1 5:10 PM (222.235.xxx.234) - 삭제된댓글

    내 댓글 지운다. 에이~

  • 10. ㄴㄴ
    '16.8.1 6:41 PM (175.223.xxx.79) - 삭제된댓글

    뭔가 억지애국을 강요하는것 같아
    관심 안가는 영화에요
    평론가들이 조용히 별 하나 주는
    이유가 있겠죠
    리암니슨 출연료가 아까울 뿐 입니다

  • 11. 그냥
    '16.8.1 8:22 PM (218.55.xxx.23)

    전쟁영화한편봤고...전쟁이란건 일어나면
    안되겠구나란 생각들던데
    와이리 복잡하게들 의미를 두고 생각하게하는지
    모르겠네요

  • 12. .....
    '16.8.8 4:07 PM (210.107.xxx.2)

    전 3년동안 본 영화 중 가장 최악의 영화.. cgv 영화평 쓰신분들 다 알바인가요?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평이 왜이리 많죠? 영화보고 이렇게 기분나빠지기는 첨인거같네요.
    허접한 컴퓨터그래픽, 유치한 스토리, 억지눈물 신파에 미국스튜디오에서만 촬영한것 같은 리암니슨..
    정말 딱 '2016년도판 똘이장군'이에요. 초딩때 단체로 대한극장 끌려가서 봤던..

  • 13.
    '16.8.15 8:20 PM (222.237.xxx.33)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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